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벌주는 문화선 그 누구도 창의라는 위험 감내하지 않아

창업은 민간이 주도, 기업가 우대해주며 장기전으로 가야


◆ 제15회 세계지식포럼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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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식포럼에서 벤 카스노카 와사비벤처스 자문위원,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 앤드루 맥아피 MIT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연구원,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왼쪽부터)가 ‘창조경제의 길’ 세션에서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재기를 위한 제도 등이 갖춰진다면 세계적 기업들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앤드루 맥아피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연구원) 실패를 허용하라. 올해 세계지식포럼 ‘창조경제로 가는 길’ 세션에 모인 전 세계 창조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은 것이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그 누구도 창조적이 되는 위험을 감내하지 않는다는 것.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은 “(한국처럼) 한쪽에서는 실패해도 좋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실패했다고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를리히 회장이 설명한 이스라엘 방식에서는 스타트업 등이 실패한 뒤에도 정부 등에서 받았던 지원금을 반납할 필요는 없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최고경영자(대표)는 “일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장과 회사를 동일시하다 보니 회사가 실패하면 해당 기업에 몸담았던 모든 사람을 실패자로 본다는 것. 

류 대표는 “회사와 개인을 별개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어야 창조적인 대표가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로 가는 길’ 세션에는 존 칠드러스 글로벌리더십자문단 회장이 좌장을 맡고 맥아피 수석연구원, 벤 카스노카 와사비벤처스 자문위원, 에를리히 회장, 류중희 대표가 참여했다. 

혁신, 창의성, 창조경제. 모두 그럴듯한 말이지만 실체가 모호하다. 

이들은 21세기 창조경제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국제화’ ‘교육’ ‘문화’ 등을 꼽았다. 

13세 때 이미 창업을 했던 카스노카 위원은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기업가정신을 꼽았다. 카스노카 위원은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세 가지를 들었다. 무엇보다 ‘민간 주도, 정부 지원’ 구도가 명확해야 한다. 

그는 이를 “기업가가 리더가 되고 정부와 학계가 재정 및 이론적 지원을 해주는 피더(feeder)가 돼야 한다”고 표현했다. 정부에서 스타트업을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장기적인 벤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원. 방점은 ‘장기’에 찍혀 있다. 세 번째 요소는 기업가를 영웅으로 대접해주는 문화다. 

맥아피 연구원은 창의적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MIT 역시 창의적 교육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평했다. 오히려 그는 어린 시절 뭐든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는 몬테소리가 더 나았다고 평했다. 

맥아피 연구원은 “MIT가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창조성을 기르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한국 스스로 교육이 과연 MIT식인지, 몬테소리식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자금 조달과 시장 개척에서 국제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은 전체 연구개발(R&D) 자금 중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고 평했다. 

요즈마그룹에 따르면 이스라엘 창업 기업에 외국 자본이 40%나 몰리는데 한국은 0%다. 자금 조달 단계부터 해외를 생각하는 이스라엘 기업들은 더 국제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에를리히 회장은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1조원 규모의 펀드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올라웍스를 창업해 2012년 인텔에 매각한 류중희 대표도 국제화에 힘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국내 기업들의 시야가 국한돼 있는데 이를 해외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스노카 위원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직업에 대한 관념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주와 고용인 간 관계가 ‘동맹(alliance)’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개인의 ‘동맹’이란 정해진 기간에 회사와 개인이 계약을 맺고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형태를 뜻한다. 기업이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계약 기간 중에는 더 많은 재량권을 보장한다. 반대로 직원들은 회사에서 역량을 키워 창업을 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더 좋은 조건이 갖출 수 있도록 회사를 활용하는 관계다.  

[손유리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3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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