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꽁꽁…車판매 석달만에 25% 급감
인터넷 쇼핑마저 정체…7% 성장 점점 멀어져
◆ 중국發 글로벌쇼크 5대 궁금증 / Q1 : 中경제 얼마나 심각한가 ◆
세계 경제가 중국발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일주일 만에 10% 넘게 폭락했고, 미국에선 중국 경제위기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미뤄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25일 성장률 둔화 염려를 불식하겠다며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했지만, 시장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긴급카드를 비웃듯 미국 증시는 1.5% 하락했고, 다음날 상하이지수도 장 초반 반등하는 듯하더니 결국 3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1.27%(2927.29)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 같은 시장 반응은 하반기 실물경기 지표 악화와 증시 폭락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시장 신뢰를 잃어버린 결과다.
25일 처음 판매를 개시한 샤오미의 스마트폰 '훙미노트2'는 인터넷 예약이 폭주해 하루 만에 80만대가 팔렸다. 성장세가 둔해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신드롬'이 재현된 것은 순전히 가격 때문이다. 대당 799위안(약 15만원)에 출시돼 애플과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기종 대비 5분의 1 가격에 불과한 것.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창청자동차의 SUV '하푸H6'로, 대당 가격이 10만위안(약 183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반면 작년까지 없어서 못 팔았던 벤츠, BMW 같은 프리미엄 자동차와 명품 핸드백은 중국 시장에서 가격을 할인해도 팔리지 않아 최근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우리가 알던 '왕서방'의 화끈한 씀씀이는 이제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소비자들이 싼 것만 찾고, 다른 제품엔 지갑을 닫는 이런 상황은 현재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어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이로 인해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들어 바오바(保八·8% 성장률 유지) 정책을 폐기해 작년에는 7.5%, 올해는 7.0%로 성장률 목표치를 낮췄다. 그나마 하반기엔 경제지표가 부진해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에서 최근 제시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8~6.9%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주요 경제지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 데서 이번 위기가 발생했다.
인민은행이 26일부로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했지만, 성장률 제고 효과에 대해선 시장이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26일 상하이증시가 오히려 1.27% 떨어진 채 마감한 것도 이런 기류를 보여준다. 가장 큰 원인은 돈을 쓰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지준율을 내려 은행 대출 여력을 키워 주고 금리를 인하해 금융비용을 낮춰 줘도 개인은 소비를 하지 않고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있다.
특히 소비 침체가 심각하다. 수출은 성장률 기여도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내수 성장률 기여도는 작년부터 50%를 넘어섰다. 그런데 믿었던 소비가 붕괴됐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려 하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면, 4월 200만대에 달했던 자동차 판매대수는 계속 급감해 지난달 150만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라면 자동차 대리점 3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반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10%에 턱걸이하며 작년 동기에 비해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이 7%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소매판매가 최소 12%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금리·지준율 동시 인하 조치는 기업과 개인이 미래 소득을 담보로 더 많이 투자하고 소비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상반기 세 차례 금리 인하에서 드러나듯 통화정책은 기대한 것만큼 내수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임금 상승과 글로벌 수요 감소 여파로 중국 기업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업들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1.2%로, 1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잦은 개입에 신뢰 상실…금리 내려도 `돈` 맥경화
28조달러 막대한 국가부채…재정확대 이젠 쉽지않아
◆ 중국發 글로벌쇼크 5대 궁금증 / Q2 : 中 경기부양책 왜 안먹히나 ◆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와 세 차례 지급준비율 인하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경기 부양책에도 중국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근본적 배경은 '돈맥경화'로 인한 소비 침체다.
금리와 지준율 인하로 시장에 돈을 풀었는데도 기업과 가계가 대출받아 투자와 소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잦은 부양책 발표가 되레 투자자 불안감만 더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간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이 감소하면서 기업과 가계 유동성이 줄고 있고 최근 일련의 주식 폭락장까지 겹치자 소비 심리가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300%에 이르는 공룡 부채(약 28조달러 추정)로 공공 부문마저 선뜻 지갑을 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예전 같으면 지방정부가 도로를 놓고 토목공사를 하며 단기 부양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빚더미에 앉은 지방정부도 제 코가 석 자라 투자할 여력이 바닥난 셈이다.
소비 진작에 어려움을 겪은 중국 정부는 급기야 이달 중순 급히 위안화 가치 절하를 '긴급 카드'로 꺼냈다. 그러나 이런 긴급 처방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유로존을 비롯해 지구촌 전체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저렴한 상품만으로 수요를 살릴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위안화 절화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주변국 통화 가치 도 덩달아 떨어지면서 구매능력이 감소하는 현상도 예상된다.
반면 투자자들은 위안화 절하로 인한 중국의 달러부채 급증을 우려하고 있고 아울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 미국 시장으로 옮아가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중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 이후 25일 현재까지 6000억위안(109조8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역내 은행 시스템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세계가 G2로 주목했던 중국이 생각만큼 유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잇단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투자자와 시장을 설득할 '리더십'이 없는 반면 잦은 시장 개입으로 불신만 키웠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위안화 평가절하나 최근 중국 증시 폭락 사태 그 자체는 별문제가 안 되지만 리더십으로 상황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중국 정부의 대응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 부족 때문에 부양책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지용 기자]
정부는 방어한다지만…월가선 "2600 갈수도"
◆ 중국發 글로벌쇼크 5대 궁금증 / Q3 : 中 증시 이제 바닥쳤나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준율을 동시 인하한 26일 상하이지수는 오히려 장 초반 3% 가까이 폭락했다.
