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양질의 일자리’ 265만개 vs 노동력 528만명

금융·대기업, 규제로 일자리 못늘려


◆ 노동시장 잡푸어 충격 ◆ 

 기사의 0번째 이미지

# 허 모군(18)은 이번에 수능을 치렀다. 홀가분하다든지 시원섭섭하다든지 하는 상념 따윈 사치다. 남은 수시전형을 준비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면접 준비를 한다. 그는 “대입이 걱정의 끝이 아니라 취업 걱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군 주변에서도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 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친구가 많다고 한다. 

#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학점 4.5 만점에 4.3, 토익 985점, 공모전 다수 입상. 웬만한 취업준비생은 부러워할 만한 스펙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박 모군(26)의 이번 취업 시즌 성적은 50전 1승 49패. 49패 중 41패는 서류전형에서, 8패는 인·적성시험과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1승도 최종 합격은 아니고 아직 면접이 남아 있다. 그는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는 절망적”이라며 “뭐가 잘못된 건지 알고 싶어서 요새는 취업 컨설팅 학원을 다닌다”고 말했다. 

어려운 대입 관문을 뚫고도 ‘대졸자의 눈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마다 대졸자의 공급은 넘쳐나지만 대졸자 눈에 찰 만한 양질의 일자리는 공급의 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허 모군의 앞날은 박 모군의 지금 모습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시험생들이 취업을 시작하는 2019년엔 고용시장의 초과 공급이 263만개에 달할 전망이다. 이 수치는 양질의 일자리와 양질의 노동력 차이를 나타낸 것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25~39세 전체 일자리 중 평균임금 90% 이상인 자리를, 양질의 노동력은 25~39세 경제활동인구,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중 초대졸 이상으로 정의했다. 

양질의 노동력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양질의 일자리 규모를 역전했고, 2004년 이후에는 항상 두 배를 넘었다. 연간 200만개 이상의 미스 매칭이 발생한 것이다. 2002~2012년 사이 매년 60만명 이상 대졸자가 배출된 결과, 양질의 노동력은 작년에 584만명에 달했다. 

이진영 한경연 연구위원은 “그나마 희망적인 건 학부모들도 대학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라며 “2005년부터 대학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진학률은 2005년 82.1%에서 2010년 79.0%, 2013년 70.7% 로 하락했다. 이와 더불어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양질의 노동력은 2019년 528만명으로 감소한다. 

그러나 양질의 노동력이 감소해 미스 매칭 갭(Gap)이 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2배 정도 초과한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매우 느리게 증가하는 게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는 2008년 244만개였으나 2013년에도 그대로 244만개에 머물렀다. 2019년에는 21만개 정도 늘어난 265만개로 추정됐다. 올해 수능시험생이 64만619명인데 남학생은 군 입대로 2019년 이후에야 취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년 쏟아지는 대졸자를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너무 많이 쏟아진 대졸자도 문제지만 규제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금융, 대기업의 일자리가 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대졸 실업 문제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법무, 회계 등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업 규제만 풀어도 2020년까지 신규 일자리가 4만3035개 만들어진다”며 “규제 완화로 일자리가 늘리는 동시에 고졸 취업을 활성화해 대학 진학률을 더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30075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