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적 인기였던 프리챌 갑작스런 유료화로 쇠퇴
싸이월드가 바통 이었지만 모바일 시대 대응 실패
'맹자' 양혜왕 상(上) 편에 보면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중국의 전국시대에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였던 제(齊)나라의 선왕(宣王)과 맹자(孟子)가 나눈 대화다. 선왕은 각국에서 학자들을 불러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하루는 그가 기존의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는 과정에 대해 맹자에게 물었다. "은(殷)의 탕왕(湯王)이 하나라 걸왕을 몰아내고, 주의 무왕(武王)이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타도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그러자 맹자는 "인의가 없는 자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저 필부(匹夫)다. 탕왕과 무왕이 필부를 죽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그들이 군주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고 답했다. 리더가 이미 '인의'를 저버렸기 때문에 대의(大義)에 의해 타도되었다는 주장을 한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IT 업계에서도 인의와 명분을 잃어버린 플랫폼은 철저히 쇠멸의 길을 걷는다.
◆ 인의=사용자가 인식하는 정당성
인의는 경영학적으로 '정당성(Legitimacy)'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에게 사업자가 응당 돌려주어야 하는 가치, 효용을 통한 성과다. 기업이 좋은 기능과 품질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고 정당성이 확보된 게 아니다. 사용자들의 일상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되었느냐가 중요하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게임 중독법을 통해 아이들의 디지털 콘텐츠 남용을 막자는 것도 '정당성'과 '인의'의 문제로 치환해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IT 산업에서 하나라 걸왕이나 은나라 주왕처럼 '인의'를 잃어 타도된 플랫폼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케이스가 '프리챌(Freechal)'이다. 이 플랫폼은 관심사와 주제에 맞는 커뮤니티 형성이라는 명목으로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순식간에 사용자 트래픽 수를 확보하고 성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정 고객을 확보한 후 보였던 행동이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용자들에게 월이용료를 물게 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러자 사용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자신들의 관계는 '물'처럼 흐르는 것인데, 그것에 과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평가였다. 대중 입장에서 '인의'를 저버린 사업자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효용을 만족시켜주기는커녕 파괴하는 전략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금세 '프리챌 떠나기 운동'이 시작됐고, 플랫폼은 결국 공동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잃은 서비스가 맞이한 말로다.
◆ '명분' 획득한 싸이월드
이 틈을 타 싸이월드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미니홈피라는 사용자 개개인의 공간과 함께 음악, 장식된 캐릭터, 친구 맺기의 '일촌' 기능까지 도입됐다. 프리챌처럼 주제 중심으로만 소통하던 사용자들의 관계맺기 감성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용자들은 철저히 편익과 비용을 따져가며 플랫폼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전 서비스 경험 과정에서 모순이 누적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선택을 번복하지 않으려는 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납득할 수 없는 비용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핵심 기능 하나 바꾸지 않았던 프리챌은, '온라인 관계의 혁명'을 가져왔던 싸이월드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싸이월드는 온라인상에서 사용자 자신들의 이미지를 충분히 꾸밀 수 있는 도구를 주었을 뿐 아니라 여섯 단계만 건너면 모든 친구와 '일촌'이 될 수 있는 '작은 세상'을 연 것이다. 푸근한 이미지의 캐릭터와 디자인은 싸이월드가 인간다움을 표방하는, '인의'를 얻은 플랫폼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명분을 얻어도 환경이 변화하면 그 가치는 쇠퇴한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상업적 아이템 판매와 큰 변화가 없는 인터페이스가 문제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2010년 이후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이 싸이월드처럼 화려하고 복잡한 디자인보다 단순한 정보 배치를 원하게 됐다는 데 있다. 반대급부로 파란색과 흰색의 단순한 표현, 철저히 글 쓰기와 사진 올리기, 관계 확장에만 주력한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은 사람들의 감성을 붙잡아놓기에 충분했다. 명분을 얻었더라도 성공공식을 반복하는 마케팅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 끊임없는 객관화가 핵심이다
재미있게도 또 다른 사서(四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경(詩經)에는 은을 대체한 주나라가 오랫동안 지속된 이유 중 하나로 '스스로 생명을 새롭게 하는(其命維新)'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의 길이다. 충성고객들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기 위해 플랫폼 이미지와 경험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다.
