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최여정 씨(34ㆍ가명)는 강남 학동사거리의 한 파스타집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한 후 커피집을 찾다가 우연히 `카페 풋루스`를 발견했다. 모던 빈티지풍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최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카페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던 중 곳곳에 진열된 자전거를 보고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웬 자전거?`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에게 답을 듣는 순간, 최씨는 또 한번 놀랐다. `카페 풋루스`는 `자동차 부품 회사` 만도와 만도의 `부품 유통 계열사` 한라마이스터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알고 보니 만도가 야심차게 출시한 전기자전거 `풋루스` 판매ㆍ전시공간이 화려한 레스토랑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외식시장에 `굴뚝 제조업체` 열풍이 거세다.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외식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식품 기업과 유명 레스토랑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신사업과 연계한 시너지 높이기는 물론 `굴뚝` 냄새가 강했던 기업 이미지 변신에 `음식`이 키워드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출장과 연수 등으로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자녀들의 해외 경험이 늘고 있는 것도 외식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라마이스터 관계자는 "굴뚝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신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음식사업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카페 풋루스는 시범적으로 2012년과 2013년 2년간 총 3개점을 오픈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장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2년 전 커피 전문점 주커피를 인수한 타일 전문 제조업체 태영세라믹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이대영 태영세라믹 대표는 "제조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지만 커피전문점은 소비자 니즈가 빨리 바뀌어 의사결정도 신속해야 한다"며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제조업 경영에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는 계열사인 서울랜드를 통해 한우 전문 고급 레스토랑인 로즈힐을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 정통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인 캘리포니아피자치킨(CPK)의 국내 영업권을 확보해 용산과 명동, 판교 등 5곳에서 운영 중이다. 한일시멘트는 차우와 세우리 등 2개 외식 법인을 별도로 보유해 향후 외식업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에너지 기업 삼천리는 외식 계열회사인 에스엘앤씨(SL&C)에서 퓨전 중식당인 `Chai(차이)797`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서래마을과 판교에서 운영 중인 주점 `게스트로 펍` 사업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가구 전문업체인 한샘도 대형 직매장 내에서 `샘(SSeM) 카페`를 두 곳 운영 중이다. 지금은 커피와 베이커리를 판매하지만 앞으로 스파게티와 피자 등 식사류도 판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외식사업은 사업 다각화 측면도 있지만, 해외 경험이 많은 자녀들이 운영하는 곳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남기현 기자 / 서찬동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34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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