부양 조치가 나왔는데도 장이 반등에 실패함에 따라 시장 공포 심리가 더 커져버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지수 3000이 바닥'이라고 장담하던 증권사들은 이제 증시 바닥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건 지수가 더 떨어질 경우 정부가 보다 노골적인 수단으로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상하이지수가 폭락했을 때 중국 정부는 대주주들의 지분 매도를 금지하고 공매도세력을 조사하고 증시 부양자금을 쏟아붓는 등 직접적인 수단을 총동원했다. 당시 국제금융기구에서 중국 당국의 증시 개입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음을 냈지만, 증시 부양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3400까지 폭락하던 지수가 정부의 직접 개입에 힘입어 지난주 초 4000까지 회복한 것.
이번 폭락장에선 이런 형태의 직접 개입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매에 나서는 이유다. 상하이지수가 더 떨어질 경우엔 지난달과 비슷한 '우격다짐' 방식의 직접 개입도 예상된다.
증권감독원 대변인은 24일 증시 직접 개입의 두 가지 조건으로 비정상적 파동과 시스템 리스크를 꼽았다. 시장에선 상하이지수 2600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저점으로 인식한다.
지난해 11월 지수 2600 언저리에서 신용거래가 대폭 증가해 2600 밑으로 떨어지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증시 폭락을 지난달에 예견한 톰 드마크 드마크애널리틱스 대표도 26일 중국 주가의 저점을 2600 언저리로 예상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증시) 위기의 가장자리에 불안정하게 서 있다"며 "상하이지수는 259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26일부로 단행된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로 증시가 추가 급락을 피하고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뤼팅 화타이증권 수석경제학자는 "인민은행이 과거에 비해 시장친화적인 부양책을 내놨다"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지표만 보면 연내 인상…시장은 "확 늦춰라"
◆ 중국發 글로벌쇼크 5대 궁금증 / Q4 : 美 금리인상 연기되나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은 월가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내부에서조차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첨예한 이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회복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지만 2009년 미국 양적 완화 정책 이후 천문학적으로 풀린 시중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통화정책 정상화 출발로 해석되기 때문에 가뜩이나 중국발 쇼크로 겁에 질려 있는 미 경제에 또 한 번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염려가 높다.
이 때문에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연내 금리 인상을 수차례 천명한 옐런 의장은 12월보다는 9월을 첫 인상의 적절한 시기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연내 인상을 미룰 때 신뢰도 추락은 옐런 의장에게 두려운 부분이다. 사실 시계추를 불과 20일 앞당긴 이달 초순만 해도 월가에서 '9월 인상론'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연준 목표치에 거의 부합하는 7월 고용지표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되자 월가 금융사들은 9월 인상 가능성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일부 기관의 예측치는 75%까지 상승했다.
이런 기류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게 중국발 금융 쇼크다. 지난 18일 상하이종합지수가 6%대 급락한 이후 중국 주식시장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갔고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일본 주가가 동반 폭락하는 글로벌 증시 패닉에 휩싸였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타이밍을 실기했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9월 인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 것이 최근 일주일간 상황이다. 증권중개회사인 튤렛프레본에 따르면 다음달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트레이더들은 24%로, 지난주 46%를 크게 하회했다. 바클레이스는 당초 9월로 예상했던 첫 인상 시점을 내년 3월로 늦췄다.
하지만 9월 인상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8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7월 신규 주택판매는 한 달 전보다 5.4% 상승한 연율 50만7000건을 기록하는 등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만한 지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신흥국 대부분 경상흑자 `탄탄`…외채상환능력 1997년의 5배
◆ 중국發 글로벌쇼크 5대 궁금증 / Q5 : 아시아로 위기 전염될까 ◆
중국발 쇼크와 함께 신흥국들의 주가가 동반 폭락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연쇄 반응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시아 신흥국에서 촉발된 1997년 외환위기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요 통계와 전문가 견해를 감안할 때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바트화 가치가 올 들어 8~20%가량 하락하기는 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낙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97년 당시 태국 바트화는 148%,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무려 556%나 하락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를 탈피해 유연한 환율 체계로 전환한 점도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신흥국들의 단기외채 상환능력이 외환위기 때보다 3~5배 향상됐다고 진단했다. 20년가량 지난 현재 상당수 신흥국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외화보유액도 종전보다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신흥국 기업과 소비자의 유가 부담이 줄어든 점도 호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쇼크로 인한 신흥국 경제의 타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중국 성장이 둔화되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중국 위기 여파로 해외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흥국 자산을 대거 처분하고 안전자산으로 갈아탈 공산도 크다. 이로 인한 자본 유출의 충격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중국발 쇼크가 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는 게 중론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