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弗 = 1유로 코앞…터키·멕시코 통화가치 줄줄이 추락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美기업도 강달러 역풍"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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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월가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세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장 시작부터 힘없이 무너지더니 300포인트 이상 폭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시장 급락의 단초는 달러 강세가 제공했다. 브레이크 없는 달러화 초강세 추세 때문에 미국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투매가 촉발됐다는 진단이다. 11일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장중 1.0561달러까지 하락하며 2003년 4월 이후 12년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압도적인 달러화 추가 강세 전망 속에 1유로 가치가 1달러 가치와 같아지는 '패리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진단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3분기에 유로 가치가 1.05달러까지 추가 하락한 뒤 내년 초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2년 내 1유로=0.85달러까지 달러 강세가 진행돼 유로화와 달러 가치가 역전될 것으로 봤다. 엔화 대비 달러 가치도 122엔 선을 찍으면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강달러는 해외 매출이 큰 미국 기업 실적에 직격탄이다. 일단 해외시장에서 미국산 제품 가격이 상승해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해외시장에서 돈을 벌더라도 달러로 환전할 경우 이익이 확 쪼그라들거나 오히려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편입돼 있는 미국 대표 기업 500개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전체 이익의 40%에 달한다. 

러스 코스테리치 블랙록 수석 글로벌투자전략가는 CNBC에 출연해 "달러값이 지난여름 저점을 찍은 후 23% 상승했다"며 "강달러 추세가 미국 기업 실적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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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원화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환율 관련 문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강달러 역풍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제이슨 퍼먼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 강연을 통해 "강달러로 인해 미국 수출이 맞바람을 맞고 있다"며 달러 강세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국제 통화시장과 원자재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결제통화 달러에 연동돼 있는 원자재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6.4달러 하락한 1160.10달러로 밀리면서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4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했던 유가도 3% 이상 급락하며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선 아래로 밀려났다. 

신흥국 통화도 요동을 치고 있다. 달러 초강세에 따른 환손실을 염려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인출하면서 터키 리라, 멕시코 페소 등 신흥국 통화는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달러 부채가 많은 신흥국 경제위기설이 재부상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달러 강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달러 강세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는 완벽 조합이 완성돼 가고 있다. 달러 강세의 토대는 다른 주요 교역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미국 경제다. 

고용시장이 확 살아나는 등 미국 경제 성장성이 강해지면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달러화 가치도 쑥쑥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다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QE)가 달러 강세라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ECB는 지난 9일부터 월 600억유로 규모의 유로존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그만큼 유로화가 시장에 넘쳐나게 됐다. 수요·공급법칙에 의해 유로화가 흔해지면 그만큼 유로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이르면 6월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폭풍의 눈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이 되면 달러 추가 강세가 더 거침없이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연준의 고민도 커지게 된다. 강한 고용지표 등 미국 경제 펀더멘털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서둘러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달러 급등 사태를 촉발할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주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달러를 희생시켜 ECB발 환율전쟁 승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전쟁 전선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3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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