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 유재석이 있다면 인터넷방송엔 대도서관이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방송계의 SM, YG, JYP도 있을까. 있다. 물론이다. 인터넷 스타를 위한 이 기획사를 흔히 ‘다중 채널 네트워크’, 줄여서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고 부른다.
MCN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탄생했다. 유튜브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수익을 내는 채널이 많이 생기자, 이들을 묶어 관리해주는 곳이 생긴 것이 출발이다. 여러 유튜브 채널이 제휴해 구성한 MCN은 일반적으로 제품, 프로그램 기획, 결제, 교차 프로모션, 파트너 관리, 디지털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판매 및 잠재고객 개발 등의 영역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다 자세한 건 유튜브 설명을 참조하기 바란다)
SM이나 YG, JYP, 안테나뮤직이 소속 가수를 발굴해 육성하고 방송 활동을 지원하듯 MCN은 인터넷 스타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저작권을 관리해 주고, 광고를 유치하는 일을 대신해 준다. 그 대신 이들 MCN 소속 창작자(크리에이터)는 유튜브나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방송 플랫폼에 출연한다. 연예인들의 활동을 세밀히 관리하듯, MCN은 인터넷 콘텐츠 창작자들의 매니저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MCN이 스타만 육성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일종의 외주 제작사나 주문형 방송사 역할도 한다. 인터넷 플랫폼은 대개 KBS나 MBC, SBS와는 달리 플랫폼만 제공하기에, MCN은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해야 하는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 미디어들, MCN 수혈 중
MCN은 유튜브와 함께 등장했다. 유튜브 기반인 만큼 MCN은 미국에서 태동하고 성장했다. 대표 MCN 사업자로는 어썸니스TV나 메이커스튜디오, 머시니마 등을 꼽을 수 있다.
△메이커스튜디오
메이커스튜디오는 2009년 설립된 기업이다. 리사 도노반과 벤 도노반 남매가 2006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그 시작이다. 메이커스튜디오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이커스튜디오는 이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대가로 유튜브 광고 수익을 나눈다. 비교적 다양한 연령대의 폭넓은 시청자 층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썸니스TV는 2012년 배우 출신의 브라이언 로빈스가 설립한 MCN이다. 주로 10대를 겨냥한 코미디나 음악, 리얼리티 등의 콘텐츠가 많다.
머시니마는 2007년 설립된 MCN으로, 20·30대 남성 팬층을 주 시청자로 확보하고 있다. ‘머시니마’라는 이름이 기계와 영화, 애니메이션을 합친 단어인 만큼 게임 엔진이나 그래픽, 스토리,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만든 동영상이 주를 이룬다.
이들 MCN의 영향력이 커지자 미국의 기존 미디어 업체들도 MCN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바뀌고 있다. 2013년께부터 디즈니와 드림웍스, 비아콤, 타임워너 같은 메이저 미디어들이 MCN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식으로 MCN 사업 영역에 잇따라 진출하는 모습이다. 디즈니는 10억달러, 우리돈 약 1조원에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수했으며, 드림웍스는 어썸니스TV를 3300만달러에 사들였다.
국내는 CJ E&M 중심으로 생태계 커지는 중
국내에서 가장 선두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MCN 사업자는 CJ E&M이다. CJ E&M은 지난 2013년 MCN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크리에이터그룹’이라는 브랜드로 1인 창작자에 대한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해 왔다.
△CJ E&M 다이아TV
2015년 5월7일, CJ E&M은 크리에이터그룹을 ‘다이아TV(Digital Influencer&Artist TV)’로 바꿨다. 브랜드명을 바꾸며 CJ E&M은‘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플랫폼 확대’, ‘글로벌 진출’을 기치로 내걸었다. 현재 CJ E&M의 파트너 크리에이터는 407팀에 이른다. 다이아TV 런칭과 함께 CJ E&M은 2017년까지 파트너 2천팀을 육성해 아시아 최고의 MCN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CJ E&M은 tvN이나 엠넷 같은 케이블 채널 외에도 인터넷에 2천개의 채널이 더 생기게 되는 셈이다.
CJ E&M을 잇는 주자는 아프리카TV다. 아프리카TV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키워낸 산실이다. 아프리카TV는 2013년 12월 유튜브와 콘텐츠 유통 협약을 맺었고, 2014년 파트너BJ 제도를 신설했다. 파트너에게는 별풍선 수익 외에도 아프리카TV 동영상 광고 수익을 나눠준다. 다른 MCN처럼 저작권 관리, 유튜브 교육 등도 제공한다.
