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야>
상품력 유지하되 저렴한 가격 책정, 고객 만족도 높이는 생존 전략
일정 퀼리티 이상의 메뉴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음식점이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매일 방문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하지만 메뉴 퀼리티가 뛰어난데 낮은 가격 책정이 가능할까. 다양한 상품 구성과 가격, 두 가지 요소를 더해 40년 넘게 10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해온 일본 기업이 있다. 바로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야>가 그곳이다. 이번 호에서는 <사이제리야> 점포와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향후 한국 외식업계가 걸어 가야할 방향을 모색해보자.
저렴한 가격 책정, 고객 만족도 높인 시발점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야> 단일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 하고 있는 (주)사이제리야는 1973년 5월에 설립했다. 2013년 8월까지 일본 내 점포 수 982곳, 해외 113곳으로 총 1095곳을 운영 중이고 연 매출 1조 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 경영자인 쇼가키 야스히코 회장의 경영 철학이 주효했다. 쇼가키 회장은 번성하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게 아닌 손님에게 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즉 손님을 즐겁게 하면 자연스럽게 이익이 따라오고 그 결과가 득이 된다는 것이다. 식당 경영을 지속하려면 고객의 즐거움을 목표로 해 사회공헌을 한다는 생각으로 운영해야 한다.
1967년 쇼가키 회장이 처음 음식점을 시작했을 때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매장에 화재가 나 사업을 접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입지나 남 탓하지 말고 재기해보라는 말’에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고객을 모을 특별한 노하우가 없었기에 기존 가격의 70%까지 할인 판매한 것이 지금의 번성점을 만든 핵심 요소였다. 쇼가키 회장은 직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월급을 주고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익이 필요했다. 그는 판매 단가 대신 많은 고객 수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점포를 확대해나갔다.
<사이제리야> 가격을 보면 햄버거스테이크 4000원, 스프 1500원, 샐러드 3000원, 하우스와인 1잔 1000원 등 4종류를 다 먹어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판매하는 점심 메뉴 가격은 더 파격적이다. 스테이크, 파스타, 리소토&도리아, 피자 등 총 8가지 메뉴 중 하나를 골라 스프, 샐러드와 세트로 5000원에 즐길 수 있다. 고객에게는 언제나 가격 이상의 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쇼가키 회장은 음식을 사먹어 득이 되는 느낌을 좌우하는 것이 가격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세가 3%에서 5%로, 현재 8%까지 상승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쇼가키 회장식의 사회공헌 방법을 펼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 하한선을 정해 철저한 식재료 관리 진행
메뉴 상품력은 음식 퀄리티, 스피드, 균일성을 갖춰야 한다. <사이제리야>는 상품 가짓수가 많지만 일정 상품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사이제리야>는 파스타, 피자, 도리아&그라탕, 애피타이저, 샐러드&스프, 햄버그스테이크&스테이크, 디저트&빵 등 총 83개의 메뉴를 판매한다. 여기에 주류와 커피 등 음료류도 30여 가지다. 그야말로 고객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메뉴의 폭이 넓을 뿐더러 상품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라 만족도가 높다고 평한다.
