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선정 2015년 10대 어젠더

지정학 갈등·국가주의, 세계 더 위험해지고
소득 불평등·高실업률, 성장 막는 ‘최대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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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뿐이다.’ 

내년 1월 전 세계의 시선은 스위스 작은 마을 다보스로 모아진다. 전 세계 거물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단 하나. 금융위기 이후 재기하는 듯했던 글로벌 경제에 다시 잔뜩 낀 불확실성을 한 꺼풀이라도 걷어내보자는 것이다. 내년도 다보스포럼의 대주제를 ‘새로운 세계 상황(The new global context)’이라고 정한 것도 이를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내년도 연차총회(1월 21~24일)를 앞두고 한 해 동안 가장 주목해야 할 10가지를 선정한 ‘2015 글로벌 어젠다’를 발표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정학 갈등과 국가주의 부활이다. 2010년 이후 매년 선정되는 글로벌 어젠다에 이 두 가지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 관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중·일 간 영토 분쟁, 중동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국가 간 외교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전방위로 그 후폭풍을 몰고 온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위기는 글로벌 갈등의 주범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기에 가장 크게 노출된 곳은 아시아(33%)와 유럽(22%)이다. 

흥미로운 조사도 있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이 이미 미국을 제쳤다(15%)는 응답과 결국 미국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31%에 달했다. 중국이 절대 미국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응답 역시 34%였다. 글로벌 ‘절대반지’를 놓고 이들 G2가 벌이는 무한경쟁은 그 결과를 떠나 글로벌 경제를 요동치게 할 변수 중 변수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전 노르웨이 외교부 장관은 “국가주의 부활, 다자주의에 대한 불신 등에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처해선 안된다”며 “더 많은 국제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소득 불평등 문제지만 최근 글로벌 위기를 잇달아 겪으며 가장 뜨겁게 부각된 이슈다. 특히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부의 불평등’ 문제를 재조명하며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다보스포럼 글로벌 어젠다 2위에 선정됐던 소득 불평등은 내년 전망에선 1위로 올라섰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오늘날 미국 인구의 1%에 불과한 최상위 계층이 전체 소득의 25%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25년간 최상위 계층 0.1%의 평균 소득은 20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웰스 리포트(2013)’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상위 0.7%가 전 세계 부(富)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하위 68.7%가 보유한 부는 단 3%에 불과하다. 소득 불평등이 전 세계를 짓누르는 이유는 실업, 빈부격차는 물론 정치적 불안정, 국가 간 분쟁, 환경오염 같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모두 소득 불평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사회적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역시 소득 불평등이다.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은 “소득 불평등은 나아가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물고 지속 가능한 사회, 평화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마저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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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가 선정한 두 번째 위기는 끊임없이 치솟는 실업률이다. 선진국에든 개발도상국에든 ‘공공의 적’은 실업률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그동안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여온 중국마저도 취업률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기술 발전으로 구조적인 실업은 가속되고 만성화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로봇과 3D프린팅 기술 같은 자동화는 실업률 상승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생산가능인구의 4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 71%, 미국인 54%가 실업을 가장 큰 위기 요소로 꼽았다. 

더 큰 문제는 나라는 골병이 들어가는데 해결할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WEF 조사에서 응답자의 86%는 전 세계가 겪는 큰 위기 중 하나가 리더십 위기라고 진단했다. 에델만 조사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기업보다도 형편없다. 기업 신뢰도는 2009년 50%에서 2014년 58%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정부 신뢰도는 43%에서 44%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십의 위기는 대의민주주의의 추락과 같은 맥락이다. 각국 정부와 시민 간 신뢰는 허물어지고 괴리감은 커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부터 아랍의 봄, 우크라이나 사태, 홍콩 민주화 사태 등이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호르헤 소토 Data4 창업자는 “오늘날 각국 리더들은 20세기 사고방식과 19세기 제도로 21세기 시민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10대 어젠다는 결국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해결해야 될 위험 요소들이다. 이 중 환경오염, 기후변화, 물 부족, 의료 격차 등은 직접적으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특히 이들 이슈는 경제력 격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글로벌 불균형과도 직결된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지역을 묻는 조사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29%), 아시아(25%), 사하라사막 이남의 가난한 아프리카(31%) 등이 꼽혔다. 북미(6%)와 유럽(2%)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나타낸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맷 데이먼과 함께 물 부족층 지원 사업을 벌이는 게리 화이트는 “상수도에 투자할 돈이 없어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없는 경제력 격차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 격차는 경제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경제성장 격차의 50%는 의료와 기대수명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임성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6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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