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변동보험 가입 되레 줄어 위험 무방비
엔화가치 더 떨어지면 내년 성장률 0.27%P 하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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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제` 제조업체인 충북 청주의 중소기업 A사 사장은 "엔저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A사는 2차전지를 만드는 대기업에 양극제를 납품해왔지만 최근 엔저로 일본산 양극제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대기업들이 일본 업체로 소재 공급처를 돌리는 바람에 납품처를 잃었다. 발광다이오드(LED) 업계 관계자는 "엔저 탓에 관 뚜껑을 닫았다"는 표현을 썼다. 이미 저가 중국산 제품에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당한 상황에서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산 제품까지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엔저 공포`에 떨고 있다. 엔저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데다 환율 변동에 따른 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최근 원ㆍ엔 환율 움직임이 지난 두 번의 외환위기ㆍ금융위기 직전 시기적 패턴과 흡사하다는 분석까지 나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25일 개최한 `추락하는 원ㆍ엔 환율,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수출증가율이 2012년 이후 주저앉은 것은 달러 강세로 엔화 약세는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원화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약세화가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기흥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2013년 기준으로 우리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일본의 상위 100대 품목과 중복되는 품목이 55개"라며 "우리 총수출에서 54%를 차지하는 이 품목들이 엔저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의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ㆍ일 금리차 확대, 일본의 소비세 인상 이후 경기회복세 둔화 등으로 엔저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엔화 가치가 5.3% 추가적으로 하락하면 한국은 순수출 감소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0.27%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68억달러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변 실장은 "엔저가 심화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16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며 "이에 따라 원화 가치는 내년 중 약 5% 추가 절상돼 (현재 950원대인) 100엔당 원화값이 881.7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저 우려감은 이처럼 커진 반면 환 헤지를 목적으로 기업들이 가입하는 환변동보험 가입 규모는 작년보다 쪼그라들었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무보 환변동보험 가입 시 기준통화를 엔화로 설정한 기업은 작년보다 줄었다. 환변동보험 엔화 가입 기업의 전체 이용 금액은 올해 8월까지 1142억원(원화 환산 기준)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1455억원에 비해 27% 감소한 수치다. 연일 추락하는 원ㆍ엔 환율을 고려하면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기업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8월 100엔당 평균 환율은 996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환변동보험은 수출입 거래금액을 특정 환율에 고정시키는 상품이다.
보험 청약 시 보장환율을 기준으로 삼아 환율이 하락하면 무보가 보험금을 주고,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환수금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구조다. 

원ㆍ엔 환율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정부와 한국은행 또한 대책 마련에 부심한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 16일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원ㆍ엔 환율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승진 기자 / 김유태 기자 / 김태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40418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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