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시추 24년만에 허용…OPEC 증산에 맞대응
中·日 경기부진에 수요줄어 WTI 6년만에 최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산유국 간 원유 생산 경쟁이 석유 전쟁 양상을 띠면서 당분간 유가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이날 환경단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에 북극해 시추 재개를 전격 허용했다. 북극해가 석유회사에 개방되기는 24년 만에 처음이다. 로열더치셸은 매장량 220억배럴로 추정되는 알래스카 북서부 축치해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시추를 곧 시작할 계획이다.
로열더치셸은 2012년 이 지역 시험 시추에 나섰으나 쇄빙선이 고장 나 직원 18명이 해안경비대에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정부가 시추를 금지했다. 그러나 최근 셸이 쇄빙선 수리를 완료하고 시추 재개를 허용 받은 것이다.
미국 하원은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이르면 다음달 표결에 부친다. 표결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국은 이르면 내년부터 원유 수출이 가능해진다. 1975년 에너지보호법 제정 이후 40년 만에 미국의 원유 수출이 재개되는 셈이다.
미국이 아껴둔 원유 개발을 적극 허용하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저유가 공세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OPEC가 원유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떨어뜨림으로써 미국산 셰일석유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시도를 해온 데 대한 응징인 셈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향후 미국의 석유시장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AI)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OPEC의 저유가 정책이 미국 에너지 안보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과 일본 경기 부진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것도 유가 하락의 한 축이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세계 1위와 3위 원유 수입국이다. 중국은 올해 6%대 성장으로 예년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유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또한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감소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원유 수입이 줄어들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과 일본이 경기 부진으로 유가가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지난 14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원유 수급에 새로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등장으로 유가 형성 과정이 좀 더 복잡해지고 긴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단기적으로 볼 때 원유 수요가 이미 피크를 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향후 몇 주간은 여름철 석유 수요가 약화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 과잉 공급이 201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북극해 시추 허용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프란츠 매츠너 천연자원보호협의회 국장은 "어떤 회사도 마지막 남은 태초의 바다를 오염시키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정부의 완벽한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9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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