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분은 12%로 낮춰 부담 덜어줘

국제탄소시장 활용 현실성 떨어지고 원전 증설 과제


◆ 온실가스37% 감축 ◆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한국이 지난달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INDC)은 저탄소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압박과 감축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산업계 요구를 동시에 돌파해야 한다는 고심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은 가능하겠지만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이 불가피해질 전망인 데다 수송이나 건물 등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강도 높게 줄여야 해 향후 실현 가능한 업종별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게 당위적 과제로 떠올랐다. 또 외국시장에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도 정부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정부는 2030년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여 온실가스를 5억3587만t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온실가스를 25.7% 감축하는 시나리오 3안을 기본 감축목표치로 설정하면서 나머지 11.3%를 국제탄소시장매커니즘(IMM)을 활용해 외부 배출권으로 상쇄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국도 멕시코 INDC처럼 '조건부 감축'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셈이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4300만t까지 낮추겠다는 MB정부 당시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을 번복하지 않으면서도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분은 당초 시나리오 2안인 12%로 설정해 기업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의도다. 

당장 국제사회는 한국이 국내적으로 도출했던 시나리오 1~4안보다 진전된 결론을 낸 만큼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UNFCCC에서 직접 협상대표단장을 맡고 있는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2030년까지 감축목표치를 37%로 설정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진전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평가했다.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이 불가피한 데다 수송과 건물 등 비(非)산업 부문에서는 감축 부담이 반대로 늘어난다. 

결국 내년 초까지 정부가 도출해낼 향후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두 번째 과제가 될 전망이다. 

강도 높은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만큼 원전 증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당장 큰 숙제로 남게 됐다. 2030년까지 원전이 추가 폐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전 추가 증설 없는 온실가스 감축은 허황된 공언에 그칠 수 있어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석탄화력발전 노후시설에서 환경성을 높인다든지, 원전기술을 통해 전력 공급량을 늘리는 등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원전 수를 추가로 늘리는 등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에너지 수급 계획을 통해 이 같은 부분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분 중 30%가량은 IMM을 활용해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탄소배출권 구매를 위한 자금 등 구체적 방안도 확정하지 못했다. IMM을 통한 감축 활용은 스위스 캐나다 모로코 멕시코 등 INDC를 이미 제출한 국가들이 감축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한 별도 수단이지만 아직 그 규칙에 대해서는 UNFCCC 측이 방침을 구체화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감축목표치 설정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IMM 활용과 원전 증설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시 필요해졌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14.7~31.3% 감축)보다 감축목표치를 더 높인 것은 국제사회 분위기와 시민사회 압박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가 4가지 방안을 발표하자 미국 등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한국이 기후변화 목표치에 최대한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해 기후변화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직설적으로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은 아직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해 감축 여력이 충분하지 않지만 의욕적인 목표가 도출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상 간 통화 이면에서 영국과 호주도 한국 INDC 시나리오에 대해 선제적으로 염려를 표명하는 등 국제사회 반발이 심각했다. 청와대와 각 부처는 온실가스 목표치 조정을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고도의 보안 속에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긴급 개최해 INDC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시나리오 3·4안 또는 이보다 목표치가 높은 별도 '오프셋' 안을 결정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존 목표치를 급선회한 것도 서별관 회의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사회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 놓은 MB정부가 야속하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박근혜정부 측 부담이 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마저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인 한국을 전부 주시하고 있어 경제계 요구만 들어주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선걸 기자 / 박윤수 기자 / 김유태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25019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