<사이제리야>는 상품력을 높이기 위해 식재료 품질 관리를 철저히 진행한다. 쇼가키 회장은 식재료 사용으로 음식의 맛 80%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조리사의 기능 등 나머지 요인은 20%에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매입 납품받는 식재료의 ‘품질 하한선’을 설정하고 식재료 입고 시 철저한 검품 과정을 거친다. 육류는 색, 냄새, 지방 함량부터 채소는 크기, 수확시기, 보관온도 등을 정확히 정해 지킨다. 이런 식으로 생산지에서 고객 입까지의 전 과정을 철저히 해 최고의 조리사는 쓰지 않지만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 과정 효율적 비용 절감으로 브랜드 경쟁력 UP
<사이제리야>가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입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싼 메뉴가 아닌 저렴하면서 상품력 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제리야>는 원재료 생산 농장, 식자재 가공, 물류 등 수직형 유통 관리(버티컬 머천다이징)를 직접 하고 있다. 유사한 식자재를 쓰는 다른 경쟁점보다 5%이상의 원가 절감이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원재료비를 35% 전후를 사용하고 있으니 원재료비율을 40%이상 쓰고 있는 셈이다. 한편 사용식재료 조달에서부터 공장 조리·배송, 매장에서 손님에게 제공하기까지 불필요한 과정을 모두 줄여 원재료비를 낮췄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일정 수준의 퀄리티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사이제리야>는 식재료비 이외의 부분에서도 비용 절감을 진행한다. 매장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수준 높은 개선 활동을 하는데 작업의 단순화, 편의도구의 개발, 직원 다기능화 등이 그것이다. <사이제리야>의 조리 과정은 주방에서 접시에 담기만 하거나 소스와 섞어 가열만 하면 쉽게 완성되는 단순 작업 매뉴얼로 운영된다. 주문과 동시에 1인분씩 포장된 식재료를 개봉해 조리하면 되도록 팩화한 것이다. 신입 아르바이트생도 간단하게 배울 수 있고 맛이 일정해 고객 만족도도 높다. 또 <사이제리야>는 작업을 단순화하고 조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직접 개발한 편의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상·하단으로 벨트 컨베이어가 2개 달린 오븐이 좋은 예다. 각각 설정 온도와 회전 타임을 다르게 조절할 수 있어 메뉴별 오븐 조리 방법만 숙지하면 효율적인 조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사이제리야>는 주방과 홀 직원을 구분하지 않고 양쪽 일을 모두 할 수 있게 훈련하고 있다. 업무 경계를 구분 짓지 않아 효율적으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조리 부분뿐 아니라 청소 등 매일 하는 고정 업무도 도구 개발, 업무 방법을 개선해 인력을 절감하고 있다. 이렇게 비용 절감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오랜 기간 1000개 이상의 점포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600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가격 인하 시대 대비한 체질 개선 방법 모색 필요
2013년 세계은행 세계발전지수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각각 2만5920달러와 3만9300달러로 일본이 1.52배 더 높다. 하지만 나라마다 물가 사정을 감안한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민소득PPP는 한국 3만3440달러, 일본 3만7630달러로 일본이 1.13배 높다. 이 두 지표를 단순 비교해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평균 물가가 약 1.4배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행기, 철도 등 공공요금은 일본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싼 편이지만 일부 가전제품과 같은 소비재의 경우 저렴한 것도 있다. 재료, 품질, 크기가 같은 <맥도날드>의 빅맥을 비교해보면 한국 4100원, 일본 3700원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11% 비싸다(2014년 7월 기준). [표 1-1]에 나타나있듯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인 까르보나라의 가격을 단순 비교해봤을 때 전체적으로 한국이 훨씬 더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회사원의 평균 점심 식사비용도 5000~6000원선으로 한국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향후 일본보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서는 우리나라의 음식 가격은 어떻게 될까. 업종, 업태를 불문하고 전체적으로 내려갈 것이다. 특히 산업화되어 가고 있는 1만원 이하의 일상적인 음식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굳이 <사이제리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음식 가격에는 거품이 많이 끼여 있는 상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음식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하는 점포와 기업만이 생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브랜드 |
가격(원) |
브랜드 |
가격(원) |
<블랙스미스> |
14,900 |
<닐리> |
9,800 |
<디올리바> |
14,000 |
<빈체로> |
9,500 |
<일마레> |
13,500 |
<아이럽파스타> |
8,500 |
<보나베띠> |
13,500 |
<솔레미오> |
7,900 |
<스패뉴> |
13,000 |
<리미니> |
7,900 |
<바피아노> |
12,500 |
<리틀파스타> |
7,900 |
<뽀모도로> |
11,000 |
<파스타리오> |
6,000 |
<스파게띠아> |
10,500 |
<온파스타> |
5,900 |
<소렌토> |
12,800 |
<까르보네> |
5,900 |
<토마토아저씨> |
9,500 |
* <사이제리야> |
5,000 |
[표 1-1] <사이제리야>와 한국 주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까르보나라 판매가 비교
(2014년 8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