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블로그 ‘멍부’가 조직을 망친다에 꽤 많은 반응이 있었다. 원래 잘 알려진 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2*2 매트릭스를 써서 분석을 하고, 어이없지만 실존하는 멍부를 등장시키니까 관념적인 얘기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현실로 받아들이신 모양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본인의 상사는 거의 다 멍부라고 한탄을 하지만, 본인은 대부분 똑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걸 가볍게 불륜과 로맨스의 차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실은 꽤 중대한 이슈가 숨어있다.

 

‘전지적 자기효능감’을 가진 최악의 멍부

Efficacy 라는 까다로운 영어 단어가 있다. 약에 쓰면 효능이라는 뜻인데, 사람에게 쓰면서 self를 붙이면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란 생소한 뜻이 되면서 뉘앙스가 약간 야릇해 진다. 자기 스스로 유능하다, 난 잘 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좋은 뜻이다. 실제로는 멍부인데 스스로를 똑부나 똑게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Self-efficacy syndrome에 빠졌다고 보면 된다. (다른 데서 사용하지 마시라.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라 내가 그냥 만든 것이다…)

이 앞에 Omni-potential 이란 단어를 붙이면 매우 중증의 착각 증세를 말한다. (역시 내가 만든 표현이니 사용에 주의하시길…) 이른바 ‘전지적 자기효능감’이라는 병인데, 웬만큼 큰 조직에는 꼭 한 명 이상은 있다.

자기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온갖 일에 끼어들고 아는 척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부류다. 실제로 모든 걸 다 아는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게 존재하기 때문에, 전지적 자기효능감을 보이는 사람은 대부분 ‘또라이’ 취급받는 사람일 뿐이다.

아프리카 땅을 딱 2번 밟은 사람이 (아프리카 땅에 발 디딘 지가 올해로 20년째인 내게) 아프리카 시장의 진면목을 알려주겠다고 거품을 문다거나, 신입사원 때부터 쭈욱 다른 회사에만 근무한 사람이 (내가 11년간 근무한) 삼성의 조직문화에 대해서 조목조목 갈파하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어서 말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병역 면제자가 (햇수로 7년을 장교로 복무한 내게) 군생활에 대해서 아는 척을 할 때도 있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매사 분석하기 좋아하는 나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이기는 했는데, 결론적으로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정신상태를 장악하여 무슨 일에서든지 자기가 유능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일종의 ‘환자’인 것으로 정리를 했다. 물론, 이런 사람은 멍부다. 똑게는 진정한 자신감이 내재되어 있어서, 또 일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하기도 하므로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

상사 – 부하의 궁합

지난 블로그는 개인적인 특성을, 주로 상사를 대상으로 삼아, 얘기해 보았다. 이번에는 그 확장판으로 상사와 부하를 모두 분석대상으로 하여 생각해 본다.

오늘 등장하는 그림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인터넷에 떠돌고 있던 것으로, 누군가 창의력 넘치는 분(아마도 진정한 똑게?)이 2*2 매트릭스를 2개 겹쳐서 (2*2)2 그러니까 4*4 매트릭스로 만들어 상사-부하 사이의 궁합을 표현한 것이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그 창의성과 분석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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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터넷 상에 오래 전부터 존재하나 알 수 없음. 알려주시는 분에게 후사함.

이 매트릭스 하나에서 여러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상사일 때와 부하일 때, 최악과 최선인 자질이 다르다. 상사로서는 멍부가 최악이고 똑게가 최선이지만, 부하로서는 똑게가 최악이고 똑부가 최선이다.

그러니까 부하일 때는 똑-멍을 떠나서 일단 게으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게으를 때는 똑똑한 것이 더 나쁘다. 부하에 대해 ‘자세’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조직문화가 반영된 듯 하다.

상사의 자질에 대해 이 매트릭스의 원작자는 나와 견해가 약간 다르다. 원작자는 상사의 경우 부하에게 적용했던 게-부 순서를 뒤집어 부-게 순으로 배열했다. 상사가 부지런하면 무조건 좋지 않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일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배운다거나 조직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은 다음으로 돌리고, 상사-부하 사이의 ‘케미’만을 고려한 것 같다.

