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서머스 장기침체 주장 옳을지 모른다"
크루그먼도 美·유럽에 일본식 불황 경고
거물들 잇단 진단에 美성장정책 필요성 대두
"래리 서머스가 제기한 미국 경제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주장이 옳을지도 모른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이 최근 힘이 실리고 있던 미국 경제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 지난해 11월 장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한 이후 미국 경제에 떠돌던 `장기 침체의 유령`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더욱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스승이자 국제 금융계 거물인 피셔 부의장이 지난 6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발언이 `미국 경제의 장기 침체`란 점에서 세계 경제계는 긴장하고 있다.
피셔 부의장은 11일 스웨덴 재무부가 스톡홀름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미국 경제성장률을 영구적으로 훼손시켰는지를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구조적 문제 때문에 미국과 세계 경제 회복세의 잠재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피셔 부의장은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09년 연준 정책 결정권자들이 진단한 3%보다 1%포인트 떨어진 2%로 낮아졌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피셔 부의장은 "느린 경제 회복세가 미국ㆍ글로벌 경제의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분기 성장률 역성장 쇼크를 뒤로하고 미국 경제가 2분기 이후 순항을 거듭하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피셔 부의장이 우울한 경기 진단을 내놓은 셈이다.
지난 6월 연준 부의장 자리에 오른 뒤 피셔 부의장이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 공식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셔 부의장은 미국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세 가지 뚜렷한 장애물을 지목했다. 올해 들어 모멘텀이 약해진 주택시장, 연방정부 지출 삭감, 미국 수출 상품 수요 감소를 초래한 저조한 세계 경제성장세다. 여기에다 피셔 부의장은 미국 노동시장 참가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진 점을 걱정했다. 경제가능활동인구 중 실제로 고용시장에 뛰어든 비율을 보여주는 노동시장 참가율은 1978년 이후 최저치인 62.9%에 머물고 있다.
피셔 부의장은 "노동력 감소와 취약한 기업 투자 흐름이 미국 경제가 영구적인 경기 침체, 즉 장기 경기 둔화에 빠져들고 있다는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봤다.
서머스 전 장관은 만성적 수요 부진으로 인해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며 인프라 투자 등 총수요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장기 침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서머스 전 장관 지적에 이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미국과 유럽이 과도한 긴축 정책으로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지난 7월 서머스 전 장관의 만성적 수요 부진에 따른 장기 침체 주장에 동조했다. 그동안 시장은 피셔 부의장을 매파적 인사로 분류하고 비둘기 성향이 강한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어느 정도 대립각을 세울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피셔 부의장이 서머스 전 장관의 장기 침체 진단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피셔 부의장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월간 일자리 창출 건수가 20만개를 넘어서는 등 호조를 보이면서 내년 초 금리 조기 인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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