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활용해 28조 규모 ‘오션 스파이럴’ 조성

지름 500m 공모양 주거시설·수심 4000m 메탄공장
쓰나미 걱정 없지만 기압 등 혹독한 환경 극복 과제


■ 시미즈건설 ‘2030 해저도시 구상’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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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오션 스파이럴` 상층부에 있는 직경 500m의 구 `블루가든` 내부에 위치한 아트리움(왼쪽)과 도시 하층부에서 해양자원을 개발하고 산업배출물, 이산화탄소 등을 재이용하기 위한 `어스팩토리(Earth Factory)`. [사진 제공〓시미즈건설]

시속 9㎞로 장애물을 피하며 달리는 로봇 아시모, 시속 500㎞로 도쿄와 나고야 구간을 불과 40분 만에 주파하는 리니어 신칸센 기술을 실현시키며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해온 일본의 기업들이 이번엔 심해도시 구상을 내놨다. 수면에서 바닷 속 3000~4000m 깊이까지 소용돌이 모양의 건축물로 이어진 미래 심해 도시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도시의 이름은 ‘오션 스파이럴’. 무한 상상력을 펼쳐놓은 곳은 일본의 시미즈 건설사다. 

심해도시의 중심은 수면 위에 윗부분이 빙하처럼 떠 있는 지름 500m 원형 구조물 ‘블루 가든’이다. 이 블루가든 안에 건설되는 75층 높이의 중앙타워에는 4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과 1150가구의 주거시설, 연구시설과 컨벤션 시설이 들어선다. 이곳에만 5000명이 거주할 수 있다. 

지름 500m의 블루가든에는 깊이 3000~4000m까지 거대한 나선형 모양의 구조물이 연결돼 해저까지 이어진다. 길이가 15㎞에 이르는 이 나선 모양의 건축물은 발전시설과 담수시설, 심해탐사정 보급기지도 들어선다. 해저 바닥에는 메탄 제조공장이 건설된다. 

심해도시가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해수의 온도차를 이용한 해양발전과 심해의 압력차를 이용한 침투막에 의한 해수의 담수화 처리, 이산화탄소(CO₂)의 메탄가스 전환, 해저의 광물자원 채굴과 심층수를 활용한 양식어업 등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마련된다. 

시미즈건설은 2030년까지 기술이 개발되면 실제로 이 심해도시를 건설하는 데는 5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은 3조엔(약 28조3000억원)이면 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축에 필요한 모든 기자재를 거대한 3D프린터를 통해 만들어내면 적은 비용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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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한 개념도는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와 도쿄대, 사가대, 소와전공 등의 협력을 얻어 시미즈건설의 직원 20명이 2년에 걸쳐 만든 것이다. 이 담대한 프로젝트는 미야모토 요이치 사장이 직접 제안해 추진됐다. 미야모토 사장은 20~30대 젊은 기술자들이 중심이 된 프로젝트팀의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진두지휘했다. 시미즈건설은 2030년까지 이 심해도시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자인 다케우치 마사키 씨는 “연구 기관이나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과학자들은 심해도시 건설이 성공하려면 ‘에너지와 수압’, 이 두 난제를 푸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고 있다. 

한택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암흑 상태인 심해에서 주거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수적인 것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파력발전, 조력발전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거환경에 맞는 온도와 산소량 유지, 전력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해 3000~4000m의 엄청난 압력을 어떻게 견디느냐도 향후 연구돼야 할 과제다. 단단한 철로 만든 잠수함도 그 깊이에 들어가면 찌그러지면서 깡통처럼 변한다. 전 세계적으로 3000~4000m 깊이로 들어갈 수 있는 잠수함은 미국과 중국, 일본 정도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어떻게 도시 구조물에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요가 존재할까. 시미즈건설은 심해도시는 지진 등 재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형태라 쓰나미가 몰려와도 문제가 없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상의 섬과 해안마을이 잠기게 될 텐데, 이럴 경우 심해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해도시 건설 위치는 연안 지역의 해양 섬이나 사막 지역의 바다 등을 상정하고 있다. 시미즈건설은 “세계의 약 70%가 바다이고 인류사회의 지속적 향상을 위해 심해 이용은 필수”라며 프로젝트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미즈건설은 이번 심해도시 건설 제안 외에도 우주호텔 달기지, 피라미드형 공중도시, 달 태양발전 등 무한 상상력을 발휘한 도시와 건축물을 제안해왔다. 우주호텔은 64개 객실 모듈이 포함된 240m의 대형 건축물을 저궤도에 띄워 우주여행을 즐기도록 하자는 콘셉트다. 또 100만명이 생활할 수 있는 2004m 높이의 피라미드 공중도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일본 업체가 추진하는 해저도시뿐 아니라 두바이 인공섬 프로젝트 등 실현 가능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떠나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개발사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대형 프로젝트 추진 사례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인허가권을 가졌지만 창의적 도시 개발이나 건축 행위를 가로막고 있는 공무원들의 행태와 복잡한 규제가 큰 걸림돌이다. 

개발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위험이 큰 개발은 일단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복잡한 규제가 창의적 개발을 가로막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원호섭 기자 / 정슬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4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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