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12일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 제1터미널 7번 게이트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인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땅콩(마카다미아) 하나로 발생한 일 때문에 오너 3세가 실형을 살게 된 것이다. 

땅콩 회항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에 대해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한 것과 재판 과정에서도 잘못을 승무원에게 전가하는 모습에 모두 경악했지만 그렇다고 초범이고 20개월 된 쌍둥이 엄마에 대해 실형은 과하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었다. 조현아 측은 1심 재판이 ‘항공기항로변경죄’ 등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고 양형이 부당하다는 등을 이유로 항소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예정이다. 

사실 이 사건은 이해하기 힘든 일투성이였다. 땅콩 회항 당시 조현아의 행동뿐 아니라 대한항공의 안일한 사후처리 과정,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어이없는 조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공판 과정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통상 검찰 측 주장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쟁점이 되는 것만을 다투는 것이 피의자에게 유리한데, 조현아 측은 검찰 측 공소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의 입장에서는 검찰 측 기소 내용이 자신의 기억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혐의를 인정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매뉴얼을 찾지 못한 승무원에 대한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선고공판일에 보여줬다고 본다. 재판부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이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쯤으로만 여기지 않았다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 승객을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공의식만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표현에서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반성문을 여섯 차례나 제출하고 사무장과 승무원을 위한 공탁금까지 냈지만 이미 싸늘해진 국민 여론과 재판부의 마음을 끝내 되돌리진 못했다. 

이번 사건을 조현아라는 재벌 3세의 ‘갑질’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갑질 논란과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진상 고객’이 합쳐진 종합적 문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조현아 땅콩 회항은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투성이고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조현아 사건이 우리 사회에 명백하게 보여준 것이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이제 조현아와 같은 재벌 3세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귀족사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50년 전인 창업주 시대에는 누구나 창의적 아이디어와 도전적 열정이 있으면 기회가 있는 사회였다. 하지만 기업이 3대에 이르면서 우리 사회에는 이제는 실력이 아니라 ‘핏줄’이라는 이유로 각종 특혜를 누리는 ‘신귀족사회’가 되고 있다. 게다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도 행하지 않는다. 

재벌이 운영하는 빵집이나 프랜차이즈같이 눈에 보이는 사업은 그나마 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기업에 가구나 부품 등을 공급하는 납품업체 구조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실력이 아니라 재벌 가문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 국내 벤처기업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이렇게 쌓은 부를 통해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지위를 높여 튼튼한 그들만의 성을 쌓고 있는 것이다. 

희망 없는 사회는 분열되고 무기력해진다. 우리 역사가 위기 때에 너무나 무기력한 것은 이같이 모순이 쌓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뒤엎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기운이 세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박기효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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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5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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