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의 市場 진입 전략… 선구자와의 차별화로 판 뒤집기
① 슈스케, 혁신 없이 방심 -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자기혁신 거듭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도태될수 있어… 시즌5, 결국 시청률 1%대로
② 동기유발 인센티브 필수 - K팝스타, 상금뿐 아니라 대형기획사 채용기회까지…
기획사 대표인 심사위원은 좋은 인재 영입기회 얻어
③ 포장에 치중하지 말라 - 핵심 가치 '참가자 실력'
슈퍼스타K가 놓쳤던 반면 K팝스타는 끝까지 붙잡고 도전자·심사위원 함께 성장
2009년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케이(Super Star K·이하 슈스케)'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강신장 원장은 "대중에게 오디션 문호를 열어 모두가 계급장 떼고 겨뤄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혁신적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런 혁신의 상징 슈스케가 불과 5년 만에 쇠락했다. 허각과 존 박이 맞붙었던 시즌2의 시청률은 케이블TV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18%대까지 치솟았지만, 작년 말 시즌5는 최종 결선 시청률조차 1%대로 끝나 '망스케(망한 슈퍼스타 케이라는 뜻)'라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슈스케를 본떠 2011년 만들어진 '케이팝스타(K Pop Star)'는 현재 방영 중인 시즌3까지 일정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일 방영분의 시청률은 12.7%(전국 기준)로 MBC의 '아빠 어디가'(11.9%), KBS 2TV의 '슈퍼맨이 돌아왔다'(9.4%)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였다. 작년 11월 첫 회 방송 때 8.4%로 시작했지만, 올 들어 11~12%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슈스케와 케이팝스타의 사례는, 아무리 뛰어난 제품도 자기 혁신을 거듭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으며, 후발 주자도 선도 주자와 제대로 차별화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케이블보다 공중파가 유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공중파의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 대부분이 자취를 감춘 지금, 유독 케이팝스타만 인기를 유지한다는 것은 공중파가 가진 이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발 주자 케이팝스타는 어떻게 슈스케를 압도할 수 있었을까? 그 성공 공식을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 본다.
- ▲ 지난 9일 방영된 ‘케이팝스타 시즌 3’에서 심사위원 유희열씨가 자신이 지도한 참가자 홍정희(오른쪽)양이 탈락하자 오열하고 있다. / SBS 제공
①경쟁보다 성장
슈스케의 초점은 경쟁의 스릴에 맞춰져 있다. 누가 붙을지 떨어질지 긴장감을 유도하는 편집을 한다. 그러나 시즌1부터 시종일관 이어져 온 이런 전통은 변화한 소비자 의식과 괴리를 낳았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경쟁 사회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시작했고, 경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경쟁의 스릴을 예전만큼 즐기지 않게 된 것이다. 더구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최종 결선 참가자 2명이 공연 중 가사를 잊어버리고, 음이 이탈하고, 시종 불안한 표정으로 시선 처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은 그 길고 치열했던 경쟁이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반면 지난해 11월부터 방영된 케이팝스타 시즌3는 참가자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사위원이 참가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포텐(잠재력이라는 뜻의 업계 속어)'을 피워주려는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다.
지난 9일 방송에서 홍정희양이 탈락하자 그녀를 지도했던 유희열 심사위원은 오열을 터뜨린다. 홍양은 어릴 적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며 전국을 누빈 이색 경력 소유자. 그러나 그녀에겐 트로트가 빛이자 그늘이었다. 모든 사람이 트로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고, 케이팝스타 같은 경연 무대에선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런데도 유희열씨는 홍양의 자신감을 살려주기 위해 톱10 경연 무대에서 과감히 트로트를 선곡하고, 반도네온(탱고 음악에 쓰이는 아코디언의 일종)과 협연을 통해 홍정희양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공연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오열을 터뜨릴 때 유희열은 냉정한 심판이 아니라, 마치 아버지가 딸을 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YG의 도움을 받아 '배틀오디션'에 출전한 아비가일이 최종 탈락 후 눈물을 흘리며 남긴 말도 의미심장했다. "저는 혼혈이에요. 커오면서 마음의 상처를 참 많이 받았어요. 케이팝에서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정말 좋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재능이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상처받는 수많은 아비가일이 존재할지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케이팝 같은 공간은 그 어떤 현실 세계보다 공정하고, 용기를 주는 공간으로 비치는 것이다.
박성훈 케이팝스타 PD는 "케이팝스타가 이번 시즌부터 특히 달라진 것은 경쟁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이 점이 힐링을 원하는 요즘 시대 흐름에서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케이팝스타는 후발 주자 시장 진입 전략의 좋은 표본"이라면서 "지나친 경쟁과 순간적 흥미를 위주로 했던 기존 프로그램의 단점을 분석, 참가자의 성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감정이입하기 쉽게 만든 점은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 ▲ ‘슈퍼스타케이 시즌 5’에서 가수 이승철(왼쪽)·윤종신씨가 심사하는 장면. / CJ E&M 제공
②인센티브 메커니즘
경연 프로그램의 성패는 참가자의 질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좋은 참가자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센티브 메커니즘에서 케이팝스타는 슈스케와 차별화된다.
참가자들에게 방송 출연 기회와 거액 상금, 그리고 음반 제작 기회를 주는 인센티브 구조는 슈스케가 만들어냈다. 케이팝스타는 상금에 그치지 않고, YG나 JYP 같은 대형 연예 기획사의 지도를 받고 연습생으로 채용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작가씨는 "슈퍼스타케이가 '대학 졸업장'을 주는 것이라면, 케이팝스타는 입학부터 취업까지 보장하는 원클릭 서비스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시청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출연자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가수가 되는 것이 진짜 욕구이니 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케이팝스타는 양질 참여자를 계속 끌어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심사위원의 인센티브는 무엇일까?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 심사위원에게 작용하는 인센티브는 우선 자기 프로덕션에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갖고 있더라도 전국 레벨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인재를 발굴해내는 것은 효율적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심사위원들도 참가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고 성장한다. 잊어선 안 될 점은, 이들도 신인 시절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어린 참가자들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 자체로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③곁가지보다 핵심
김상훈 교수는 케이팝스타가 '참가자의 질'이라는 핵심 편익(core benefit)을 끝까지 붙잡은 반면, 슈스케는 이 가치를 망각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필립 코틀러의 '제품 계층 구조(product hierarchy)' 전략에 따르면,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상품의 핵심 편익을 최우선적으로 관리하고, 그다음에 부가 상품 등 추가적 가치를 쌓아나가야 한다. 김 교수는 "슈스케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스토리텔링 등 부가적 장치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참가자들의 수준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중간에 김이 새버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슈스케가 다음 시즌에 만회할 길은 없을까? 이창양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슈스케나 케이팝스타는 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외면받은 플랫폼을 다시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품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효용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와 비슷하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는 인재 풀이 고갈돼 가는 상황이라면, 플랫폼 경쟁에서 단 한 번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김상훈 교수는 "슈스케가 다음 편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슈스케가 후발 주자인 케이팝의 변화와 혁신에 무릎을 꿇은 것처럼, 케이팝이 다음번에 패착을 두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것이다.
슈스케 홍보 담당인 CJ E&M 이창곤 대리는 "시즌5에 대해 비우호적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슈스케가 실패한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전혀 다른 시즌6를 준비 중이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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