그러나, 내 견해로는 상사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똑-멍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성과나 역량 키우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사 멍청한 것은 정말 참기 어렵다. 그러니까 위 매트릭스에서 상사의 최악-최선 순위는 멍부→멍게→똑부→똑게 순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멍게끼리는 평화, 멍부끼리는 절친

정리하면, 직급이 낮을 때는 ‘빠릿함’으로 귀여움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고, 점점 역량을 쌓아서 높은 직급이 되면 ‘현명함’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장-단기적으로 취해야 할 포지셔닝이 좀 다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입사할 때 현명했던 친구들이 시간이 갈수록 멍해 지면서 나이가 들어서는 빠릿함을 무기로 살아가지 않는가? 슬픈 얘기다.

똑부끼리, 똑게끼리 만나면 궁합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런데, 멍부끼리, 멍게끼리 만나면 궁합이 딱딱 맞는다. 매트릭스 원작자는 멍부끼리 만나면 ‘절친궁합’, 멍게끼리 만나면 ‘평화’라고 분석했다. 대략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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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끼리 만나면 조직이 전체적으로 나른한 분위기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분위기를 ‘평화’라고 분석한 모양이다. 멍게끼리의 평화는 상대적으로 덜 나쁜 모양새다. 그들은 최소한 일을 벌이지는 않는다. 그냥 자기 월급 정도 되는 기회비용을 회사에 물릴 뿐이다.

결정적인 문제는 멍부끼리다. 멍부끼리 만나면 ‘이유없이’ 활기가 느껴진다. 매일 매일이 바쁘고 뭔가 곧 이뤄질 것 같다. 그러나, 착각이다. 그냥 멍부끼리 죽이 맞아 그럴 뿐이고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은 피곤과 짜증에 죽어 나간다.

신임 팀장이 ‘난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순으로 고과를 주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상상이 되는가? 이 소리를 직접 들은 팀원들이 실제로 꽤 있다. “그런데, 팀장님 우리는 영업팀인데요…” 라며 반문하는 사람은 개념이 없는 것이다. 그 팀장도 자기가 영업팀 맡는 줄 모르고 온 것이 아니다. 오래 앉아있는 것 말고 다른 뭘 해야 할지를 모를 뿐이다.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는 실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대응하는가? 내가 겪은 회사들은 이상하게 출근시간이 빨라졌다. 출근시간이 무슨 죄인지 모르겠지만, 9시가 8시가 되고, 8시는 7시가 된다. 여기서 정말 딱 맞는 우화가 탄생했다.

옛날 어느 부잣집이 있었다. 한 해는 농사가 잘 안되어 수확량이 떨어졌다. 원인을 잘 모르겠다. 물이 적은지, 퇴비가 모자랐는지, 아님 해가 짧았는지… 이 집 상머슴이 모든 머슴에게 이른다. 내일부터 새벽같이 일어나서 마당을 쓸자. 농사가 안 된다는데 마당을 왜 쓸지? 하는 질문에 상머슴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럼 뭐할래?!

일의 양과 질은 반드시 반비례다. 멍한 정신에 집중은 안되고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시황에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그래도 멍부들은 희희낙낙이다. 우리는 뭔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바로 그 열심이 조직을 죽이는데 말이다.

멍부들이 조직을 죽이는 법

내게 마케팅과 영업에 대한 책을 추천하라고 하면 꼭 빼놓지 않는 책이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B2B 마케팅』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사람이 쓴 책인데, 독창적인 관점과 현장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거기에 멍부들의 얘기가 있다. (물론, ‘멍부’란 표현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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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보스턴컨설팅그룹의 B2B 마케팅, 이마무라 히데야키 (2007) p.29

 

위 그래프는 화학업체에서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사원이 얼마나 고객사를 자주 찾아가는 지를 표시한 것이다. 당연히 큰 매출을 올려줄만한 고객사에 더 자주 방문할 것 같다. 그럼 그래프는 오른쪽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실제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이렇게 예상 외의 분석결과가 나오니까 컨설팅 펌을 불렀겠지만, 좀 황당하지 않은가?

컨설턴트가 붙어 다니면서 원인을 파악해 보니, 영업사원들이 구매량이 크고 협상력이 강한 업체는 상대하기 힘드니까 놔두고, 상대적으로 만만한 업체에만 자주 들르는 것이 아닌가!

