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8곳·IB 31곳 설문조사

기업 90%, 매각 상대로 동종기업 꼽아
IB “내년 대기업 주도 M&A 큰장 설 듯”


◆ 재계 빅딜 긴급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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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1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정몽규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은 기아자동차 채권단 대표인 이근영 당시 산업은행 총재 등을 만나 기아자동차 주식인수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기아차 인수 포기를 선언한 직후의 일이다. 그리고 10년여 뒤인 2009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미국 포드를 넘어 글로벌 5위로 도약했다. 포드에 멋지게 복수한 셈이다. 재계 인수·합병(M&A) 빅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과 같은 비주력 계열사들을 유화와 방위산업을 주로 하는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기업들이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율적으로 기업을 매각하거나 합치는 이른바 구조조정이 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가 실제로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 나설 것이란 조사가 나왔다. 재계에서는 또 다른 현대·기아차 신화가 탄생할지 주목하고 있다. 8일 매일경제가 국내 주요 기업 28곳과 투자은행(IB) 3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계열사 매각, 합병 등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업 응답자 전체의 18%인 5개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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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은 내년에 계열사 매각 또는 합병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얘기다. 또 기업 28곳 중 8곳은 “다른 기업 인수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M&A가 인수·매각 쌍방이 동의해야 성립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빅딜을 통한 재계의 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계열사 매각 또는 합병의 이유(복수응답)로 기업 수익성 저하(6곳), 저성장 장기화(5곳) 등을 꼽았다.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살아남는 것 자체가 최우선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본부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73%인 23곳이 “향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한 빅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 관계자는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업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위한 M&A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인수금융 디폴트 사태 이후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이 위축되어 있다는 점과 더불어 기업들이 계열사 매각 대상으로 동종 기업을 선호한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을 강화한다. 국내 기업들은 ‘계열사 매각 대상으로 선호하는 상대는 누군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0곳 중 9곳이 동종 기업을 꼽았다. PEF라는 응답은 불과 1곳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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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체 관계자는 “사업 내용을 잘 아는 동종 기업에 매각할 경우 매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데다 매각 상대방 시장 확대 프리미엄으로 매각가도 높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계의 기류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IB 관계자들은 대기업집단이 내년 M&A 시장의 주된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 설문결과(복수응답) 응답자 31곳 중 11곳은 내년 M&A 시장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대기업집단을 꼽았다. 

이는 지난해 매일경제가 동일하게 진행한 설문에서 4곳으로 집계됐던 것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PEF는 내년에는 재계 간 빅딜에 자금을 공급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매일경제 설문에서 IB 31곳 중 21곳은 M&A 시장에서 PEF의 주된 역할은 기업에 M&A 자금을 공급해 공동인수에 나서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긴급설문 참여한 곳 

▶ 기업(가나다순, 총 28곳) 

GS, GS칼텍스, LG화학, LS산전, SKC, SK이노베이션, 금호,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동부, 롯데, 롯데케미칼, 르노삼성, 삼성중공업, 신세계, 에쓰오일, 코오롱, 포스코, 한국GM, 한국타이어, 한라그룹, 현대그룹, 현대모비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효성 

▶ IB(가나다순, 총 31곳) 

CIMB, CITI, EY한영, HMC투자증권, IBK투자증권, JP모건, KB투자증권, KDB대우증권, KTB투자증권, 광장, 교보증권, 대신증권, 도이치, 동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메릴린치, 삼성증권, 삼일PWC, 삼정KPMG,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율촌, 키움증권, 하나대투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증권 

[한우람 기자 / 윤진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506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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