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평가는 뒷전…오히려 덩치 큰 회사에 자금지원하는 아이러니

은행연합회 보고서 분석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고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 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술금융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자산이 많고 역사가 길어 재무구조가 우수한 기업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당초 기술금융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은행연합회가 최근 은행권 기술금융 지원 실태를 조사해 작성한 '기술등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업력과 자산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우수 기술등급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한 지 1년 미만인 기업이 기술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는 T1~T6 등급(우수등급)을 받은 비율은 전체 기술평가 대상 기업 중 4.8%에 불과했다. 반면 역사가 20년 넘는 기업은 이 비율이 13.97%, 12~20년인 기업은 24.9%에 달했다. 

기술등급은 T1부터 T10까지 10등급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기술력이 높다는 뜻으로, 주로 오래된 기업 중심으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또 자산 규모가 1억원을 밑도는 기업 중 우수등급 비중은 2.21%에 불과했고 10억~100억원 기업은 이 비중이 53.1%로 절반을 넘었다. 100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기업 중 우수등급 비중도 28.1%에 달했다. 결국 설립된 지 오래되고 자산 규모가 큰 기업 중심으로 기술금융 지원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 NICE평가정보 등 3개 기술신용평가사(TCB)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평가한 2만9000여 개 기업에 대한 기술등급과 자산 규모, 업력 등 연관 데이터를 은행연합회가 분석한 결과다. 기술금융 지원 근거가 되는 기술등급 판정이 기술력 심사보다는 재무구조 건전성 등 기존 은행들 심사 방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또 종업원 수가 많을수록 기술 등급이 우수해 금융 지원을 많이 받았다. 

정의혁 IBK기업은행 기술금융부 팀장은 "좀 더 실질적으로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도 "재무제표 중심인 금융지원 체계에서 소외돼 온 많은 우수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기술신용평가 등을 도입했지만 기술력만 믿고 자금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도 총자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재무현황(2013년 기준)과 기술등급을 비교한 결과 각 항목 수치가 클수록 우수한 기술등급이 많이 부여되고 있었다.  

[김덕식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34121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