정말 이럴까 하고 B2B영업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제약업계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이렇게까지 연구는 해보지 않았지만 대략 맞는 얘기 같다고 한다. 아침마다 무조건 어딘가에는 가야 하는 보통 영업사원이 외근을 나오면 아무래도 맘이 편한 병원, 그러니까 아는 척도 해주고 인사만 잘하면 차도 한잔 내주는 그런 인간적 병원으로 발길이 간다고 한다. 그런 인간적인 병원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병원이고, 한가한 병원은 환자가 적다는 얘기니까, 의사가 약을 선택해줘도 처방전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가끔 독한 영업사원이 있는데, 아무리 면박을 주고 갑질을 해도 바쁜 병원 하나를 찍어서 아예 거기로 출퇴근을 한다는 것이다. 의사도 원무과 직원도 투명인간 취급을 하면 아는 척도 안 해주지만 영업사원은 계속 공을 들인다. 그러다 천신만고 끝에 약이 선택되면 매출이 치솟는 것이다. 맞다. 그렇다면 위 그래프처럼 방문횟수와 매출잠재력(또는 매출 그 자체)이 반비례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본사에 멍부가 앉아서 영업관리를 하게 되면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매출을 일으키는 핵심원인을 모르고, 자기와 같은 ‘부지런함’을 영업사원을 관리하는 포인트로 삼으면 영업사원들은 일없이 여기저기 배회하면서 겉으로만 부지런을 떨게 된다. 영업관리하는 상사에 맞춰주다 보면 부하직원들도 멍부가 양산된다. 그러면서 멍부들끼리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는 좋은데 실적은 오리무중인 조직으로 전락한다.

위해서 언급한 ‘독한 사원’이 바로 똑게다. 정확한 상황파악 하에 전략적으로 움직이지만, 위에서 멍부가 보기에는 그냥 게으른 놈이다. 멍부 상사와 똑게 부하.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조합이다. 멍부 상사는 갈구고, 똑게 부하는 불만이 늘어간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갈등은 똑게 부하가 자리를 옮기던지 회사를 나간다. 절과 스님 관계는 다 그런 거니까.

조직 내부에서 갈등이 생겼는데 원인이 멍부 상사에 있다면 무조건 멍부 상사를 빼내면 된다. 더욱 나쁜 경우는 멍부 상사가 있는데도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멍부끼리’의 경우다. 저혈압이 침묵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것처럼 멍부끼리 일하는 것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조직을 와해시킨다.

잊지 말자. 멍부끼리 묶어두면 조직이 죽는다.

원문: 개발마케팅연구소


출처: http://ppss.kr/archives/3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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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공감·유머·선물…행복엔 10가지 기술 필요

낙천적인 건 타고난 성격, 행복한 것과 큰 관계 없어


◆ 더 MBA 포럼 고영건 교수의 ‘행복 심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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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실험 하나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줬다.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쥐들을 두 분류로 나눈 실험이었다. 한 분류의 쥐들은 전기충격을 받고, 나머지 한 분류는 전기충격을 받는 그 모습을 지켜본다. 2시간에 한 번씩 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검사한 결과 전기충격을 받은 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한때 치솟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 반면 전기충격을 받는 쥐들의 모습을 지켜본 쥐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암으로 죽은 쥐는 관찰자들이었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매경닷컴이 공동 주최한 ‘더 MBA 포럼(The MBA Forum)’에서 ‘행복의 심리학:멘탈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 실험을 설명했다. 

그는 “전기고문을 받은 쥐들은 점프를 해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전기충격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한 쥐들은 스트레스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 교수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행복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복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노력에 있다. 먼저 불행한 사람들은 ‘어차피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는다. 반면 행복한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순 없지만 실제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고 교수는 말했다. 덧붙여 그는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들 간의 소통이 힘든 이유가 “행복의 기술은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행복의 기술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에 반드시 알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외부의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심리적인 동화(同化)’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의 아내인 제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포레스트와 나누는 대화가 ‘심리적인 동화’의 대표적인 예다. 포레스트는 제니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말한다. 이야기를 들은 제니는 ‘내가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한다. 이때 포레스트는 ‘같이 있었어’(You were)라고 답하며 마음속에 제니가 항상 함께 있었음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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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행복의 기술’은 과연 무엇일까. 고 교수는 10가지 기술을 전파했다. 향유, 전화, 공감, 감사, 선물, 유머, 낙관, 용서, 봉사, 미소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향유란 기뻐하고 행복한 일이 있을 때 마음껏 그것을 누리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행복함을 느끼도록 말이다. 고 교수는 또한 전화를 통한 행복을 설명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낙관과 봉사에 대해 말하면서 비슷해보이는 단어들의 의미 차이와 그것이 행복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말했다. ‘낙천성’과 ‘낙관성’은 언뜻 비슷한 단어 같지만 사실 다르다. 낙천적인 성격은 타고난 것이며, 행복해지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낙관성은 학습으로 인해 형성된다.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미국의 릭 호이트가 그의 아버지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결국 마라톤을 완주해 ‘나는 해낼 수 있어’(I can do it)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오랜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다. 

