공포의 대상 바이러스의 반전 매력

식중독 주범 노로바이러스 소화기관 보호
사람에 이로운 바이러스 연구결과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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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본 노로바이러스. [사진 제공 = 미국 조지아대]

26일 전남 나주 한 리조트에서 단체 급식을 먹은 대학생들이 식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이러스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탓이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대부분 유해하다는 게 상식이다. 이름부터 라틴어 ‘독(毒)’에서 유래했다. 과거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천연두나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볼라바이러스는 치명적이다. 

바이러스는 평소 무생물 상태로 있다가 동물·식물·박테리아(세균) 등 살아 있는 세포에 들어가 자신의 유전물질을 그 세포에 주입해 복제하는 방식으로 증식한다.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니다. 세포 안에서 무수히 증식한 바이러스는 어떤 시점이 되면 이 세포를 파괴하고 바깥으로 나와 다른 세포들을 감염시킨다. 

이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들이 나오기 이전까지 오랜 기간 바이러스는 이름만큼이나 악한 존재로 인식돼 왔다. 

식중독 주범인 노로바이러스도 그런 종류 중 하나다. 케네스 캐드웰 미국 뉴욕대학 랭곤메디컬센터 바이러스학 박사는 일부 노로바이러스가 체내의 무너진 면역세포 균형을 회복시켜주고, 특정 질병을 예방해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지난 19일 과학 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렸다. 

캐드웰 연구팀은 정상적인 실험쥐에게 2주간 항생제를 투여해 면역세포 균형을 파괴했다. 오랫동안 항생제를 투여받은 쥐는 소화기관 내벽도 상당 부분 손상됐다. 하지만 이후 노로바이러스를 투여받자 시간이 흐를수록 소화기관 내벽이 회복됐다. 면역세포 균형도 돌아왔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성 물질을 생성하도록 유발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이러스 공격을 받으면 체내에 생성되는 인터페론이 바이러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 작용을 조절하거나 자연면역세포(NK) 기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터페론은 실제 간염 치료제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러미 바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미생물학자는 지난해 바이러스가 대장균으로부터 인간의 조직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바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폐 조직을 실험실에서 배양한 후 대장균을 주입했다. 하룻밤이 지나자 세포의 절반은 죽고 말았다. 하지만 이 조직세포에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함께 주입했더니 죽은 세포보다 살아남은 세포가 훨씬 많았다. 바 교수는 “박테리아로 감염을 막는 바이러스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러스는 ‘유전자 치료제’를 만드는 데 필수 요소기도 하다.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 유전자를 질병 부위에 직접 주입해 그 부위에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성영철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다른 질병을 일으키지 않고 유전자만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입해 항암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물리치는 데도 바이러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박테리아(세균) 내에 침입해 이 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찾아내거나, 혹은 이 세균에만 침입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통해서다.  

[이새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66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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