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차별할 수 없도록 소비자에 투명하게 공개

전국 어느 휴대폰 가게서나 동일 조건·금액으로 구매…과열 통신시장 정상화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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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들어가려던 직장인 이기영 씨(29). 휴대폰 대리점을 지나치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사람들은 어떤 게시물을 보면서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휴대폰 지원금(보조금)과 판매가격 표였다. 단말기와 요금제별로 정리돼 있었다. 

마침 이달에 2년 약정기간이 끝나는 이씨는 엄청난 보조금을 기대하고 같이 기웃거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표에 쓰여진 판매가를 본 이씨는 깜짝 놀랐다. 최신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격이 80만원대에 달했다. LG전자가 얼마 전 선보인 제품도 70만원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는 고가품이었다. 게다가 이 정도 보조금을 다 받으려면 10만원대 최고가 요금제에 들어야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조금=공짜폰`이라는 등식 관계만 기억하고 있던 이씨였다. 이런 가격으로 새 폰을 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씨는 그제서야 신문에서 몇 번 본 기억이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이달부터 시행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단통법 때문에 최신형 스마트폰 사기는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갱(잘 속는 어리숙한 고객) 없애려고 단통법 만들었다더니 이거, 모든 사람을 호구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어제 샀으면 싸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어쩐지 속는 느낌도 들었다. 

게시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구형 모델은 그나마 값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최신품 대신 구형 스마트폰 사는 것을 고려해볼까? 생각해 보니 쓰던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하면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떠올랐다. 사실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2년 정도 되긴 했지만 아주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약정기간 만료를 앞둔 이씨는 괜히 신형 스마트폰을 사느니 지금 폰을 계속 사용하면서 추가로 요금 할인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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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단통법이 마침내 시행됐다. 지난 1일부터다. 보조금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법은 지난해 4월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의 발의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휴대폰 보조금을 공개하자는 파격적인 내용에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처음엔 이통사, 제조업체 할 것 없이 모두 반대하다가 이통사는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단말기 출고가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영업 비밀이 드러날 수 있다`며 계속 반대했다. 

국회 진통도 있었다. 방송법과 관련해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면서 관련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했다. `불임 상임위`로 찍힌 미방위는 결국 발의 후 1년 만인 지난 4월 본회의에서 단통법을 통과시켰다. 그 이후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이통사와 제조업체 보조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분리 공시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영업 비밀 노출 우려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라는 이유를 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도 이에 가세하면서 이 문제는 부처 간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법 시행 최종 관문인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결국 분리 공시 삭제를 권고했다. 방통위가 이를 수용하면서 단통법은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단통법 시행에 따라 이달부터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단말기별 출고가, 지원금, 판매가 등을 공시하고 있다.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도 영업장에 이를 게시하고 있다. 단통법은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가입 유형, 나이, 지역 등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 지급하면 처벌받는다. 보조금 상한액은 30만원으로 정해졌다. 과거 법정 보조금(27만원)보다 3만원 올랐다. 여기에 유통점별로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액수는 34만5000원이다. 다만 이처럼 지원금 상한액을 다 받으려면 9만원 요금제(2년 약정ㆍ실납부액은 7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보다 낮으면 요금제에 비례해 차등 지급된다. 가령 10만원대 요금제 지원금이 30만원이라면 5만원대 요금제는 15만원이 지급되는 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액 기준이 지나치게 고가 요금제라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과거에 지원금 혜택이 하나도 없었던 저가 요금제에 지원금이 주어진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용성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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