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 안전자산’ 리버스 로테이션 조짐

美·日 국채금리 급락 이어 한국 3년물 금리도 한때 사상최저
뉴욕증시 연초 2.5%↓…빌 그로스 “위험자산 투자 好시절 끝”


◆ 요동치는 글로벌시장 / 추락하는 유가 그렉시트 공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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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자금이 안전자산인 국채 등 채권으로 이동하는 ‘리버스 로테이션(Reverse Rot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은 급락하는 반면 국채 가격은 급등(국채 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 월가에서 내놓은 반응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불확실성, 즉 바닥을 찾기 힘들 정도로 수직 낙하하고 있는 저유가 그리고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가능성 때문이다. 

사실 저유가는 글로벌 경제 전체로 보면 수요 진작을 통해 경제 회복세를 강화하는 대형 호재다. 그런데 문제는 50달러대를 바닥으로 봤던 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유가가 무질서한 추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유가가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투자 판단을 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저유가가 산유국 디폴트는 물론 지정학적 위기를 증폭시켜 글로벌 경제에 예측하기 힘든 쇼크를 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시장 전반에 팽배해 있다. 여기에다 그리스 정국 혼란으로 시장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배가되는 상황이다. 그렉시트가 유로존 붕괴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이미 경기 재침체에 빠진 유로존이 극복하기 힘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라는 먹구름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유동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킬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내 미국 등 선진국 국채로 자금을 옮기는 머니 시프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배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심리가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일제히 피신하고 있다”고 7일 해석했다. 

세계 최대 채권자산운용사인 핌코의 창립자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는 월간 투자보고서를 통해 “2015년에는 저수익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올해 말 많은 자산 분야에서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며 “(고수익을 누렸던) 호시절과 과도한 위험 감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면서 뉴욕 다우지수는 연일 급락세를 지속해 올해 들어 2.5%나 급락했다. 새해 증시 성적표로 보면 2008년 이후 최악이다. 유럽 증시도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주식 이탈 자금이 국채로 대거 몰리면서 6일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2012년 7월 이후 최저치인 2.5%로 하락했다. 새해 첫 사흘간 금리 하락폭만 0.25%포인트에 달해 블룸버그가 1978년 관련 수치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2% 아래로 미끄러졌다. 독일·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각각 사상 최저치인 0.446%, 0.293%로 떨어졌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정체된 반면 채권시장 거래대금은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와 공사채, 회사채 등 채권 거래대금은 52조949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채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조~20조원 사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현상이 확연하다. 

주춤하던 월별 거래 규모도 지난달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600조원을 넘어섰던 월간 채권 거래대금은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우려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559조원까지 줄어든 것. 하지만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지난달에는 589조원까지 늘어났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장중 한때 2.066%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1일 사상 최저치(2.073%)보다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채권전략 애널리스트는 “올해 시장 금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 등으로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는 2분기 이후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 하락 등을 근거로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채권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저유가로 미국 경제 회복세가 강해지고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아직까지 이런 전망이 잘 들어맞지 않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르면 9일 발표되는 12월 미국 고용지표나 이달 말 나오는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또 한 번의 서프라이즈를 낼 수 있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펀드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좋은 디플레이션과 나쁜 디플레이션이 있는데 저유가는 미국, 중국 경제에 뚜렷한 호재로 저유가가 경제를 부양하지 내려 누르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석민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0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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