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튜닝 시장 100조원…한국은 고작 5000억원 걸음마 수준
지난해 1월 중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4 도쿄오토살롱’. 아시아 지역에선 가장 큰 튜닝카 전시회다. 이곳에서 벤츠의 스포츠카 모델인 SL600이 10억원에 팔린 사고(?)가 발생했다. 기존 모델은 2억6000만원대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액세서리 전문업체인 DAD가 외관을 튜닝해 원래 가격의 3배 이상으로 가치를 높인 것이다. 이처럼 튜닝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글로벌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튜닝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 자동차 5대 강국이란 위상에 부끄러울 정도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452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 서열이다. 하지만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튜닝시장 규모는 5000억원. 우리나라보다 140만대가량의 자동차를 더 생산한 독일의 튜닝시장 규모가 6조4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튜닝시장의 초라한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튜닝부품 업체와 튜닝숍도 각각 1600개, 500개에 불과했다. 대부분 연간 매출액 10억원을 넘지 못하는 영세 업체들 중심이다.
이와 별개로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튜닝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튜닝 동호회 회원 수는 2008년 2만5000명에서 지난해 5월 5만6000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세계 최대 튜닝시장인 미국의 산업은 2012년 기준으로 33조원 규모다. 특히 거의 성장이 멈춘 자동차 산업과 달리 매년 5%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의 튜닝시장 규모도 23조원에 이른다. 이 중 영국의 시장 규모가 10조4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영국의 튜닝업체 수만 4500여 개이고 고용인원이 3만8500여 명 수준이다.
자동차 선진국 독일의 튜닝산업 규모도 6조4000억원 규모로 500여 개의 튜닝업체가 3만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일본의 튜닝차 시장도 14조원 규모다.
이렇다보니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부분 튜닝 전문 자회사를 두고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3사인 도요타, 혼다, 닛산은 모두 튜닝 전문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고용인원만 1100명이다. 일본의 튜닝기술은 일본 자동차의 전 세계 수출과 연계하여 진행되었으며, HKS, Greddy, Tomei, Cusco, Kaaz 등 튜닝부품 전문 메이커들이 일본 시장을 넘어 세계적인 튜닝 부품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최고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튜닝 산업도 이끌고 있다. 독일차를 대표하는 벤츠와 BMW도 각각 AMG와 BMW-M이라는 튜닝 전문 자회자를 출범시켰을 뿐만 아니라 각각 튜닝 전문업체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벤츠의 대표적인 튜닝 전문업체는 BRABUS로 독일에서 가장 큰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를 가지고 있다. 제조사가 튜닝사에 공식 서비스센터를 내준 것이다. 사실상 제조사가 튜닝사와 자동차에 대한 모든 기술적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BMW는 AC-SCHNITZER를 공식 파트너로 두고 있고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은 ABT를 튜닝 파트너로 삼고 있다.
튜닝 산업이 발전하다보니 ‘튜닝 전문 모터쇼’도 성장세다. 일본의 ‘도쿄오토살롱’, 미국의 ‘세마쇼’, 독일의 ‘에센모터쇼’가 대표적이다. 미국 세마쇼는 세계 최대의 튜닝박람회로, 매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매년 2000개 이상 업체가 참여하고 100여 개국에서 온 12만여 명의 자동차 관련 산업 전문가들이 참관한다.
자동차 튜닝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도쿄오토살롱은 각종 자동차 및 스포츠 용품, 각종 튜닝 용품 및 부품, 튜닝카, 타이어 각종 휠 등을 전시한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산업국가인 일본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가 제공할 수 없는 분야를 개발 및 보완하여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2015도쿄오토살롱을 찾은 관람객만 30만명이 넘었다. 독일에서 매년 11~12월에 개최되는 에센모터쇼는 특이한 개념의 튜닝차 전시회다. 신차 중심의 기존 모터쇼와는 달리 이색차, 쇼카, 튜닝카, 콘셉트카 등 무한한 상상력을 중시하는 개성파 자동차들이 출품된다. 이 전시회에 출품하는 자동차들은 대부분 비현실적인 모델들이지만 자동차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디자이너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마음껏 발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전시회보다도 미래지향적인 성격을 갖는다.
튜닝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맞물려 향후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집을 산 뒤 건설회사가 지어준 그대로 살지 않고 각자의 기호와 성향에 따라 꾸미고 살 듯 자동차도 공장에서 출고된 그대로 타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자동차 마니아들만 해오던 튜닝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튜닝이 자동차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튜닝을 할 경우 이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고 있다 적발되면 벌금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 이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
독일은 자동차교통청(KBA) 인증을 받은 부품은 자유롭게 튜닝이 허용된다. 또 튜닝을 할 경우 이를 보험사에 통보해야 한다. 불법 부품을 사용한 뒤 사고가 났을 경우 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
[김기철 기자 / 홍종성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9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