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아동 수에 따라 돈 주니 정원 초과 예사

③ 양육수당, 보육료의 절반…집에서 안 키워
④ “교사 넘치는데 자르고 싼값에 뽑지 뭐” 악용도


◆ MK 리포트 / 어린이집 4大 모럴해저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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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K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획일화된 보육 정책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육 예산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배 방식에 있어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 무상보육이 전면 확대된 2012년과 2013년에는 보육예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각각 23%, 40%에 달했다. 이 같은 증가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2012년 135건에서 2013년 232건으로 대폭 늘었다. 반시장적 정책이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을 해야 하는 민간 어린이집의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 보육료 상한제 

어느 어린이집을 가든 동네별로 비슷비슷한 보육료를 받는 이유는 정부가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보육료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일종의 보육료 상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료 상한제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싶은 부모들이 어린이집 대신 학원 형식으로 등록한 유사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각종 부대 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에 위치한 어린이집이 상대적으로 경영난을 더 많이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어린이집 근무 경험이 있는 주부 김민경 씨(43)는 “어린이집이 쓸 수 있는 돈이 고정돼 있다 보니 결국 원장 처지에서는 애들 급식이나 교육방식, 교사들 월급을 후려쳐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며 “보육 서비스 질을 높이려면 보육료 상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어린이집이 버티기 힘든 구조를 만드는 보육료 상한제는 민간 어린이집 경쟁력을 깎아먹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오은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부 예산에서 원장과 교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인센티브도 있다”며 “민간 어린이집은 그런 지원이 없다 보니 교사에게 높은 임금을 줄 수 없고 교사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전국보육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급여 수당을 합쳐 보육교사가 매달 받는 돈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평균 188만원, 민간 어린이집이 145만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 1인당 보육료 지원 

아동 1명당 일정 금액을 획일적으로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보육료 지원 정책도 어린이집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어린이집으로서는 능력을 벗어나더라도 더 많은 아동을 받아 운영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무분별한 아동 수 확대를 막기 위해 연령별로 3·5·7·15·20명으로 제한하는 지침을 두고 있지만 어린이집 요구에 따라 2~3명씩 초과 보육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정 어린이집은 원장이 아이를 돌보고, 남편이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등 교육적 목적보다는 사실상 생계수단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곳에서는 정원보다 많은 아동을 보육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아동 수 확대는 교사의 스트레스 지수 상승과도 직결된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육교사들은 늘 과로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데 급여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사회가 보육교사의 사회적 지위를 낮추기 때문에 결국 간접적인 아동학대 사고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보육료를 아동 수에 따라 획일적으로 지원하다 보니 정부 보육 예산도 보육 환경이나 교사 처우 개선에 점점 덜 쓰이는 기형적 구조가 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어린이집 운영·지원 예산이 전체 보육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41.8%에서 2013년 14.4%로 급감했다. 대신 영유아 보육료 지원 예산은 같은 기간 55.6%에서 62.9%로 늘어났다. 

◆ 낮은 양육수당 

부모가 아이를 직접 키웠을 때 정부에서 받는 양육수당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정부가 주는 보조금인 보육료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영유아 가정 부모가 “일단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록하고 보자”는 심리를 확산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살배기 딸아이를 둔 최민영 씨(34)는 전업주부인데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종일반이 아닌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만 아이를 맡기는 최씨가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보육료 지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최씨는 “당장 양육수당이 보육료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특별활동비나 입학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보내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만 0세 보육료는 39만4000원이고 양육수당은 12개월 미만이 20만원이다. 양육수당이 보육료 절반 수준인 셈이다. 만 1세 보육료는 34만7000원이고 24개월 미만 양육수당은 15만원이어서 역시 절반에 못 미친다. 만 2세가 되면 보육료가 28만6000원으로 36개월 미만 양육수당 10만원보다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보육료를 3% 끌어올려 만 0세는 40만6000원, 만 1세는 35만7000원, 만2세는 29만5000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보육료와 양육수당 격차가 더 커지니 ‘차라리 어린이집에 보내 본전을 뽑겠다’는 인식만 확산되고 있다. 결국 어린이집 아동 수 확대에 정부가 일조한 셈이다. 

◆ 교사 자격증 남발 

과거 빠른 속도로 보육교사를 배출하기 위해 만든 자격증 제도도 수요와 공급 원리에 맞지 않는 ‘관제’ 초과 공급 상황을 만들었다. 교사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에 어린이집 원장들이 교사 처우 개선에 신경 쓸 이유를 없앴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졸업 이상 학력에 현장실습을 나가는 반면 보육교사는 고등학교 학력만 있으면 사이버대학과 학점은행 등에서 1년 미만 속성으로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결국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20만명에 육박하는데 실제 근무자는 3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이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보육료 지원을 해봤자 교사 수당을 올릴 필요가 없고, 저임금으로 손쉽게 고용할 수 있는 구직 희망자를 찾는다는 말이다. 

어린이집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주부는 “유치원을 못 가고 어린이집만 갈 수 있는 자격증이 보육교사 자격증 3급인데 현장에서 이런 교사들을 보면 일부이긴 하겠지만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며 “심지어 자격증 따는 과정에서 교사 인성교육이란 과정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시영 기자 / 김유태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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