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경험하는 경영 환경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부카 월드(VUCA World)라고 할 수 있다. 변화가 심하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기업 환경을 수식하는 단어 이니셜을 딴 신조어다. 부카월드에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하루아침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경쟁에 앞서는 것 외엔 성장할 길이 없는 것이다.

최근 롤랜드버거는 전 세계 다양한 산업에 걸쳐 다양한 규모를 가진 50개 표본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이 어떻게 부카월드에 적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어떤 기업들은 기존 산업과 시장에서 능동적인 게임체인저로, 또 다른 기업들은 심지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부카월드에서 승자가 되고 있다.
 

이들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ㆍ애플 등 잘 알려진 기업 외에 프랑스 통신 기업인 프리(Free), 미국 스트리밍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 스페인 의류 브랜드인 자라(ZARA)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리는 저가 인터넷과 통신서비스 상품을 통해 프랑스 통신시장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프리가 시장 주도권을 획득하게 된 비결은 사용자들이 직접 서비스 상품과 관련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사용자 간 만남과 아이디어 공유가 가능한 강력한 사이버 커뮤니티를 구성하게 했다. 이를 통해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사후 서비스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게 됐다.

프리는 프랑스 통신서비스 가격을 유럽 최고 수준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렸으며 기존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전략을 재편해 저가 상품을 내놓게 만들었다.
 
게임룰 뒤집고, 고객에 맡기고, 재빨리 바꿨다
 
고객설문 결과 실제로 프리 고객 이탈률은 경쟁사보다 매우 낮으면서도 서비스 추천율은 다른 경쟁사 고객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CRMㆍ마케팅을 포함한 간접비 매출 비중도 경쟁사인 오렌지(Orange) 절반 수준인 15%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시장 흐름에 따라 능동적으로 사업 내용을 변화시켜 왔으며, 이를 위해 새롭게 진입하는 시장마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게임룰을 재편해 주도권을 획득했다. 초창기 DVD 대여 시장에 일반 메일을 이용한 렌탈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키더니,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가 안정되는 시점에서 스트리밍과 VOD 사업을 주도했다. 이제는 넷플릭스는 '하우스오브카드'라는 드라마까지 만드는 성공적인 콘텐츠 제공자로 변신했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당시 대형 비디오 렌탈 체인이나 할리우드보다도 혁신적이고 민첩한 것이었다. 결국 넷플릭스는 기존 DVD나 게임 대여업에서 강자였던 블록버스터(Blockbuster)가 쇠퇴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고객 시청 취향과 습관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설계한 사업전략은 콘텐츠 제공자로서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기가 있었던 어떤 영화를 본 고객들은 그 영화 주연배우가 출연하거나 감독이 연출한 다른 영화를 많이 본다는 분석에 바탕해 작품을 제작한 게 그 예다.

자라는 극도로 짧은 생산 사이클을 통해 공급망(supply chain)을 민첩하게 운영함으로써 한 달 이내에 패션 트렌드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부카월드가 출현하기 이전인 1974년에 창립된 자라는 뛰어난 조직의 민첩성으로 인해 부카월드에서 승자가 된 것이다. 지속적으로 판매점에서 들어오는 피드백 덕분에 새로운 트렌드를 바로 인지하게 되고 이를 상품화해 주요 시장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했다. 자라는 경쟁사와는 다르게 아시아보다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생산기지가 있다.

이렇게 경쟁사보다 물류에 드는 시간을 줄여 결과적으로 자라 제품군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그리고 자주 업데이트됐다. 이것은 고객이 매장을 방문한 즉시 바로 옷을 사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다음주에는 팔려서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때마다 새로워지는 제품들이 고객으로 하여금 매장 방문 횟수를 늘리도록 한 것은 물론이다. 설문에 따르면 실제로 고객들이 자라 매장을 방문하는 횟수는 연간 15~20회로 경쟁사(4~5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혁신은 부카월드에서도 당연히 수익성 있는 성장이라는 사업 성과로 나타났다. 프리, 넷플릭스, 자라는 지난 5년간 각각 연평균 18%, 28%, 11% 이상 성장했다.
 
 
글 : 이석근 대표, 이수성 부사장 (롤랜드버거코리아)

 

 

출처: http://bizion.mk.co.kr/bbs/board.php?bo_table=column&wr_id=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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