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인터넷업계 매출 TOP10
최근 2013년 인터넷업계 실적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회사별로 연 매출이 공개됐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이들 순위를 정리해보고 전반적으로 상황이 어떤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짧게 정리해볼 까 합니다.
1위 – 네이버
인터넷업계 ‘영원한 1인자’ 네이버는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정상의 자리를 고수하는 것은 물론, 매출 2조3119억원을 기록함으로써 지난해와 비교해 28% 증가했습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온라인광고시장의 성장성 둔화로 주력이었던 검색, 배너광고 사업이 정체됐지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무려 4542억원의 신규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포털 2위 사업자인 다음의 전체 매출에 버금갑니다. 네이버는 불필요한 신사업을 정리하면서 라인에 매달리고 있는데요. 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상황과 전망에 대해서는 ‘네이버의 ‘라인’, 지난해 사업성과는?’ 편을 참조해주세요.
2위 – 넥슨
넥슨은 지난해 1조63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는데요. 기본 집계단위인 엔화 기준으로 2012년과 비교해 무려 43%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참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외부에서 봤을 때 그렇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진 않았으나 4분기 어닝쇼크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6%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매출 또한 3636억원으로 12%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중국, 한국, 일본시장 모두 사업기반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신작게임 오픈에 의한 비용은 증가하되 정작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중국에서는 지나치게 던전앤파이터 단일게임에 의존하고 있으며 카운터스트라이크와 사이퍼스는 기대만큼 매출을 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일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데요. 야심차게 2012년 모바일게임사 글룹스를 인수했지만 분기마다 관련 매출이 빠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한국에서 피파온라인3와 서든어택 호조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고 있죠. 이 때문에 일본 증권가에서는 넥슨의 기업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입니다. 넥슨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며 경영진 물갈이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3위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지난해 매출은 7566억원으로서 2012년과 거의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신작게임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올, 길드워2 등 대부분 게임 라인업의 인기가 약보합세임에도 불구하고 리니지가 굳건히 버텨줬기 때문입니다. 엔씨소프트의 상황은 넥슨과 비슷합니다. 매출은 잘 나오고 있는데 ‘아시아 MMORPG 명가’라는 타이틀 외에는 딱히 비전이 보이지 않다고나 할까. 다만 수익성 급감세인 넥슨보다는 상황이 좀 더 낫긴 합니다. 올해는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의 중국시장 진출성과와 모바일사업 실체가 가시화될 예정인데요. 어떤 모습이 나타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4위 – NHN엔터테인먼트
NHN엔터테인먼트의 지난 3~4년간 활동을 “지속해서 하락하는 웹보드게임 매출을 온라인·모바일 흥행작 발굴을 통해 해소하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했는데요. 에오스 등 신작게임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 6417억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험대에 설 전망입니다. 고강도 웹보드게임 규제안이 2월 24일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용시간이 쭉쭉 빠지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등 상황이 무척 좋지 않은데요. 정우진 신임 대표이사가 어떻게 탈출구를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5위 – 이베이코리아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명실상부 전자상거래 최강자였지만 신흥강자들의 등장으로 입지를 위협받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지난 3년간 6000억원 수준의 연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아직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언론보도를 종합해봤을 때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외국계 회사 특성 탓인지 자꾸 시장 트렌드를 놓치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는 모습인데요. 11번가의 시장점유율 확대, 인터파크INT의 상장, 네이버의 독과점 규제해소, 오프라인 유통강자들의 온라인사업 강화,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급부상 등 도전이 참 많습니다.
6위 – 다음커뮤니케이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5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습니다. 나름 견조한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알면 미래가 희망적이라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출 증가원인은 오버추어와 결별하고 직접 검색광고 플랫폼 사업을 벌이면서 순이익(Net profit)으로 집계됐던 검색사업 매출이 총수익(Gross profit)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어려운 말인데요. 예전에는 오버추어에 솔루션 및 인프라를 빌려 쓰고 수익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하는 대신 매출 전부를 가져가는 것이죠. 여기에 천운으로 SK컴즈와 줌인터넷이 파트너사로 참여하면서 더 큰 수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것은 일시적 효과이지, 착실하게 자력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7위 – CJ E&M 넷마블
네이버가 포털 우등생이라면 넷마블은 게임 우등생입니다.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4968억원을 기록습니다. 이는 다함께 차차차, 마구마구2013,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무려 4개의 모바일게임을 매출 1위에 올리며 승승장구했기 때문인데요.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을 싹쓸이했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다만 지난해 너무 잘한 만큼 올해는 성장성이 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글로벌사업을 모색하겠지만 쉽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시장 트렌드 파악, 서비스 운영, 마케팅 역량 등은 정말 탁월했다는 판단입니다.
8위 – 네오위즈게임즈
네오위즈게임즈에게 지난해는 정말 최악의 해였습니다. 4428억원의 매출을 기록, 2012년과 비교해 34% 가량 감소했는데요. 당시 욱일승천 기세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아성을 위협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중국 크로스파이어 수익분배 계약이 불리해지고 피파온라인2를 종료하면서 일어난 결과인데요. 신작 온라인게임은 물론 모바일사업 역시 부진했다는 점도 큽니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난국을 해소하기에는 부채비율이 90%를 넘는 등 비슷한 규모의 게임회사들과 비교해 재무상태가 썩 좋지 못하데요. 정말 산 넘어 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9위 –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 역시 이베이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공식적으로 매출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기업 소개자료를 통해 “3600억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수치인데요. 네오위즈게임즈와 반대로 중국 크로스파이어 수익분배 계약이 유리해진 덕분입니다. 스마일게이트는 ‘벼락부자’와 같다고 할 수 있는데요. 크로스파이어가 여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미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이제 ‘원힛원더’에서 벗어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0위 – 위메이드
여러 가지 현실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IT벤처기업의 연 매출은 1000억원을 넘기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위메이드는 지난해 2274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며 8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이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매출 비중은 대부분 ‘미르의 전설’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했지만 포트폴리오가 바뀔 정도로 성공한 사례는 없었죠. 그래서 모바일사업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한 단계 올렸다는 점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문제입니다. 여전히 윈드러너를 이을 만한 게임이 보이지 않는데요. 자칫 여기서 정체된다면 계열사 포함 2000명이 넘는 인력을 먹여 살릴 방안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