봉사를 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 성격인 친절함과 이타성 역시 큰 차이가 있다. 고 교수는 친절함과 이타적인 행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친절함은 1000원짜리 지폐를 10장 갖고 있을 때 1000원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에게 지폐 한 장을 내줄 수 있는 마음이다. 그렇지만 이타적인 행동은 수중에 1000원밖에 없을 때 나에게 꼭 필요한 이 돈을 나보다 더 간절히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때문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1000원을 남에게 주는 친절함은 행복해지는 데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Mining Minds:빅데이터, 욕망을 읽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통해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해의 목적은 수익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배려를 통해 신뢰를 쌓고, 본인의 존재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내달 4일 반포 팔래스호텔 ‘멍때리기’ 특강 

다음달 4일 서울 반포 팔래스 호텔에서 열리는 ‘더 MBA포럼’에서는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신동엽 연세대 교수가 각각 ‘현대인의 정신건강-멍 때리기’와 ‘경영 패러다임을 뒤엎는 혁신과 창조경영’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더 MBA 포럼’ 가입은 포럼 홈페이지로 언제든지 가능하다. 연회비는 개인 300만원, 기업 450만원이다. 

※ 문의 (02)2000-5423
※ 홈페이지 themba.mk.co.kr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4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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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40% 장악해 게임기와 ‘부활 투톱’…부서 칸막이 깨기 구조조정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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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소니 사령탑으로 등장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CEO·사진). 

그는 취임 일성으로 “스마트폰과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PS), 그리고 이미지센서를 3대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히라이가 이끄는 소니는 우선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 

회사 측이 강력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계속됐다. 

증권가 비관론에 2011년 초 주당 3000엔 밑으로 떨어진 소니 주가는 800~900엔까지 곤두박질쳤다. IT업계에서는 ‘명가의 부활을 노렸던 소니 측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도 소니는 이미지센서(CIS)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했다. 2013년 일각에서는 소니의 최대 명품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갤럭시와 아이폰 등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스마트폰 부진에 묻혔다. 

이후 스마트폰과 가전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올해 2월 초 소니는 비관론이 우세했던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실적을 내놨다. 2014년에 이미지센서를 비롯한 디바이스 부문이 무려 1000억엔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작년 10월에 내놨던 전망치(670억엔)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2013년에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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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발표된 다음달 소니 주가는 장중 한때 18%나 상승하는 전례없는 폭등세를 보였다. 2011년 초 이후 4년 만에 주가가 3000엔을 넘은 소니 시가총액(약 3조5000억엔, 9일 기준)은 파나소닉(약 3조2000억엔)을 제쳤고, 히타치제작소(약 3조8000억엔)를 추격하고 있다. 소니가 V자 부활을 할 것인지는 이제 투자자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부활의 1등 공신이 된 이미지센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소니는 대대적인 선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미 세계시장을 40%나 장악한 이미지센서 생산능력을 2016년 3월까지 지금보다 30% 높이기 위해 105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향후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접어들면 IT제품은 물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이미지센서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니 영향력은 향후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센서가 소니를 V자 부활로 이끌 핵심 사업이라면 전 세계 64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보유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는 V자 부활 이후 성장을 견인할 핵심 사업으로 조명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가족 중 한 명은 PS4 게임을 즐기고 다른 한 명은 영화, 다른 한 명은 음악, 다른 한 명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니의 V자 부활 조짐은 이미지센서와 게임기라는 두 가지 성장산업 덕분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 잘못된 경영관습을 모두 깨부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된 요시다 겐이치로는 “실적 중 30%는 구조조정에 따른 효과”라고 단언했다. 그는 소니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 선봉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195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TV와 디지털카메라 사업이 3년 후에 더 어렵다고 솔직하게 밝혀 투자자들에게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의 솔직한 고백 이후 투자자 신뢰가 살아나 주가가 6% 이상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소니가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V자 부활과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향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IT 산업 트렌드가 4~5년마다 급변하는 데다 플레이스테이션을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이 과거 영광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소니가 부서 이기주의 ‘사일로(Silo)’에 갇혀 협업은 물론 구조조정도 거부했던 이전과 달리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며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 큰 리스크는 더 이상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용어 설명> 

