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경제학자 43명 긴급 설문조사
우리나라 경제학자 5명 중 4명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직전 단계이거나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8일 주요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경제연구소 전문가 43명을 대상으로 '거시경제 진단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면 개인과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뒤로 미루는 등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저성장 저물가가 고착화되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을 연상시킨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20명(46.5%)이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 직전 단계라고 응답했다. 디플레이션 초입 국면이라는 응답은 11명(25.6%), 디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했다는 응답자도 4명(9.3%)이었다. 디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 응답이 전체의 81.4%에 달한 셈이다.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과 무관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8명(18.6%)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경제학자들의 경제진단은 거시경제 정책당국인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의 경기인식과 큰 차이가 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최소한 3.3% 이상이 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 경제를 디플레이션과 연결하는 주장은 과하다'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했다고 본 박우성 경희대 교수는 그 이유로 '금리 인하에 반응하지 않는 경기,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0% 수준을 이어나가는 물가상승률'을 꼽았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도 "CPI 증가율이 0%에 근접했고 GDP 디플레이터는 이미 0% 수준에 도달했다"며 "디플레이션 초입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금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현재 CPI와 달리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 들어 줄곧 2%대를 유지해온 상황이지만 근원인플레이션율로 디플레이션을 판별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도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마이너스고, 3월 생산자물가지수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 등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 초입 국면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0.2%였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저성장에다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심리 약화로 물가가 하향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저성장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3% 후반이었던 잠재성장률이 3%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수출 증가율이 최근 연속으로 떨어져 불황형 흑자가 됐다"며 "국내외 수요가 증가할 기미가 아직 없으며 부동산 시장 동요 이외에는 개선되는 부분이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37개월째 경상수지는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많이 줄어 흑자가 나는 '불황형 흑자'의 모양새다.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4% 줄었는데 수입은 16.8% 감소해 수입 감소율이 수출의 2배에 달했다.
아직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고 답한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이 크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강삼모 동국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영향 때문"이라며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승관 홍익대 교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은 상태는 맞지만 주요인은 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영향"이라며 "생활물가를 따로 계산하면 다를 수도(더 높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경기순환적 상황에서 발생하지만 지금은 구조적 저성장의 모습"이라며 "디플레이션은 저물가와 함께 실업률 상승을 수반하지만 현재 실업률은 경기적 상승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거시와 미시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삼모 교수는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은 적극적인 재정 지출 확대와 추가 금리 인하 등에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거시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 등의 미시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영우 기자 / 김태준 기자]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면 개인과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뒤로 미루는 등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저성장 저물가가 고착화되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을 연상시킨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20명(46.5%)이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 직전 단계라고 응답했다. 디플레이션 초입 국면이라는 응답은 11명(25.6%), 디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했다는 응답자도 4명(9.3%)이었다. 디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 응답이 전체의 81.4%에 달한 셈이다.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과 무관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8명(18.6%)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경제학자들의 경제진단은 거시경제 정책당국인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의 경기인식과 큰 차이가 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최소한 3.3% 이상이 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 경제를 디플레이션과 연결하는 주장은 과하다'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했다고 본 박우성 경희대 교수는 그 이유로 '금리 인하에 반응하지 않는 경기,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0% 수준을 이어나가는 물가상승률'을 꼽았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도 "CPI 증가율이 0%에 근접했고 GDP 디플레이터는 이미 0% 수준에 도달했다"며 "디플레이션 초입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금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현재 CPI와 달리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 들어 줄곧 2%대를 유지해온 상황이지만 근원인플레이션율로 디플레이션을 판별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도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마이너스고, 3월 생산자물가지수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 등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 초입 국면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0.2%였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저성장에다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심리 약화로 물가가 하향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저성장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3% 후반이었던 잠재성장률이 3%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수출 증가율이 최근 연속으로 떨어져 불황형 흑자가 됐다"며 "국내외 수요가 증가할 기미가 아직 없으며 부동산 시장 동요 이외에는 개선되는 부분이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37개월째 경상수지는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많이 줄어 흑자가 나는 '불황형 흑자'의 모양새다.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4% 줄었는데 수입은 16.8% 감소해 수입 감소율이 수출의 2배에 달했다.
아직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고 답한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이 크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강삼모 동국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영향 때문"이라며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승관 홍익대 교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은 상태는 맞지만 주요인은 유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영향"이라며 "생활물가를 따로 계산하면 다를 수도(더 높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경기순환적 상황에서 발생하지만 지금은 구조적 저성장의 모습"이라며 "디플레이션은 저물가와 함께 실업률 상승을 수반하지만 현재 실업률은 경기적 상승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거시와 미시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삼모 교수는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은 적극적인 재정 지출 확대와 추가 금리 인하 등에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거시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 등의 미시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영우 기자 / 김태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4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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