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글로벌 IT기업 애플은 처음부터 배당에 우호적인 기업이 아니었다. 애플은 2012년까지만 해도 배당에 매우 인색했다. 2011년에 1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지급은 물론 자사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그러던 애플이 2012년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17년 만이다. 3년간 자사주 100억달러어치 취득을 포함해 450억달러를 주주 환원으로 풀기로 약속했다. 애플은 올해 들어서도 액면분할과 함께 배당금 확대를 약속하며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이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배당 역사가 그다지 길지 않다. MS가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한 것은 2003년이다. 이후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렸고 지난해에는 최대 400억달러까지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하고 배당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한동안 배당과 담쌓고 지내던 애플과 MS가 대표적인 주주 이익 환원 정책 기업으로 회자되게 된 데는 성장 정체와 주주에 대한 인식과 관련 있다. 애플이 배당을 확 늘리기로 한 것은 고속 성장이 멈춘 시점에 나왔다. 애플은 2012년 스티브 잡스 사망과 아이폰 판매 감소 등으로 순이익이 18%나 줄어들었다. 더 이상 현금을 쌓아놓고 있어 봤자 주주들이 원하는 실적을 올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물론 주주들의 거센 저항도 한몫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03년 이전까지 매출이 10% 이상 성장했지만 2004년 이후 8%로 내려앉자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수립하게 됐다. 두 회사 모두 성장주에서 배당주로 선회하게 된 것인데 여기에는 주주에 대한 마인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주를 중시해 기업 이익 중 일정 부분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덕분에 이들 기업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많은 기업들이 배당정책에서 새로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주요 국가 중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배당을 확대하라는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기업들은 이익이 늘어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면서도 배당은 과거에 비해 늘리지 않았다. 투자를 확대한 것도 아니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등으로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위험성이 커져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투자자들은 주가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자 배당이라도 더 받으려는 욕구가 커졌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노골적으로 배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에 배당을 확대하라고 공식으로 요구하고 나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급기야 정부까지 나섰다. 정부는 최근 적정 수준 이상으로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이익환류세를 물리기로 했다. 기업이 이익금을 투자하거나 배당 또는 임금 등으로 사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거나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유보금에 세금을 물린다 해서 배당이 늘어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기업들이 유보율을 얼마든지 조정함으로써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진정 배당이 늘어나려면 기업들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일반 주주들을 중시하는 마인드다. 그간 많은 기업은 소액주주들을 사실상 봉으로 취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보유하면 이익이 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주가도 유지된다.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보금을 더 효율적으로 굴릴 자신이 없으면 투자자들에게 일정 부분 돌려주는 것이 유리하다.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압력은 점점 거세질 것이다. 기왕 이런 분위기라면 기업들이 스스로 적정 기준을 정해 먼저 행동하는 게 낫다. 배당에 인색했던 애플과 MS가 주주 환원 정책으로 돌아선 것은 단순히 투자자들이 예뻐서가 아닐 게다.

[위정환 증권부장]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03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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