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 영동군에 18곳이나…`시설과잉`

막연한 요양수요 증가 전망에 혈세 줄줄


◆ 레이더 P / 사라진 혈세 길 잃은 예산 ◆ 

 1부. 오판이 부른 무용지물 / ③ 정원도 못 채운 노인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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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최신시설
충북 영동군 외곽의 가성산 중턱에 자리잡은 노인요양시설 신관 내부 모습. 3층 규모 신관은 2009년 준공됐지만 입소자가 없어 각종 최신 장비와 시설이 방치돼 있다. 구관 건물 역시 입소 정원의 절반가량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영동 = 김호영 기자]

충북 영동군 시내에서 차로 50여 분 떨어진 가성산 중턱에는 3층 건물 두 동이 앞뒤로 놓여 있다. 

B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요양원)이다. 심신장애가 있는 노인 등이 입소해 의식주와 돌봄 서비스를 장기간 받는 곳이다. 위쪽 건물은 2005년에 준공된 뒤 2010년 증축된 구관, 아래쪽은 2009년에 들어선 신관이다. 두 건물 건축비로만 세금 28억2000만원(국비 14억1000만원, 도비 9억5500만원, 군비 4억5500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요양원은 한산하다 못해 황량했다. 취재팀이 이곳을 찾은 지난달 22일 신관 출입구는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고 화단의 관목들은 메말라 있었다. 구관 역시 오가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였을 뿐 3층 건물 두 동이 자리잡은 요양원이라고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유가 있었다. 요양원 구관과 신관을 합쳐 정원은 118명이었지만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는 노인 등은 34명에 불과했다. 입소율이 29%에 불과한 과잉 시설이었던 것이다. 그나마도 요양원 구관만 사용되고 있고, 세금 15억원이 투입된 신관은 준공 후 문도 열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B사회복지법인 관계자에게 신관에 입소자가 없는 이유를 물었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노인요양시설과 관련해 B사회복지법인은 건축비 28억여 원 외에 매년 3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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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만800여 명(2014년 12월 기준)의 영동군에는 노인요양시설이 18곳이나 된다. 하지만 전체 정원 395명에 입소자가 298명으로 입소율은 75%에 그친다. 시설 과잉이다. 더구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요양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노인 등이 영동군에는 326명밖에 없다. 이들이 다 입소해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타 지역에서 이용자가 오지 않는 한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노인요양시설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 절차를 따르는 탓이란 지적이 많다.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통해 운영비 80%를 지원하고 있고, 건축비는 2013년까지 세금으로 거의 100% 지원했다. 요양 수요 증가에 대비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세금 낭비를 유발한 셈이다. 

영동군이 요양원 밀집지역이 된 것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첫해다. 7개에 불과했던 요양원은 이후 11개나 늘었다. 영동군 관계자조차 "정부 지원을 노리고 우후죽순 생긴 것"이라며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에 나랏돈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14년 이후 노인요양시설 신축 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요양시설의 다른 유형인 재가노인복지시설에 대한 건축비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재가노인복지시설은 노인들이 입소하는 대신 수시로 방문해 요양 서비스를 받는 곳이다. 

영동군 괴목삼거리 길가에는 B사회복지법인의 단층 재가노인복지시설이 흉물처럼 서 있다. 예산 4억5000만원(국비 2억2500만원, 도비 1억450만원, 군비 1억2050만원)이 투입돼 2010년 12월 문을 열었지만 2013년부터는 문을 닫고 방치돼 있다. 이용자 부족에 복지법인 내부 갈등까지 겹친 탓이다. 3억원 넘는 세금이 3년간 잠들어 있는 셈이다. 

취재팀이 지난달 22일 현장을 찾았다. 371㎡(112평) 규모의 단층 건물로 비포장 상태의 진입로 양쪽에는 잡초와 갈대들이 자라나 있다. 정문은 잠겨 있었고 주변에는 폐기물들이 널려 있었다. 유리문 위에는 '16개월간 상수도 요금이 연체돼 단수될 것'이라는 노란색 경고 스티커가 반쯤 찢어진 채 붙어 있었다. 건물 오른편 발코니에는 지붕 위에 달려 있어야 할 'B노인복지센터' 간판이 누인 채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정부는 현재 개인이나 법인이 자발적으로 돈을 쓰는 경우 외에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의 건축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레이더P(m.raythep.com)에서 추가 르포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3422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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