요즘 IT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안 쓰는 사람'에게 물어보기인 것처럼. 또 플랫폼 내부에 있는 다양한 기능과 경험 요소들이 과연 현재 사용자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진화론적으로 추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렌드 따라잡기 차원이 아니라 선행 수준의 사용자 경험 분석이 필요하다. 이렇게 미시, 거시 양쪽의 노력이 확보되어야 사용자의 마음을 계속 붙잡을 수 있다.
그러자 맹자는 "인의가 없는 자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저 필부(匹夫)다. 탕왕과 무왕이 필부를 죽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그들이 군주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고 답했다. 리더가 이미 '인의'를 저버렸기 때문에 대의(大義)에 의해 타도되었다는 주장을 한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IT 업계에서도 인의와 명분을 잃어버린 플랫폼은 철저히 쇠멸의 길을 걷는다.
◆ 인의=사용자가 인식하는 정당성
인의는 경영학적으로 '정당성(Legitimacy)'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에게 사업자가 응당 돌려주어야 하는 가치, 효용을 통한 성과다. 기업이 좋은 기능과 품질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고 정당성이 확보된 게 아니다. 사용자들의 일상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되었느냐가 중요하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게임 중독법을 통해 아이들의 디지털 콘텐츠 남용을 막자는 것도 '정당성'과 '인의'의 문제로 치환해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IT 산업에서 하나라 걸왕이나 은나라 주왕처럼 '인의'를 잃어 타도된 플랫폼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케이스가 '프리챌(Freechal)'이다. 이 플랫폼은 관심사와 주제에 맞는 커뮤니티 형성이라는 명목으로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순식간에 사용자 트래픽 수를 확보하고 성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정 고객을 확보한 후 보였던 행동이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용자들에게 월이용료를 물게 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러자 사용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자신들의 관계는 '물'처럼 흐르는 것인데, 그것에 과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평가였다. 대중 입장에서 '인의'를 저버린 사업자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효용을 만족시켜주기는커녕 파괴하는 전략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금세 '프리챌 떠나기 운동'이 시작됐고, 플랫폼은 결국 공동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잃은 서비스가 맞이한 말로다.
◆ '명분' 획득한 싸이월드
이 틈을 타 싸이월드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미니홈피라는 사용자 개개인의 공간과 함께 음악, 장식된 캐릭터, 친구 맺기의 '일촌' 기능까지 도입됐다. 프리챌처럼 주제 중심으로만 소통하던 사용자들의 관계맺기 감성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용자들은 철저히 편익과 비용을 따져가며 플랫폼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전 서비스 경험 과정에서 모순이 누적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선택을 번복하지 않으려는 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납득할 수 없는 비용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핵심 기능 하나 바꾸지 않았던 프리챌은, '온라인 관계의 혁명'을 가져왔던 싸이월드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싸이월드는 온라인상에서 사용자 자신들의 이미지를 충분히 꾸밀 수 있는 도구를 주었을 뿐 아니라 여섯 단계만 건너면 모든 친구와 '일촌'이 될 수 있는 '작은 세상'을 연 것이다. 푸근한 이미지의 캐릭터와 디자인은 싸이월드가 인간다움을 표방하는, '인의'를 얻은 플랫폼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명분을 얻어도 환경이 변화하면 그 가치는 쇠퇴한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상업적 아이템 판매와 큰 변화가 없는 인터페이스가 문제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2010년 이후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이 싸이월드처럼 화려하고 복잡한 디자인보다 단순한 정보 배치를 원하게 됐다는 데 있다. 반대급부로 파란색과 흰색의 단순한 표현, 철저히 글 쓰기와 사진 올리기, 관계 확장에만 주력한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은 사람들의 감성을 붙잡아놓기에 충분했다. 명분을 얻었더라도 성공공식을 반복하는 마케팅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 끊임없는 객관화가 핵심이다
재미있게도 또 다른 사서(四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경(詩經)에는 은을 대체한 주나라가 오랫동안 지속된 이유 중 하나로 '스스로 생명을 새롭게 하는(其命維新)'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의 길이다. 충성고객들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기 위해 플랫폼 이미지와 경험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다.
요즘 IT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안 쓰는 사람'에게 물어보기인 것처럼. 또 플랫폼 내부에 있는 다양한 기능과 경험 요소들이 과연 현재 사용자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진화론적으로 추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렌드 따라잡기 차원이 아니라 선행 수준의 사용자 경험 분석이 필요하다. 이렇게 미시, 거시 양쪽의 노력이 확보되어야 사용자의 마음을 계속 붙잡을 수 있다.
[천영준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기술경영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88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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