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잘 지내시죠? 저는 회사 생활 적응하느라 죽겠습니다. 신참이라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뭘 해도 칭찬을 듣는 날보다 야단맞는 날이 더 많은 듯 합니다. 도대체 보고서는 어떻게 쓰면 잘 쓸 수 있는건가요? 시중에 나와 있는 기획서나 보고서 관련 책들을 사보면 좀 나아질까요? 늘 질문만 드리지만 이번에도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꾸벅

아끼는 후배 녀석이 회사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힘든가 봅니다. 몇 자 참고할만한 얘기를 해줘야겠다 싶어 보고서 작성에 관한 제 경험을 잠깐 적어 봅니다.

하수의 보고서는 What 을 강조한다

순태야~ 너가 보고서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안봐도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지 대~~충 짐작하겠다. 첫번째 명심해야 할 것은 하수의 보고서는 대부분이 What 을 강조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내가 뭐했어요 란 얘기만 한다는거지. 내가 뭘 얼마나 많이 열심히 했는지 알아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보고서를 쓰면 안된다. 니가 하는 일은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다 알고있다. 무엇을 했는지만 나열한 보고서가 가장 초보들이 작성하는 보고서다. (그나마 뭘 했는지도 정리하지 못한다면 회사 나와야지.... -_-;;)

'무엇'을 했다는 것이 초보나 하수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무엇을 하는데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징징거리는 보고서를 쓰지 마라. 그게 기본적으로 니가 할 일이다.

중수의 보고서는 How 를 강조한다

고참들의 보고서를 살펴봐라. 그들은 그 일을(What) '어떻게 How' 했는지를 강조한다. 고객의 문제나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좀 더 좋은 보고서다. 보고서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단 한가지만 있는 경우라면 조금 갑갑하다.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해결했습니다 라고 작성하는 보고서는 좀 더 수준이 높은 보고서다.

상급자들이 그런 보고서를 받으면 자신만의 노하우로 다른 방법을 슬쩍 알려줄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일을 해냈다면 칭찬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리서치하고 벤치마킹 하는 것이지.

"순태씨, 그 일 어떻게 처리할겁니까?"

"네~ 고객사에 이미지 요청하고 전달받은 후 이번 이벤트에 적합한 이미지를 선정해서 다시 고객사에 컨펌받고 기획안 보강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간내에서 기획안이 완성되겠습니까?"

"......."

그런데 어떻게를 처리하다보면 자주 '언제 When' 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는데 How 와 When 은 항상 붙어다니는 단짝이라는 걸 명심하길~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그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닌거지. 마케팅과 보고서는 타이밍이 중요하거든.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작성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제시해야 하는거지.

고수의 보고서는 Why 가 포함되어 있다

더 좋은 보고서에는 '왜 Why' 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거야. A 라는 방법보다 B 라는 방법이 기간을 단축시킨다든지 비용을 절감한다든지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든지 하는 선택의 이유가 있어야 해. 보고서에서 기대효과와 같은 제목으로 써 있는 부분에서 그런 것들을 강조하지.

여러가지 대안 중에서 나는 왜 A 라는 방법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와 근거를 잘 설명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불필요한 추가질문을 받지 않게 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왜' 이 내용을 보여주는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A 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겠습니다"

"순태씨~ 왜 A 라는 방법을 제안하시나요?

해결방법을 제안하면 상대방은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왜 냐고 물어오는게 상식적인 대화 과정이야. 이 질문이 나오지 않게 왜 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배경설명이 보고서에는 있어야 해. 일을 하는데에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니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그 방법 중에서 어떤 방법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었는지 잘 설명한다면 너가 폭넓은 선택방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더 신뢰하게 되겠지. (이게 힘들다.... 나도 안다.... -_-;;)

프로의 보고서는 will 이 있다

프로의 보고서는 무엇이 다를까? 프로의 보고서에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라는 '계획과 의지 will' 가 담겨있다는 것이지. 이번 일을 해결하고 나면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가능하고 어떤 일들을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보고서가 되는거지. 현업에서 이런 보고서를 만나기는 참 쉽지 않고 몇 번의 빠꾸(피드백)을 한 후에야 정리가 되는 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니 너무 부담은 갖지 말길.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일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지. A 라는 문제는 B, C, D 를 해결하기 위해 앞서 해결하는 일이니 하나의 일이 주어지더라도 그 일의 전체를 보고 연속선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너한테는 더 많은 프로젝트의 기회가 주어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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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태야~ 니 보고서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보고서를 쓰고 제안서를 쓰는 것이 너의 생각과 계획을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니 프로페셔널한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노력해 보기 바란다. 이 글은 메일로 보내야 하는데 공개답장으로 쓴다. 문서라는 것도 대화와 소통의 또 다른 방법이니 니 얘기만 하지 말고 상대방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묻기 전에 잘 정리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해라. 하지만 잊지 말것은 항상 진정성 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 원칙 : What > How > Why > 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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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와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서로 소통하고 글로 대화하는 재미를 느끼는 단계까지 한번 가 보시지 않겠습니까? 머릿속에 아인슈타인이 들어있더라도 기록하고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걸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내일을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는 통찰력으로 날카롭고 예리한 제안서를 작성해 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