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다가오면서 한국 소비자도 들썩이고 있다. 해외 배송 대행 업체, 항공 물류업계도 물류센터 규모를 넓히는 등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


돌쟁이 아기를 키우는 김은정씨(30)는 최근 한 해외 배송 대행업체에 개인 계정을 만들었다. 말로만 듣던 ‘해외 직구(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한 직접구매)’를 시도해보기 위해서다. 주변의 아이 엄마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해외 브랜드 아이 옷과 용품들을 한국 판매 가격의 반값에 ‘득템’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던 차였다. 김씨는 해외 직구의 필수 절차인 ‘배대지(배송대행지)’ 회원 가입을 끝내놓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 송민구씨(가명·38)도 스마트폰 달력에 디데이를 표시해놓고 해외 직구를 기다린다. 송씨가 물색 중인 상품은 대형 UHD 텔레비전. 관세와 배송료까지 더해도 국내에서 같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200만~300만원 절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매일 해외 쇼핑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핫딜’ 예고 정보를 모은다.

김씨와 송씨가 기다리는 ‘그날’은 바로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의 다음 날(올해는 11월28일)을 이르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블프데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대다수 상점의 적자(red ink)가 흑자(black ink)로 바뀐다고 할 만큼 블프데이는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이다. 소비 심리를 연말까지 이어가기 위해 미국 내 유통업체들이 최대 80~90%에 이르는 할인 행사를 시작하는 날로도 유명하다. 남의 나라 명절 대목과도 같은 이 블프데이에 한국 소비자들까지 들썩이는 이유도 이런 대대적인 할인 폭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보다 싼 해외 직구 상품을 더 저렴하게 마련할 기회라는 생각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미국 애틀랜타의 한 쇼핑몰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특별할인 제품인 대형 텔레비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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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의 한 쇼핑몰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특별할인 제품인 대형 텔레비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한국 내 해외 직구 관련 업체들도 블프데이로 상징되는 연말 해외 직구 특수를 기대한다. 대표적인 곳이 해외 직배송이 되지 않는 상품을 해외 현지 주소에서 배송받은 뒤 국내로 다시 전해주는 해외 배송 대행업체다. 가입자 수가 94만명에 이르는 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은 다가오는 블프데이에 대비해 미국 내 뉴저지 물류센터를 3배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미국 물류센터 근무일을 주 5일에서 주 6일로 늘리는 한편 고객센터 인력도 2배로 확충할 예정이다. 몰테일 홍보팀 김이나 주임은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동안 몰린 배송 대행 건수가 4만 건 정도인데 올해는 그 두 배인 8만 건을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송 대행업체인 위메프박스도 기존 뉴저지·오리건·캘리포니아 3곳 창고 이외에 델라웨어에 추가로 창고를 열었다.

운송 실무를 맡은 항공 물류업계 역시 블프데이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해 해외 특송 수입 물량 건수는 역대 최대치인 1772만 건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5.3%, 5년 전 대비 2.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이 가운데 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 직구 수입 물량이 전체 특송 물량의 60%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운송량 증가에 힘입어 국내 특송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00% 이상씩 증가하기도 했다.

현대로지스틱스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회사를 통해 미국·유럽·홍콩에서 한국에 반입된 특송 물류 건수가 총 14만7800건이었는데 올해는 24만 건 정도로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급증하는 물량 처리를 위해 미국의 물류센터 2개소를 추가로 열고 국내 물류 거점도 10여 군데 신규 설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범한판토스, 한진 등도 해외 배송 대행업체와의 네트워크 강화, 해외 운송·통관·국내 택배 원스톱 실시, 자체 해외 배송 대행 서비스 진출을 통해 해외 직구 시장의 대목을 노린다.

몇 해 전부터 가열된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기세에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국내 유통업체들도 올해는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작정이다. 이마트는 1호점(서울 창동점)이 문을 연 11월이 돌아올 때마다 개점맞이 행사를 열어왔는데, 21주년을 맞은 올해는 행사 제목을 아예 ‘블랙 프라이데이’로 달았다. 이마트는 이 행사 기간 내 그동안 할인에 인색했던 카테고리 1등 상품 등을 대폭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딱히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응하는 의미라기보다는, 침체된 국내 소비 심리를 일으키고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용어를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해외 직구 전용 카드도 출시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등도 해외 직구로 많이 팔리는 브랜드 전용 편집매장(멀티숍)을 열거나 관련 상품들을 추가 할인하는 기획전을 여는 등 안방 손님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들도 블프데이를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인다. 우리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등은 최근 해외 직구 전용 카드를 출시해 해외 결제 금액의 일부를 캐시백으로 적립해주거나 배송비를 즉시 할인해주는 등의 혜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해외의 쇼핑 특수가 국내 기업들까지 쥐고 흔드는 것은 해외 직구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 직구 건수는 1115만9000건, 금액은 약 10억4000만 달러(약 1조1029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표 1> 참조). 연말 특수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9월까지의 실적 또한 이미 988만3000건에 9억5000만 달러를 채웠다. 

해외 직구로 국내 소비자들이 사들이는 품목도 종전에는 건강식품, 화장품·의류 등에 한정돼 있었지만 점차 전 품목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표 2> 참조). 지난 6월부터는 관세나 부가세 등이 면제되고 수입 승인과 같은 별도 절차가 생략되는 목록 통관 대상이 일부 식·의약품 등을 제외한 미화 100달러 이하(한·미 FTA 대상 물품은 200달러 이하) 모든 소비재로 확대되면서 해외 직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최근 해외 직구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해외 직구가 민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0.3%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내와 해외 구입 가격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한 해외 직구 열풍은 당분간 지속돼 그 비중이 점차 높아지리라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출처: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09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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