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선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
"상상이 없는 곳에는 공포도 없다."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ayle, 1988). |
심상은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마음의 귀로 듣는 정신활동을 의미한다. 심상을 통해 우리는 과거, 미래는 물론 미지의 세계 어떤 곳이든 가볼 수 있다. 즉 심상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시간과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강의 중 학생들에게 미래 기억을 가지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들 알쏭달쏭한 표정이다. 경험하지도 않은 미래에 일어날 것들 = 미래기억을 미리 보는 것이 가능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심상을 통해 미래 시간과 미래 장소를 마음속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시간, 미래의 장소로 가 나의 미래를 경험하고 그것을 나의 미래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다. 신경심리학자 샤롯(Sharot et al., 2007)은 미래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이 어디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미래에 경험할 정서사건들을 마음속에 떠올려보도록 한 뒤 뇌를 촬영해 보았다. 그 결과, 미래사건을 상상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우리의 뇌 영역은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다(Addis et al., 2007). 즉, 미래 기억 -심상을 통해 미래 시간과 미래 장소를 투사해 미래 사건들을 마음속에서 미리 경험하는 것- 은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과 유사하게 우리의 뇌에서 반응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미래 기억은 얼마든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미래기억을 어렵지 않게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 미래 시간과 미래 장소를 투사하여 만들어갈 수 있다. 더욱이 미래기억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정서와 유의한 관련성이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 및 행동화 경향성을 높이기도 한다. |
어떤 심상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기분이 달라진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실험 패러다임을 통해 심상과 정서의 관계를 연구해온 에밀리 홈즈(Emily Holmes)와 동료들은 우리가 어떤 사건의 의미에 집중하여 생각하는 것보다 사건을 심상으로 떠올리는 것이 우리의 정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보았다. 저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련의 스크립트를 컴퓨터 화면에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한 집단에게는 스크립트에 나와 있는 이야기의 의미에 집중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다른 한 집단에게는 스크립트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마치 영화를 보듯 마음속에 심상으로 떠올려 보라고 지시하였다. 결과 긍정적인 스크립트를 심상으로 떠올려보도록 또는 부정적인 스크립트를 심상으로 떠올려보도록 훈련받은 집단은 스크립트의 의미에 집중해보도록 지시받은 집단보다 긍정정서 또는 부정정서가 더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Holmes & Mathews, 2005; Holmes et al., 2006). 즉 심상이 정서에 미치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떠올리는 미래에 대한 심상이 우리의 정서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순간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나의 정서 상태를 살펴보자. 아마도 홈즈 박사의 연구팀에서 나온 결과와 유사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내일 멋진 사람과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보자. 한달 후 원하던 학교, 원하던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는 장면을 그려보자. 5년 후 대기업에 취직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기분이 어떠한가? 반대로 내일 사귀던 사람으로부터 이별 통보받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10년 후 병들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자. 기분이 어떠한가? |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 골룸이란 캐릭터가 나온다. 결정의 기로에 서서 골룸은 한번은 악마의 이미지 한번은 선의 이미지를 마음속으로 번갈아 떠올린다. 이미지 속의 어느 쪽과 손을 잡을 것인가에 따라 골룸의 행동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심상을 그려내는가에 따라 우리의 행동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종종 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난 후 이를 현실화하려는 소망이 극대화되면서 행동으로 실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 특히 그것이 미래의 어떤 결과와 관련된 것일 경우 이를 현실화하려는 욕구가 극대화될 수 있고, 따라서 자신이 그리는 이미지를 행동화하려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
아직 가보지 않은, 경험하지 않은, 자신의 미래 기억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미래의 특정 시간, 그리고 미래의 특정 공간을 마음에 투사하여 그려보아라. 그리고 가능하면, 지금까지 해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그리고 되고 싶은 자신의 미래를 마음속에 매일 1분간이라도 떠올리고 그곳에 머물러 보아라. 그곳에 도달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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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summer/sub.html?category=13&psyNow=23&UID=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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