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박서보·하종현·윤형근 등 7인…국제갤러리서 `단색화의 예술` 展 열어
구겐하임 큐레이터 "보편성·특수성 갖춰"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근대성이라는 게 무엇인가. 화가가 자기 이미지를 캔버스에 심는 것이 모더니티다. 마치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경영하듯이.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이러한 사조는 힘을 잃는다. 근대성을 탈피하기 위해 작가는 이미지도, 뜻도 없는 반복 행위를 한다. 그것이 1970년대 한국에서 태어난 단색화고, 일본에서는 모노하운동이다."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78)이 한 말이다.

1일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단색화의 예술`전에 참석한 이우환은 "한국 단색화는 뜻도 없고, 이미지도 없는 반복 행위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엄격했던 시대를 참고 견뎠을뿐더러 하나의 저항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이우환뿐만 아니라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김기린이 참여했고 작고 작가인 정창섭과 윤형근까지 포함한 7인 기획전이다. 시기적으로도 큰 관심이다. 한국 단색화에 대한 관심은 이미 외국 아트페어와 화랑에서 검증된 터. 여기에 이번주 줄줄이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와 미디어시티서울, 삼성미술관 리움 10주년 행사 참석차 미술계 큰손이 잇따라 방한해 이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다. 이날도 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 관장이 전시를 둘러봤다.

전시장에는 작가들 개인 방이 마련돼 1970년대 작업부터 최근 작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총 100점에 가까운 단색화 작품을 통해 곤궁했던 시절 화가들의 절박한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다.

전시 기획자인 윤진섭 큐레이터는 "한국 단색화가 서양 미니멀리즘과 다른 것은 정신성과 촉각성, 행위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종현은 마대 뒷면에 두꺼운 물감을 바른 다음 이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박서보는 연필을 긋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하종현은 "마대와 물감, 작가가 하나가 돼 작품이 만들어지니 민주적인 캔버스가 아닌가"라고 했고, 박서보는 "수도승 관점에서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긋기를 통해 나를 완성하고 비운다"고 했다.

알렉산드라 먼로 구겐하임미술관 큐레이터는 "서구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지만 아시아 전통과 역사,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보편성과 특수성을 갖고 있기에 단색화가 세계적으로 재조명받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단색화의 예술`전은 바로 단색화가 왜 한국 미술의 보배인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10월 19일까지.

(02)735-8449

■ <용어설명>

▷ 단색화 : 1970년대 국내에서 태동한 미술 양식으로 구상성을 일절 배제한 단색 추상회화. 한때 `모노크롬 회화`라 불리기도 했으나 한국 미술의 독자성과 차별성을 위해 `단색화(Dansaekhwa)`라는 용어를 쓴다.

[이향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57405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