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경매 낙찰률 평균 86%…2007년 호황수준

애호가 저변확대 힘입어 대안투자 다시 돈 몰려
서울옥션 주가 수직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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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의 1991년 작 '묘법'(60호) 5600만원에 시작합니다. 서면으로 7000만원 있습니다. (중략) 1억600 전화 응찰입니다. 현장에 1억800. 현장, 전화 경합입니다. 더 이상 다른 응찰 없습니까. 1억1800만원에 해외 전화 손님께 낙찰됐습니다~." 10일 오후 6시 40분께 서울 신사동 K옥션 경매장은 매서운 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미술품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현장에 나온 경매 참여자 200여 명에 전화로 응찰하는 해외 컬렉터까지 가세하며 뜨거운 경합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이날 K옥션 낙찰률은 84%. 미술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2007년 메이저 경매 당시를 연상케 하는 높은 수치다. 2008년 금융위기 후 국내 양대 경매사 낙찰률은 60~70%를 오가며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9일 서울 평창동에서 열린 서울옥션 3월 메이저 경매 낙찰률이 87%까지 치솟으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양대 경매사 낙찰률이 80%를 넘었다는 것은 미술시장이 호황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술품 거래가 풀렸고 참여자도 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9일과 10일 잇달아 열린 서울옥션과 K옥션의 낙찰총액(수수료 제외)은 각각 59억원과 56억원이었다. 저금리 시대에 갈 곳 모르던 돈이 미술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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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후 미술시장을 등졌던 컬렉터들도 속속 귀환하는 모양새다. 코스닥에 등록된 서울옥션 주가는 1년 전 3000원 수준이었다가 지난 9일 8000원에 마감했다.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등 단색화 작가군 작품값은 1년 새 10배나 급등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최근 미술시장 회복은 단색화 열풍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오랫동안 불황이었던 데 대한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이미 3~4년 전부터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던 세계 미술시장에 뒤늦게 따라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미술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미술품 총액은 152억달러(약 16조8000억원)로 전년에 비해 무려 26%나 성장했다. 고가 미술품이 새로운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미술시장 역시 지난해 여름부터 반등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07년 호황기에는 이우환 오치균 이대원 박수근 작가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김환기 이우환에 이어 단색화와 백남준까지 확대돼 더욱 탄탄한 모양새를 갖췄다는 평가다. 해외 컬렉터들 사이에 한국 미술시장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2007년에는 단순히 투자 개념으로 미술에 접근하는 세력이 많았다면 지금은 미술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안목을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한다"며 "미술 저변이 확대되고 수명이 연장되면서 컬렉터층이 30대부터 80대 노년층까지 폭넓어진 것도 미술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향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3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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