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금융지식 높을수록 퇴직연금 수익률도 높아
"내가 직접 선택" 실적배당상품 비중 2배로 늘리기도

 

◆ 제역할 못하는 퇴직연금 ③ 연금주권 의식 노후자금 부담 줄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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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사 9년차로 국내 대형 증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 모씨(36)는 자신의 퇴직연금이 확정급여(DB)형인지 확정기여(DC)형인지 잘 알지 못한다. 몇 해 전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전환하면서 회사 측에 일임하고 자신은 별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으로 국내 퇴직연금은 제도적으로는 일단 토양을 제대로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가입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려면 가입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연금 주권의식의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DC형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 6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금융지식이 높은 투자자일수록 투자 수익률이 높고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금융지식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2013년 기준)은 4.16%, 금융지식이 중간인 가입자는 평균 3.46%, 금융지식이 낮은 가입자는 평균 3.07%였다. 수익률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22.6%, 9.8%, 6.9% 순이었다. 금융지식에 따른 수익률의 차이는 퇴직연금 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에 따라 갈렸다. 금융지식이 높은 가입자는 실적배당 상품 비중이 약 40%로 높은 반면, 금융지식이 중간이거나 낮은 가입자는 실적배당 상품 비중이 20% 미만이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실장은 "현재 국내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운영 관여도가 매우 낮고, 사업자와 사용자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어 제도 본연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DC형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가 스스로 연금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은 23.5%에 불과했다. 회사 또는 사업자 등에 의존하는 가입자가 53.8%로 절반이 넘었다. 가입자가 투자할 상품을 선택하지 않아 기본적인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용이 지속되는 비율도 20.7%에 달했다.

호주의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의 경우 전체 퇴직연금 기금 가운데 약 70%가 근로자에게 운용지시권을 부여하고, 여러 자산군에 각기 다른 비중으로 자산을 배분한 100개 이상의 연금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 연금 가입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이나 산업에서 설립한 기금뿐 아니라 다른 기업ㆍ산업이나 금융사가 설립한 기금 상품에도 자유롭게 가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상품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은 것이다.

칠레는 정부 주도로 2002년 퇴직연금 전용 상품인 `멀티 펀드(Multi-Fund)`를 도입해 연금 가입자들의 투자 성향과 연령대에 따라 맞춤형 상품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멀티펀드는 최대 가능한 주식투자 한도에 따라 펀드A(80%), 펀드B(60%), 펀드C(40%), 펀드D(20%), 펀드E(0%) 등 5개 상품으로 나뉜다. 2002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12년 동안 연평균 실질 수익률은 펀드A(6.90%), 펀드B(5.78%), 펀드C(5.27%), 펀드D(4.84%), 펀드E(4.11%) 순으로 주식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8월 발표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서 기존 계약형 이외에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 근로자가 사내 기금운용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등 연금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또 DC형과 개인퇴직계좌(IRP)형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기존 40%에서 70%로 높이면서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효율적인 노후 준비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가입자들의 연금 주권의식 확립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우수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자신의 연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연금 사업자나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연금 가입자들에 대한 다양한 연금 상품 제공 및 체계적인 교육, 검증된 연금상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표준 포트폴리오` 도입 등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하에서는 우선 칠레의 멀티펀드 제도 등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표준 포트폴리오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5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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