아프리카TV 동영상 파트너BJ와 수익 공유 모델
판도라TV도 MCN 사업에 잰걸음이다. 판도라TV는 2014년 10월, 1인 미디어를 위한 동영상 응용프로그램(앱) 제작 서비스 ‘아이앱’을 공개했다. 아이앱은 창작자들이 올린 동영상이 한 번 재생될 때마다 1원의 광고 매출을 발생시키고, 유료 아이템을 팔면 수수료 없이 창작자가 가져가는 수익모델을 내세웠다. 사용자와 실시간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도 제공했다. 판도라TV는 올 2월부터는 아이앱 외에도 1인 미디어를 위한 동영상 제작이나 광고, 홍보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MCN 사업을 위한 조직인 PUMP(펌프)팀도 신설했다.
판도라TV에서 펌프팀을 이끄는 차재희 팀장은 판도라TV의 MCN 전략을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판도라TV를 비롯한 소셜 비디오 콘텐츠 플랫폼에 창작자가 작품을 확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판도라TV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펌프팀이 운영한다. 바이럴(입소문) 영상을 제작해 수익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이 밖에 창작자에겐 다양한 창작 기회를 제공해 연결고리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차재희 팀장은 밝혔다.
국내에 CJ E&M이나 아프리카TV, 판도라TV와 같은 기존 사업자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트레져헌터와 비디오빌리지, 쉐어하우스 같은 MCN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그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건 트레져헌터다. 트레져헌터는 ‘인터넷방송계의 SM엔터테인먼트’로 불린다. 유튜브 등에서 1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양띵’을 비롯해 ‘악어’, ‘김이브’ 등 유명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져헌터를 창업한 송재룡 대표도 MCN 업계에서 유명인사다. 그는 CJ E&M 방송콘텐츠부문 MCN사업팀 팀장 출신으로 유튜브 MCN 사업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다.
트레져헌터
트레져헌터에 따르면, 4월17일 기준으로 자사 콘텐츠 시청 횟수는 17억뷰에 이르며 유튜브 채널의 총 구독자는 725만명을 돌파했다. 덕분에 올해 1월7일 설립된 신생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67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4월에는 크리에이터 40여명이 소속된 뷰티 전문 콘텐츠 스타트업 레페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트레져헌터는 특히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MCN이다. 수집된 데이터를 패턴화하고 그 패턴을 분석해 영상 콘텐츠 기획부터 편집 단계까지 템플릿을 만들어 창작자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하우스오브카드’와 같은 콘텐츠를 자체 제작한 넷플릭스의 전략을 연상케 한다. 넷플릭스는 ‘하우스오브카드’ 제작 당시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시청자의 성향을 파악한 뒤 그들이 원하는 연출 스타일이나 좋아할 만한 배우 등을 예측해 섭외했다
비디오빌리지는 2014년 12월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비디오빌리지에 소속된 창작자는 36명이다. ‘페북스타소속사’로 알려져 있을 만큼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유명세를 탄 창작자가 많다. ‘최승현의 취미생활’의 최승현 씨나 ‘안재억의 재밌는 인생’의 안재억 씨를 비롯해 정지환·선여정 씨가 비디오빌리지에 소속돼 있다.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는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건 크게 3가지라고 말한다. ‘매니지먼트’와 ‘미디어·콘텐츠’, IT·솔루션’이다. 비디오빌리지는 그 가운데 매니지먼트에 시간과 노력, 돈을 제일 많이 투자한다. 특히 영상 제작 능력을 길러줘 한 명 한 명이 프로덕션 기능까지 할 수 있게 하려는 게 목표다.
비디오빌리지가 하는 일
메이커스는 2012년에 창업한 문화 콘텐츠 기획 스타트업이다. 2014년 6월, 옐로모바일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메이커스에는 약 50여명의 1인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CJ E&M의 다이아TV에 소속돼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지난 2013년 1월 배윤식 대표가 설립한 쉐어하우스다. 쉐어하우스는 노하우 콘텐츠 공유에 특화된 미디어다. 특히 요리사나 의사, 요가강사 등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외부 필진으로 참여시키는 ‘하우스메이트’ 제도를 통해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뿐 아니라 옥션이나 장인가구 같은 기업 등도 하우스메이트가 돼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230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