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현대重 선박도크 일감 줄어 썰렁
유화업계CEO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엄습”
현대차 가동률 97% → 85%로‘뚝’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조선 산업이 한창일 때는 이 도크에서 연간 15~20척의 선박이 건조됐다”며 “지금은 아무도 조선업계 글로벌 1등 기업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침울해 했다.
사상 처음으로 2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10개 도크에서는 과거의 활기찬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시절은 문자 그대로 옛날 얘기가 됐다.
같은 시간 SK이노베이션의 울산항 수출전용 부두. 컨테이너 재고가 가득 쌓인 채 하염없이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정제마진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고손실까지 발생했고 최근에는 신용등급 전망까지 하락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현장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2분기 5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흑자전환에 간신히 성공했지만 원유 재고에 따른 평가손실이 1400억원에 달했다.
울산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17~18%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비중을 지닌 도시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차례로 잘 넘기며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국내 최고인 6만달러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조선·정유·화학 등 제조업의 동시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음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적자 행진은 공장이 인접해 있는 울산 동구의 상권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17일 점심시간인데도 현대중공업 정문 앞 상가에서는 작업복을 입은 현대중공업 직원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문을 열지 않은 음식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3도크. 이 도크는 조선산업이 활황일 때 4~5척의 배가 동시에 건조됐으나 최근 선박 1척이 진수돼 현재는 3분의 2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울산 = 서대현 기자]
울산 남구에 위치한 석유화학공단도 불황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하루 24시간, 1년 내내 공장 불을 밝히던 석유화학공단에서 공장 불빛들이 점점 꺼져가고 있다. 중국이 석유화학 원료를 자급하면서 수출길이 막히고 제품 가격도 계속 하락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LG화학,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대기업 계열 정유사들은 내년 신년 목표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비상 경영에 착수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카타르 등 중동에 의존했던 원유 수입처를 셰일가스 붐이 불고 있는 미국, 알래스카 등으로 다변화하고 사업조직을 슬림화해 비용 절감에 착수한다는 큰 그림만 그려놓고 있을 뿐 경영 실적을 견인해 줄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내년을 맞게 된 셈이다.
정유업계의 한 CEO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 정유·화학업계의 업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고심 중인데 워낙 글로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뚜렷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업계 현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했지만 요즘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은 적은 드물었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국면이 벌어질 수 있으며 내년에는 국내 정유·유화업계가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전망은 울산 석화공단의 중소업체들 경영실적으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를 한때 독점했던 울산 석유화학업체 A사는 공장 가동률이 예년의 4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업체에는 1~3공장이 있는데 현재 1공장은 가동을 멈춘 상태다. 그나마 위기의식을 느낀 노사가 올해 임금을 동결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수출 전초기지’인 울산의 또 다른 주축인 자동차 산업도 3분기를 지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조선이나 화학, 정유 업종보다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완성차 수요와 이에 따른 수출 실적이 양호한 편이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가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낼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3분기 들어 현대차 울산 공장의 가동률이 뚝 떨어진 데서도 확인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지난 3분기 생산대수는 31만대, 공장 가동률은 85%로 전분기(40만대-97%)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졌다. 물론 노사 파업에 따른 조업 손실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역시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33만대-86%)과 비교해도 부진한 수치다. 원화값 강세, 엔저 쇼크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 중인 국내 자동차 업계의 또 다른 악재로 등장했다.
‘노무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큰 악재로 지목된다. 울산에 주력기지가 있는 현대차, 부산공장을 운영 중인 르노삼성이 통상임금 확대 문제로 노조와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채수환 기자 / 홍종성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3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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