▷ 이미지센서 : 주로 카메라에 장착되는 부품으로 아날로그 이미지를 받아 디지털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광경 그대로를 기계에서 볼 수 있도록 옮겨주는 것인데 기술 수준에 따라 더 선명하고 고화질의 영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3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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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인센티브·징계로는 동기 유발 오래가지 않아

직원 헌신하게 만들려면 스스로 흥미 일으키게 해야


■ 수전 파울러 켄블랜차드컴퍼니 시니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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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창시자이자 심리학계 대가인 에드워드 데시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는 1960년대 말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다. 이른바 ‘소마(Soma) 퍼즐 실험’이다. 데시 교수는 실험 대상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소마라는 재미있는 블록 퍼즐을 풀게 했다. 한쪽 그룹에는 형상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씩 주기로 했고 다른 쪽에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아무 보상 없이 퍼즐 자체를 즐긴 그룹 학생들이 훨씬 많은 흥미를 보였고 몰입도도 높았다. 퍼즐에 몰두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측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돈을 받은 그룹 학생들은 처음엔 퍼즐에 열심이었지만 보상을 없애자 이내 흥미를 잃어버리고 퍼즐을 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돈이라는 외부 보상보다 조건 없이 퍼즐 자체의 즐거움에서 유발된 동기가 더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2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 촉망받던 선수였던 그는 1980년 고교 졸업 후 드래프트 1순위로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순전히 돈에 이끌린 선택. 하지만 금전에 따른 동기유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다 결국 1989년 은퇴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선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이른바 ‘머니볼’ 이론(선수 모집·육성에 통계학을 접목한 독창적 이론)으로 가난한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를 정상권에 올려놓은 것. 그의 활약을 지켜본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가 2002년 스카우트에 나섰다. 당시로선 야구 역사상 최고 수준 연봉과 인센티브, 전용기까지 제안했다. 빌리 빈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 돈 때문에 결정을 내린 적이 있소(메츠로 간 일). 그 후 나 자신한테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소.” 

그 이후는? 빌리 빈은 더 승승장구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전설적 야구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빌리 빈을 이끈 건 부와 명성이 아니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 구단과 팬들, 가족에 대한 헌신과 애정이었다. 그의 스토리는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는 돈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 준다. 

기업 경영자와 리더들은 언제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더 열심히 일하게, 더 뛰어난 성과를 내게 할 것인가?” 가장 손쉽게 택하는 동기유발법은 두 가지다. ‘당근’ 혹은 ‘채찍’. 수백 년간 리더십의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져온 이 법칙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리더십과 동기유발 권위자인 수전 파울러 켄블랜차드컴퍼니 시니어 컨설턴트 겸 샌디에이고대학 교수는 “No!”라고 단언한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신문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모든 사람은 이미 동기부여가 돼 있기 때문에 경영자나 상사들이 인위적 방법으로 동기유발을 하려는 시도는 먹히지 않는다”며 “동기부여가 돼 있느냐가 아니라 ‘왜’ ‘어떤’ 동기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압박이나 강요 같은 ‘채찍’은 물론이고, 금전적 보상·승진·명성 등 ‘당근’은 직원들에게 수준 높은 동기유발을 이끌어내는 데 독(毒)”이라고 지적했다. 파울러는 “직원(모든 사람)들의 근원적·심리적 욕구인 ‘Autonomy(자율성)’ ‘Relatedness(관계맺기)’ ‘Competence(역량)’를 충족시켜 준다면 긍정적 동기유발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긍정적 동기에 이끌린 이들은 일과 조직에 헌신하고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한 내용.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모든 직원은 이미 언제나 동기유발이 돼 있다. 리더들은 그들에게 억지로 동기부여할 필요가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배움과 성장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어린아이가 말이나 걸음마를 배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직원이 동기유발돼 있다는 데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상당수 직원들은 태만한 것도 사실이 아닌가. 

