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최루탄·물대포 쏘며 강경 진압하자…시민들 우산으로 막아내며 격렬하게 맞서
은행·학교 속속 문닫고 주가도 곤두박질

■ 홍콩 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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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홍콩 시내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역 인근. 오후 늦은 시간이 되자 이날 오전부터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이던 학생과 시민들이 일제히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시위대 행렬은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애드머럴티역까지 이어진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불어났다.

이들은 전날부터 밤새 이어진 시위 탓에 지칠 만도 했지만 얼굴 표정은 결의로 가득 차 보였다. 자신을 홍콩대 학생이라고 소개한 리치앙 씨(24)는 기자에게 "중국 정부가 홍콩을 자신들 방식대로 완전하게 지배하려는 시발점에 있는 것 같다"며 "베이징 당국이 전향적 태도를 취할 때까지 우리는 투쟁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강상태를 보였던 시위가 다시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당국도 경찰 병력을 대규모로 증원했다. 낮에는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거리를 지켰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 방패와 방독면, 곤봉을 소지한 진압 경찰이 자리를 대신해 긴장감이 팽배해졌다.

이번 시위는 홍콩 24개 대학이 지난 2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마련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뜻으로 동맹휴업에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전인대는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홍콩 민주 세력은 이런 결정을 반중국 성향 인사의 출마를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위는 중ㆍ고교 학생들에 이어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까지 본격적으로 가담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이 전날 곤봉과 최루스프레이, 최루가스, 물대포를 사용해 강경 진압을 시도하자 성난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뒤늦게 거리로 나온 미용사 키코쿽 씨(26)는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스프레이에 맞서 우산을 펼쳐가며 대응한 것을 두고 이번 민주화 시위에 `우산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위가 지속되면서 문을 닫는 은행과 수업을 중단한 학교가 속출했다. 홍콩통화국(HKMA)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했다. 이에 따라 시위 지역 17개 은행의 29개 지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홍콩 증시는 정상적으로 열렸지만 항셍지수는 1.9% 떨어졌다. 시내버스 200여 대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홍콩섬 서부 지역 초ㆍ중ㆍ고교가 대부분 휴교했다. 홍콩 정부는 다음달 1일 궈칭제(국경절)를 맞이해 실시하려던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를 안전상 이유로 전격 취소했다.

정치권에서는 량전잉 홍콩 행정장관에 대해 사임 압박을 지속했다. 23명의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들은 량 장관 탄핵을 논의할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정부는 홍콩 당국에 사실상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국무원 홍콩ㆍ마카오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8일자 성명에서 "중국 정부는 홍콩 내에서 법치를 파괴하고 사회안녕을 훼손하는 위법 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홍콩의 시위가 확대되면서 미디어를 통한 확산을 차단했다. 중국 내에서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사용이 차단됐고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검색 금지 단어가 됐다.

대만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한 나라, 두 제도)`식 통일의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시위를 억압하는 것은 홍콩의 미래와 중국의 평판을 해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 홍콩 = 김대기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5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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