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사원 잇단 모욕…극우정당 지지율 상승
12명의 사망자를 낸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로 유럽 다문화주의와 이민정책이 도전을 받게 됐다. 그동안 유럽은 다문화주의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였지만 테러리스트가 무슬림(이슬람 사람)인 것이 밝혀지면서 극우세력에 비판의 빌미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무슬림에 대한 반감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테러사건이 발생한 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는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이 벗겨지는 모욕사건들이 발생했고, 사원 안으로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가 던져졌다. 사원 벽에는 ‘아랍인들에게 죽음을’이라는 낙서가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다문화주의가 타격을 받으면 무슬림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빈곤한 동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출신 이민자에 대한 반감도 커져 사회적 혼란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유럽 각국 극우정당들은 이번 사건을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는 호재로 삼고 있다. 영국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당수는 8일 “영국과 유럽 국가들은 수십 년간 유지해온 다문화주의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이민정책을 바꾸고 영국에 오는 모든 사람을 검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에서 1만7000명이 모여 반이슬람 시위를 벌인 ‘페기다(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유럽인)’는 사건 이후 페이스북에 “지난 12주간 우리가 경고했던 이슬람 세력이 프랑스에서 일을 저질렀다”면서 “이들은 민주주의 대신 폭력과 죽음을 해결책으로 삼는다”고 비난했다. 극우세력은 무슬림들이 유럽 근본정신인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등을 인정하지 않고 종교를 교조적으로 신봉하면서 문명 간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극우세력들의 선동적인 발언이 일반 대중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로 반이민자 정서가 강해진 상황에서 이번 테러는 불만의 화살을 이슬람에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는 5월 총선을 앞둔 영국에서는 지난 7일 여론조사 결과 영국독립당이 15% 지지율을 얻었다.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이 각각 32%와 33%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당수인 마린 르펜은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아졌다.
이들이 힘을 얻어 의회 내에서 차지하는 의석수가 많아진다면 현재 유럽의 이민과 다문화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은 ‘아랍의 봄’ 이후 중동지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와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에만 주요 서유럽 선진국에 14만명의 이슬람권 난민이 이주했고 2014년에는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덕주 기자 / 김덕식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30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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