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도 "우크라서 손떼라" 첫 시위
러시아가 진퇴양난 위기에 빠지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거뜬히 견뎌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점점 더 제재가 세지면서 러시아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나선 것.
무엇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러시아에서 사업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러시아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왔지만 서방 세계의 대(對)러 경제 제재가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한 탓이다.
미국 정유회사인 엑손모빌도 러시아 북극해 지역의 원유시추 작업을 서서히 줄이기로 했다. 이처럼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가는 가운데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개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블랙스톤이 러시아에서 고용한 투자 전문가들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조치가 블랙스톤이 러시아 진출을 포기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스톤은 러시아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 않지만, 드미트리 쿠샤에프 전 러시아 ING 투자은행 헤드 등 현지 인력들을 영입해 러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로 해외 투자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회사는 사업 기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스톤이 지난 3년간 러시아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됐다고 지적됐다. 앞서 언급한 소식통은 "블랙스톤은 좋은 시절에도 러시아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라면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즈네프트와 공동으로 러시아 북극해 유전을 개발해온 미국 정유회사 엑손모빌도 대러 경제 제재 조치에 따라 7억달러(약 7280억원)의 사업가치를 지닌 유전 시추사업의 규모를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온라인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이날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미국 재무부에서 단기적인 탐사 활동은 보장받았지만, 장기적인 연장에는 실패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제재 내용에는 미국 기업이 러시아 에너지업체들에 심해 유전이나 해상 유전,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상품ㆍ서비스ㆍ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FT는 계속되는 대러 제재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투자가 중단됐으며, 이 때문에 블랙스톤을 비롯한 사모펀드들이 투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의 전 임원이 세운 사모펀드 DMC파트너스가 계획한 펀드 투자금을 모집하지 못했고, 지난 30년간 러시아의 주요 사모펀드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도 러시아에서 새로운 투자를 중단했다. 해외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4572억달러 수준이었던 외환보유액 규모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4227억달러로 7.6% 줄어들었다. 이는 2010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국 기업의 러시아 투자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주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날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개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모스크바 시당국에 허가를 받고 진행됐지만,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벌인 첫 번째 대규모 반정부 시위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화 행진`으로 명명된 이날 시위에는 자유주의 성향 정당 `야블로코` 지도자 세르게이 미트로힌과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또 다른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등을 비롯한 시민 약 5000명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지난 4월부터 본격화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에 러시아가 무력 개입해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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