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전미경제학회장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저금리라는 질병이 자산가격 인위적 상승 일으켜
일부 기관투자가 이미 부동산 시장서 발 빼는 중
경제 펀더멘털 회복 안돼 美증시 거품 빠질 수도


◆ 빅샷 인터뷰 ④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뉴노멀 붐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 주택·증시·채권 랠리가 마무리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2015 전미경제학회(AEA) 회장으로 선출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미국 주택·증시·채권 랠리를 ‘뉴노멀 붐’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지난해 말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S&P다우지수 월드헤드쿼터에서 만난 실러 교수는 저성장·저금리라는 만성적 질병과 같은 뉴노멀 상황에서 만들어진 인위적 자산 가격 상승 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뉴노멀 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 뒷받침이 없는 뉴노멀 붐은 지속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당장 자산 가격이 추락하지는 않더라도 올해 이들 자산 투자에 돈을 집어넣어봤자 저수익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주택 시장은 뚜렷한 약세 국면에 진입하는 등 지루한(boring) 모양새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거품 붕괴를 계속 경고해왔다. 

▶현시점에서 주택 시장이 추락할 가능성은 50% 이하다. 당장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기보다는 절뚝거리면서도 올해 소폭 상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특히 간과해선 안 될 것이 바로 주택 시장이 뚜렷한 약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 오름세가 꺾였고 건설업 경기는 완연한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택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난다는 것은 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주택 경기는 호황의 마지막 사이클에 들어왔다고 본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확률은 절반 이하지만 주택 시장 거품 붕괴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움직이면 주택 경기 회복세가 가파르게 둔화될 것 같다. 

▶기관투자가들은 일반 주택 소유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들의 임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다. 주택 가격 하락 조짐이 감지되면 누구보다 빨리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동안 집값 상승폭이 컸던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물건을 처분하기 시작하면 주택 가격 하락세가 빨라질 수 있다 

―재테크 차원에서 주택보다 주식 투자가 더 낫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집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만족감, 집을 삶의 터전으로 삼으면서 이웃과 교류하고 지역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차원에서 집을 소유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의 축적이 목적이라면 집을 사는 것보다는 렌트를 하고 차라리 이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스마트한 선택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주택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89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S&P종합지수는 매년 평균 2.0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집값은 매년 평균 0.33%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100년간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은 실질적으로 제로 수준이었던 셈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가. 

▶과거 주택과 주식 투자 상대 수익률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지난 10년간 S&P500지수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지수)이 현재 26~27배 수준이다. 1929년, 1999년, 2007년 단 세 차례만 CAPE지수가 25를 넘어섰다. 그리고 세 번 모두 고점을 찍은 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올해는 주택·주식 모두 큰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인가. 

▶최근 수년간 경험한 주식·주택·채권 랠리는 미래에 대한 낙관 속에서 잉태된 게 아니다. 1월 15일께 내가 저술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세 번째 개정판이 출간되는데 여기서 최근 주식·주택·채권 시장 랠리에 대해 뉴노멀 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뉴노멀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저금리·저성장세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2009년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가 제시한 화두다. 뉴노멀 붐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역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저금리·저성장 흐름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금리가 바닥권으로 추락하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가 결국 상대적인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 가격 상승 붐을 일으켰다. 투자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시작된 붐이라는 얘기다. 

또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전과 인공지능 부상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재테크를 통해 부를 늘려야겠다는 절박함 속에 주식·주택·채권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저금리 상황과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자산 가격이 올라갔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 같은 뉴노멀 붐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 실러 교수는
서브프라임 위기 미리 경고해 명성
 

1946년 디트로이트 출생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예일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부동산 거품 붕괴를 2006년에 경고해 명성을 떨쳤다. 

미국 대도시 주택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부동산 지표인 S&P케이스·실러지수를 공동 개발하는 등 부동산 전문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00년 미국 IT 거품 붕괴를 예언한 책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 UC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와 함께 쓴 ‘야성적 충동’(2009년)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5년 전미경제학회(AEA) 회장으로 선출돼 2일부터 나흘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전미경제학회를 주관한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4241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