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셰일혁명…두번 죽는 중동경제
두바이·사우디주가 6%대 폭락…재정도 비상
유로존 경기침체로 유가 90달러마저 붕괴
OPEC 긴급회의에도 감산 합의 못할듯
`신의 축복`으로 일컬어졌던 석유를 생산하면서 돈 걱정 않던 중동 국가들에 급격한 원유 가격 하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주요 산유국인 리비아와 이라크가 정정 불안에 휩싸였지만 생산량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미국 셰일가스 혁명발 공급 증가 여파로 국제유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더욱이 최근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밑도는 등 하락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재정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로 충당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울상이다. 일례로 쿠웨이트는 정부 재정수입 중 80% 이상을, 아랍에미리트(UAE)는 85% 이상을 석유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OPEC 회원국 9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40만2000배럴 늘어난 일평균 3047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1년여 만에 최대 규모다. 이 기간에 특히 이라크와 리비아 산유량이 크게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지만 점유율 경쟁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이란은 최근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손익분기점(배럴당 140달러) 이하로 낮췄다. 이는 6년 내 최저치다. 이미 핵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고육지책으로 원유 가격을 인하한 셈이다.
이처럼 원유 시장이 점유율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세계 최대 원유 카르텔인 OPEC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OPEC에서 석유 생산량 감축을 지지하는 대표적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라미레스 외무장관은 유가 하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요구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나 쿠웨이트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알리 알오마이르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현재 OPEC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쿠웨이트 관영 KUNA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OPEC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달 하루 평균 970만4000배럴을 생산했다고 OPEC 사무국에 통보했다. 이는 지난 8월 약 960만배럴보다 10만배럴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이날 이라크 석유수출공사(SOMO)도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11월 인도되는 바스라 경질원유 가격을 배럴당 65센트 인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 하락에 대해 각 회원국들이 보이는 대응은 최근 특히 심화되는 OPEC 불화를 나타내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OPEC가 다음달 27일 정례 석유장관 회의를 하지만 감산에 합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OPEC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감산에 합의하지 않았다. OPEC 내 매파인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도 지난주 "OPEC 주요 회원국들이 감산하기 전까지는 유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OPEC 회원국 관계자는 "열쇠를 사우디가 쥐고 있다"면서 "따라서 다음달 회동에서 감산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201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지난 10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1.19달러 하락한 배럴당 88.04달러를 나타냈다.
저유가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 주요 국가들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증시는 6.5% 떨어져 7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 두바이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에마르가 이날 7.4% 떨어졌고, UAE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아랍텍홀딩스도 하한가까지 떨어져 부진했다. 사우디 증시 역시 6.5% 하락해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김덕식 기자 / 연규욱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0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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