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여기어때' 측은 경쟁사 '야놀자'에 자사 마케팅 도구 훼손에 대한 내용증명서를 발송했다. 지난해 10월 야놀자 직원이 여기어때 가맹점 호텔에 부착된 홍보 스티커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여기어때는 "영업 방해 행위가 이전에도 있었다. 공정위 제소를 비롯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야놀자 측은 "경쟁사에 대한 비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모바일 광고 플랫폼 제작업체 '버즈빌'은 쇼핑 앱 '쿠차'가 자사 잠금화면 기술 특허를 도용했다며 형사 고소했다. 지난 22일 양사는 상대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분쟁을 본격화했다.
연초부터 스타트업 업계가 1·2위 업체 간 상호 비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단순한 비방전을 넘어 법정 싸움까지 난무한다. 시장에서 경쟁은 필연적이지만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갈등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분쟁의 대표적 사례는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이다. 2014년 배달의민족은 자사 이용료가 경쟁사의 절반이고, 월간 주문 수나 거래액이 1위라고 광고했다. 요기요는 허위과장 광고라며 배달의민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지난해는 부동산 중개 분야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다. 부동산 앱 '직방'은 경쟁사 '다방'이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신청을 기각했고 직방은 고등법원에 항고를 제기해 현재까지 사건이 진행 중이다. 내비게이션 분야에선 내비 앱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이 T맵 운영사 SK플래닛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제소당했다. 록앤올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대기업이 소송을 통해 후발 업체를 견제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최근 2년간 벌어진 스타트업 업계의 분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투(MeToo) 경쟁'의 한 단면으로 해석한다. '미투 경쟁'은 1위 업체와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해서 1위를 위협하는 것을 말한다. O2O(온·오프라인 연결서비스)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미투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중개업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진입할 수 있는 분야다. 예를 들어 지난해 직방이 뜨면서 부동산 중개앱은 300개 넘게 생겨났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 1~2년 사이 붐업한 O2O사업은 IT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보다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는 형태로 발전했다"며 "요즘 스타트업 분쟁은 새 아이디어 없이 모바일 하나로 시장을 나눠 먹으려는 창업 풍토 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투 경쟁'에서는 창업정신을 기대할 수 없기에 문제다. 스타트업은 창의적 발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창업가정신이 생명이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들은 경쟁사를 따돌릴 독보적인 기술이나 장점 없이 대규모 마케팅과 수수료 인하에 매몰돼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수수료도 내릴 만큼 내리고, 마케팅도 쏟아부었는데 그다음 카드가 없으니까 결국 상호 비방이 나온다"면서 "기술 개발에 필요한 돈이 당장 가맹점 확대를 위한 소모적인 경쟁에 투입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동환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는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하고 소비자 편익을 추구하는 게 시장경제지만, 서비스 간에 차별화가 안 되는 게 아쉽다. 이렇게 자금력 위주로 출혈경쟁만 하면 이익을 보는 건 광고회사밖에 없다"고 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오프라인 시장은 320조원, 온라인·모바일 상거래 시장은 44조원 규모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O2O 분야는 최대 300조원까지 확장 가능한 시장이다. 2~3년 전부터 본격 시작된 O2O 시장은 매해 급성장하며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O2O 시장이 무르익어 가는 이때 소모적 경쟁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다. O2O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경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진입 장벽이 낮은 O2O 시장에서는 기술과 서비스를 확보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며 "사용자 경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자만족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향상해 가는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조희영 기자]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9&aid=0003669349&sid1=001&lfrom=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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