▶먼저 ‘동기(motivation)’와 ‘열심히 일에 참여하는 것(engagement)’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에 따라 후자가 이뤄진다. 주목해야 할 것은 ‘동기의 질(質)이 무엇인가’와 ‘무엇으로 인해 동기부여가 됐는가’다. 긍정적 이유에서 유발된 수준 높은 동기는 직원들에게 일에 대해 열정을 갖게 해 준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수준 낮은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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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동기와 수준 낮은 동기란 무엇인가. 

▶동기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긍정적 의미인 ‘수준 높은 동기 유형(Optimal Motivational Outlook)’과 부정적 의미인 ‘수준 낮은 동기 유형(Suboptimal Motivational Outlook)’가 그것이다. 전자는 ‘제휴형(Aligned)’ ‘통합형(Integrated)’ ‘내재형(Inherent)’, 후자는 ‘무관심형(Disinterested)’ ‘외부보상형(External)’ ‘강제형(Imposed)’으로 다시 나뉜다. 

수준 높은 동기 3가지는 삶과 일에 대한 가치관이나 숭고한 목적, 흥미와 관심 등에 의해 유발된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건강식이다. 후자 3가지 유형은 주로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명예·권력과 같은 외부적 보상, 그리고 압박(압박감), 강제, 의무 등에 의해 일어난다. 음식으로 치자면 정크 푸드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입맛도 당기지만 먹다 보면 몸을 망치듯 장기적으로 조직원들의 건강한 동기유발을 가로막는다. 

―수준 높은 동기유발을 위해선 3가지 기본적 심리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직장에서 자율성(Autonomy)·관계맺기(Relatedness)·역량(Competence) 욕구가 잘 충족되는 경험을 한 직원들은 ‘웰빙(well―being)’을 경험하고 수준 높은 동기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리더들은 자기 마음대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직원들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3가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직장을 만들거나 직원들에게 ARC를 충족시켜 수준 높고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단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고, 자기 의지에 따라 일을 하며 본인 행동의 원천이 자신이란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다. 예를 들어 공장 노동자들은 상황에 따라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을 때 훨씬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 반대로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느끼면 생산성이나 성과도 떨어진다. 관리자가 아예 손을 놓고 있으라는 건 아니다. 직원들이 일터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방적으로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라고 압박하기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계획을 직원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끔 돕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특히 불필요한 경쟁을 유도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관계맺기와 역량 욕구는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나. 

▶관계맺기 욕구는 타인에게 보살핌을 받고 타인을 보살펴주고 싶어하는 욕구다. 상대방에게 숨겨진 나쁜 의도에 당할 걱정 없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함께 뭔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자 하는 욕구이기도 하다. 리더들은 직원들이 직장에서 의미를 찾고 중요한 목적에 기여하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갖도록 도와야 한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돌봄을 받고 그들을 돌보기도 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특히 그들 감정과 생각에 관심을 갖고 이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항상 직원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물어보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상사가 부하들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라이브만 걸어대고 압박만 가한다면 직원들은 그 상사의 행동이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게 된다. 관계맺기에 대한 그들의 바람은 손상되고 결국 성과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역량 욕구는 직장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도전과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점점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하며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일생 중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직원들이 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신이 점점 퇴보하고, 회사에서 소모만 될 뿐 배우는 것은 없이 무능해진다고 느낀다면? 긍정적인 동기유발은 힘들어진다. 리더는 직원 교육에 공을 들이며 직원들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직원들에게 “오늘 무엇을 이뤄냈느냐”는 질문 대신 “오늘 하루 무엇을 배우고 업무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나요? 어떤 느낌이었죠?” 같은 질문을 해 보라. 

―수준 높은 동기유발을 위해선 ‘당근과 채찍’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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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상이 부여되는 조건하에선 이를 얻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당근에 중독된’ 이들의 행동은 보상에 의해 좌우되고 조종된다. 자율성이 침해된다. 직원들은 일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잃거나 의미를 찾기 힘들게 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배움과 성장, 발전에 대한 열망을 훼손시킨다. 

