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제값 지불않는 풍토가 시장질서 왜곡

 

◆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① 공짜에 멍든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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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는 연안 여객선의 낮은 운임이 초래한 참사다. 연안 여객선의 `인천~제주` 운임은 6만5000원으로 운항 거리가 더 짧은 `인천~중국 웨이하이` 여객선 요금(11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헐값 운임을 만회하려 평형수를 덜 채우고 화물ㆍ차량을 과적하는 등 불법이 자행되면서 대한민국은 `안전 붕괴`라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제값을 받지 못해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는 건설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8년간 최저가낙찰제로 진행된 공사는 100억원당 평균 4억원의 적자가 났다. 이 때문에 철근과 시멘트를 덜 쓰는 부실 공사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총괄본부장은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통한 수출에 의존해왔다"며 "상품을 최대한 싸게 만들어 싸게 파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레 제값에 인색한 문화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프라이빗뱅킹(PB)의 자산관리 수수료를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우량 고객을 위한 `공짜 서비스`라는 오랜 인식 때문에 유료화는 엄두도 못 낸다. 반면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는 작년에만 7조원이 넘는 PB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수수료 비즈니스가 금융에 정착하지 못한 주요 걸림돌은 바로 공짜 심리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의 고도화는 요원하다"며 "값을 제대로 받는 대신 질 높은 가치로 보상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이 선진국 진입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전기요금도 총괄원가를 계속 밑돌고 있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2013년 기준)은 ㎿h당 101달러인 데 비해 독일 388달러, 일본 242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72달러다.

식품 가격에 대한 정부의 행정 규제도 의도하지 않은 `풍선 효과`를 낳았다. 원가 인상 요인을 만회하기 위해 용량을 슬쩍 줄이는 식품업계의 꼼수 가격 인상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결국 제품과 서비스에 제값을 매기지 못하는 현상이 만연할수록 기업과 소비자가 멍들고, 관련 산업과 고용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획취재팀 = 황인혁 차장(팀장) / 서찬동 차장 / 고재만 기자 / 최승진 기자 / 홍장원 기자 / 박윤수 기자 / 장재웅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태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26239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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