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금융인 `글로벌 머니` 쥐락펴락…美파워 넘본다

中금융인협회 20주년 맞아 내달 뉴욕서 2000여명 총 집결
중국정부와 네트워크 형성…中금융사, 英·日 시총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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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9일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월가 중국계 금융인 모임인 중국금융인협회(TCFAㆍThe Chinese Finance Association) 창립 20주년 콘퍼런스가 열린다. 월가 중국 금융인들 파워와 방대한 네트워크를 드러내는 행사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가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총결집한다. 

2003년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엥글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올해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맡았다. 뉴욕에서 10년 넘게 일한 양태원 삼성생명 상무는 "TCFA 출범 초기에는 대학 강당을 빌려 행사를 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맨해튼 최고급 호텔에서 콘퍼런스를 개최할 정도로 세를 불렸다"고 전했다. 

중국계 네트워크는 중국 금융사들 성장을 이끌면서 자신들 네트워크 세력도 키웠다. 실제로 중국 금융사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을 앞섰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시가총액 기준 중국 5대 금융사 시총은 7121억달러로 미쓰비시도쿄 스미토모 등 일본 5대 금융사(2215억달러)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영국 5대 금융사 시총 4635억달러보다 2배 수준으로 커졌다. 한국 신한금융 삼성생명 등 5대 금융사 시총은 773억달러에 불과하다. 웰스파고 JP모건 등 미국 5대 금융사 시가총액은 9247억달러로 이제 미국 금융사마저 제칠 태세다. 

양 상무는 특히 "글로벌 금융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국 금융 경쟁력이 이미 한국은 물론 일본마저 제쳤다"고 전했다. 과거 우리 금융회사가 중국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젠 중국에도 글로벌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경고다. 중국 금융사들은 TCFA 네트워크를 활용해 필요한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 같은 월가 중국 금융인과 중국 정부ㆍ금융사 간 협력을 통해 월가 내 중국계 금융인 위상이 한층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월가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뽑는 아시아계 직원 중 중국계가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중국 1위 투자은행인 CICC(중국국제금융회사)는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해 글로벌 중국계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 골드만삭스(GS) 중국투자부문 부회장인 하지밍은 국제통화기금(IMF)과 CICC를 거쳤다. 여기에 중국 금융이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확장한 데는 라이벌에 대한 철저한 탐구도 있었다. 바로 `유대자본`이다. 베스트셀러 화폐전쟁 저자인 쑹훙빙은 로스차일드를 대표로 한 유대금융이 금융 역사를 이끌어 왔다고 지목한다. 이 책은 중국에서만 500만부 넘게 팔렸다. 중국 금융인들이 세계 금융시장을 이해하고 진출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TCFA는 현재 미국 내 회원 수만 2000여 명을 헤아린다. TCFA가 1994년 뉴욕에서 발족한 이후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상하이 베이징 도쿄 토론토에 지부를 둘 정도로 몸집을 키운 것은 중국 정부ㆍ금융사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잘 맺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본토에서 치빈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 국제협력주임과 중국 1위 증권사 중신증권 청보밍 사장 등 중국 파워 엘리트들이 올해 TCFA 콘퍼런스에 대거 참석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가 TCFA자문그룹 의장을 맡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가늠할 수 있다. 

자문그룹 이사진도 화려하다. 중국 증시의 법적ㆍ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앤서니 녜 전 홍콩 증권선물협회장을 비롯해 중국 시장경제화 대부로 통하는 원로 경제학자 우징롄 교수, 천즈우 예일대 금융학 종신교수, 마웨이화 전 중국 자오상 은행 CEO 등이 포진해 있다. 중국 거대 금융업체 중신그룹(시틱그룹)의 중신증권, 광파증권, 중국 공상은행, 보세라 애셋매니지먼트 등 대형 금융사들은 TCFA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 한인 금융네트워크는 `걸음마` 

중국 금융인협회와 비교하면 월가 한인 금융인 네트워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월가에 진출하는 한인 금융인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한인 금융인 조직은 친목단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규모 모임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 회원이 다 모이는 콘퍼런스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월가에서 일하는 한인 금융인과 뉴욕에서 근무하는 한국 금융사 주재원 간 교류도 거의 없다.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한인 금융인 단체와 뉴욕 총영사관 등 정부 기관 간 협력관계도 전무한 상태다. 상호 공통 관심사가 적고 제대로 소통을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뉴욕 현지 한인 금융인들은 한인 금융네트워크도 중국처럼 충분히 커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이 금융시장 파이는 중국보다 작을지 몰라도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등 축적된 금융자산 규모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월가에서 한국 금융과 한국 금융인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월가 한인 금융인은 "한인 금융인들이 월가에서 한국 금융인 네트워크를 만들 만한 역량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문제는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결국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은 국부가 쌓이고 파워가 있으니 금융사와 인력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면서 "한국도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서 해외 인재들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 서유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8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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