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에볼라 안전지대 아니다

핫라인 가동 안되고 지정병원 여부 몰라
부산 ITU회의 앞두고 대응체계 총체적 부실


◆ 에볼라 공포 확산 / 국내 발병땐 속수무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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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저녁, 부산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6개월간 머물다가 입국한 한국인 A씨는 열과 함께 두통, 구토 등이 일어나자 이날 오후 6시 17분에 119에 신고전화를 했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의심 징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은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오후 6시 40분과 42분, 이어 오후 7시 12분 등 세 차례에 걸쳐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했지만 "해당 부서가 아니다"며 `전화 돌리기`로 한 시간이나 낭비했다. 어렵게 질병관리본부 내 에볼라 전담부서(핫라인ㆍ043-719-7777)와 연결됐지만 이번에는 `타 기관에 떠넘기기`로 환자를 방치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에볼라 발생 3개국 입국자 명단에 (이 환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이송 예정이었던 부산대병원은 "에볼라 의심 환자이니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으로 이송하라"고 부산소방본부에 회신했다. 

황당한 일은 더 이어졌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인 울산대병원은 부산소방본부에 "우리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이 아닌 만큼 부산대병원으로 데려가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울산대병원은 자신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인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A씨는 최초 신고 후 1시간41분이 지난 오후 7시 58분에야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지만 결국 그 다음날 사망했다. 이 환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니라 `열대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에볼라 대응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양승조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에서 "에볼라 환자는 초기에 정확한 대응이 중요한데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에볼라 대응을 위한 핫라인이 제때 가동되지 않았고 국가지정병원이 자신들이 지정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진료를 거부한 것은 에볼라 대응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인 `2014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앞두고 국내외 약 30만명이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에볼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에볼라 발생 국가의 입국자는 인천과 김해공항에서 게이트 검역을 실시하고, 최대 잠복기(21일) 동안 증상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U전권회의에 에볼라 발생국 입국자는 숙소를 별도로 지정하고 2~5명 단위로 숙소에 배치된 통역 자원 봉사자를 통해 보건소 담당자와 수시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체온계를 지급해 매일 오전 8~9시 사이에 발열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ITU전권회의에서는 기존의 에볼라 대책보다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며 "에볼라 발생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볼라는 접촉을 통해서만 옮긴다. 에볼라 발생 국가를 방문한 후 발열과 출혈 등 증상이 생기면 가까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생물테러대응 핫라인(043-719-7777)으로 신고해야 한다. 또 에볼라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에볼라 환자를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격리시설을 갖춘 국립중앙의료원 등 전국 17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기효 기자 / 원호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07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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