만약 보상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면 생산성이나 창의성이 급격히 저하될 것은 뻔한 일이다. 돈이나 평판, 승진 등을 위해 일을 하게 되면 직원들은 자신이 의미 있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갖기 힘들다. 개인뿐만이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언제까지나 보상을 지속하는 건 쉽지 않다. 비용도 점점 커지게 된다. 보상을 받지 못한 다수는 마음을 다치기 쉽고 ARC도 훼손된다. 만약 직원이 지금 하고 있는 뭔가를 그만두게 하려거든 그에게 보상을 하라. 어느 순간 보상을 중단한다면 그 직원은 그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로니컬하지 않은가? 

―저서에선 칭찬도 독이 된다고 했는데. 

▶다소 뜻밖이겠지만 독이 되는 보상에는 금전·승진·명예뿐 아니라 칭찬도 포함된다. 칭찬을 보상으로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타인 의견에 점차 의존하게 되면서 스스로 좀 더 효율적으로 결정하거나 판단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최근 뇌신경학 연구에서 칭찬에 반응하는 뇌 부분이 외부 보상에 반응하는 부분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칭찬 대신 필요한 건 상대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순수한 피드백이다. 

―수준 낮은 동기를 가진 직원들을 어떻게 수준 높은 동기로 바꿀 수 있는가. 

▶기술이 필요하지만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우선 현재 직원의 동기 유형이 어디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수준 낮은 유형에 속해 있다면 끊임없이 ‘왜(Why)’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왜 중요한가, 왜 그렇게 느끼는가 등. 그러다 보면 과거 경험에서 나온 편견이나 나쁜 감정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대안이 보일 수 있다. 다음으로는 현재 직장에서 처한 상황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혹은 목적 간에 일치하는 점은 없는지 찾아본다. 예를 들어 공장 일정관리 시스템 변경 프로젝트를 억지로 떠안은 직원이 이 프로젝트의 성공(효율적 시간 관리로 인한 작업시간 단축)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일과 후 여유로운 개인 생활)가 일치하는 점을 찾아낸다면 그의 동기는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옮겨갈 수 있다.  

■ 6가지 동기 유형 

파울러는 동기 유형을 크게 높은 수준·긍정적 동기와 낮은 수준·부정적 동기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6가지로 세분했다. 직장에서 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 이들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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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e is… 
동기유발 전문가…애플·구글 컨설팅 

수전 파울러는 리더십과 동기유발 전문가다. 켄블랜차드컴퍼니 시니어 컨설턴트이자 샌디에이고대학 경영자 리더십 프로그램 교수다. 애플, 구글, 머크, 화이자, 갭, 할리데이비슨, 세포라, NBA 등 기업과 조직에 컨설팅을 했다. ‘Why Motivating People Doesn’t Work…and What Does : The New Science of Leading, Energizing, and Engaging’(공저) 등 리더십과 동기유발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했다. 

[이호승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2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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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선일보 2014년 5월24일자 C3 면에 실린 ‘펭귄의 협력(대가없는 협력을 통해 탄생한 리눅스의 마스코트)’이 경쟁보다 낫다… 동기 부여 패러다임을 바꿔라’를 확대 보완하고, 출판사 반비 홈페이지에 있는 인터뷰 http://banbi.tistory.com/286 내용을 일부 인용한 것이다.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에 재직하는 요차이 벤클러(51) 교수는 “인센티브나 처벌, 통제가 아닌 협력에 의지한 시스템이 더 성공적이다”는 시사점을 끌어낸 책 ‘펭귄과 리바이어던(The Penguin and the Leviathan)’을 2011년 펴냈다.(국내에는 2013년 번역됐다) “이타심과 선의라는 인간의 본질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협력 체계를 발전시키면 사회 제도를 개혁하고, 범죄를 줄이며, 과학을 발전시키고, 비즈니스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이코노미스트가 그의 책을 다뤘고, 포드 재단은 그에게 ‘예지자 상(Visionaries Award)’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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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쓴 ‘펭귄’이란 대가 없는 협력을 통해 탄생한 컴퓨터 운영체제(OS) 리눅스의 마스코트이다. 또 ‘리바이어던’은 성서에 등장하는 거대한 괴물이자 17세기 정치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쓴 책 이름이기도 한데, 홉스는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매몰된 이기적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제하는 방법은 리바이어던으로 은유되는 절대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벤클러 교수는 ‘이기적’ ‘이타적’이란 단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기적이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곧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형이다. 이타적이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황에서도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런 의미의 이타적이라는 개념이 이기적이라는 개념의 반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타적’은 ‘이기적’에 반대되는 수많은 행동들 중 일부일 뿐이다. 이타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지만, 예를 들어, 우리는 도덕적 의무에 의해서도 같은 일을 한다. 그런 경우를 이타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 우리는 은혜를 갚기 위해 상대방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하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서도 선의를 베푼다.

