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사정권 복귀, 예멘·리비아 무정부상태…튀니지만 평화선거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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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동의 독재정권을 쓰러뜨린 ‘아랍의 봄’ 혁명이 발생한 지 4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대다수 국가들은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는 등 정상국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18일, 튀니지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운영하던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독재정권의 횡포에 항의해 분신 자살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돼 23년 장기 집권한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물러났고 시민혁명 열기는 이집트와 리비아, 예멘 등 이웃 국가로 확산됐다. 

그러나 아랍의 봄이 태동한 지 4년이 흘렀지만 혁명열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전보다 더 차가운 겨울만 남았다. 이집트의 경우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을 축출한 후 2012년 민주선거로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때까지만 해도 평화로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무르시가 집권 1년 만에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게다가 2011년 반정부 시위 도중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기소된 무바라크에 대해 새로 들어선 군부정권은 지난 12일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혁명으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아랍의 봄’으로 정권을 교체한 리비아와 예멘은 아직도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리비아는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수많은 무장 민병대 조직으로 치안이 악화됐다.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3년 전 권력에서 축출된 이후에도 미국과 서방의 외교공관이 무장대원 공격을 받거나 외교관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아랍의 봄’으로 정권이 교체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협상으로 권력을 이양한 예멘마저 혼란에 휩싸여 있다. 예멘 전역에서는 올해도 알카에다와 후티 반군의 저항으로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는 더욱 심각하다. 2011년 3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퇴진 운동으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은 3년8개월 넘게 지속하고 있다. 

시리아 민주화 물결은 40년 넘게 독재체제를 유지한 알아사드 가문에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내전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내전은 이슬람 종파 간 대립 구도로 바뀌어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점령한 지역에서는 연일 참수와 인신매매 등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보이는 곳은 ‘아랍의 봄’ 촉발 국가인 튀니지 정도다. 튀니지는 지난 2월 민주헌법을 채택한 데 이어 10~11월에 총선·대선을 무난히 치러냈다. 

튀니지의 새 헌법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하고 있지만 다른 아랍 국가와 달리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법의 근간으로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법 앞에서 남녀의 평등을 보장하며 여성의 권리도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튀니지의 희망적인 모습은 혁명 직후 여당이었던 엔나흐다의 행보 덕분이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민생은 제쳐놓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사회에 강요하다 역풍을 맞았다. 이에 비해 엔나흐다는 집권 시절에도 이슬람 원리주의를 고집하지 않았으며 다른 정치·종교 집단에도 타협적인 자세를 보였다. 

[김덕식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538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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