사람들은 이기적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실제 사회에서는 하고 있으며, 그 이유를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설명했다. 이타적이라는 개념은 그런 행동 중 일부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1976년 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우리는 이기적(selfish)으로 태어났다”면서 “적어도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게 협동을 기대하지는 마라”고 다소 과격하게 단언했다.

경제학은 여기서 출발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self-interest)을 먼저 추구한다는 가설은 경제학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런 전제를 통해 시장 경제를 설명했다. 근대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꼽히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본성이 자만·교만으로 이뤄져 서로 협력해 질서 있는 사회생활을 꾸려나가는 게 불가능한 피조물이기 때문에 거대한 권력을 가진 정부(리바이어던)가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전제에 반기(反旗)를 드는 지적 흐름이 금융위기 이후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다. 하버드대 마틴 노왁 교수의 ‘초협력자(Supercooperators)’, 독일 생물학자 요하임 바우어의 ‘협력하는 유전자’ 등이 이를 대변한다. ‘초협력자’는 버트란드 러셀의 경구 “인간을 구원하는 유일한 요소는 협력이다”로 시작한다.

1982년 도요타가 GM(제너럴 모터스)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탁 받은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누미(NUMMI) 공장은 미국 경제계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노사 갈등과 생산성 저하, 품질 불량 등으로 폐쇄됐던 공장을 도요타가 맡은 뒤 2년 만에 생산성과 직무 만족도를 50% 이상 끌어올렸다. GM이 도요타와 50대 50으로 합작했지만, 경영은 도요타에 일임했고, 직원들은 그대로였다. 당시 도요타가 주력했던 지점은 공장 문화 개선이었다. 경쟁과 관리, 감시와 명령으로 움직이던 직원들에게 자율과 협력, 신뢰와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GM 시절 시간대 별로 직원들 근무 태도를 감시하고 생산량을 점검하던 전통을 바꿔 팀 별로 자유롭게 작업 방식을 시험하는 재량을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만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도록 했다. 생산된 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작업자 스스로 라인을 멈출 수 있는 권한도 줬다. GM 시절에는 ‘작업자가 쉬기 위해 일부러 멈출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관리자만 독점했던 권한이다. 납품업체 선정 기준은 저가 경쟁 입찰에서 장기 협력 관계 유지 여부로 바뀌었고, 관리자 전용 주차장은 사라졌으며, 임원 연봉은 노동자들보다 최고 200배 높았던 것이 10배 이하로 낮아졌다. (누미공장은 2010년 테슬라가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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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턱수염을 길러 유대교 랍비를 연상시키는 벤클러 교수를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기 이익을 강조하는 사회체계 속에서 인간은 잘못된 방향으로 교육 받고 있다”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인인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법학과와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나온 뒤 뉴욕대, 예일대를 거쳐 2007년부터 하버드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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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아담 스미스 이래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기초로 현실을 분석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이런 전제에 대해 심각한 반성이 일었다. 이타심과 협동 정신을 강조하는 당신의 주장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가.

“영향을 받긴 했다. 원래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세계에서 나타나는 행동 양식에 깔린 심리적 사회적 기원을 연구하다가 착안했다. 혁신이 일어나는 사이버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문법’이 있다. 순수한 협동정신에 기반을 둔 위키피디아나 오픈소스 운동(프로그램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이미 뿌리를 내렸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뭘 말해줄까.

인간 본성이 협동을 추구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어떻게 이전과 다른 동기 부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가가 중요해진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는 기존 시스템에 대해서 성찰하는 기회를 줬다. 이기심에만 토대를 둔 시스템은 실패하고 붕괴한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미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40년 동안 의존했던 믿음이 무너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개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한 ‘보이지 않는 손’이 결국 자유 시장 경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란 믿음이었다.”

2008년 10월 미 연방 상원 청문회.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초래한 세계 금융위기를 두고 의원들이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을 몰아붙였다. 그린스펀은 “금융기관들이 주주들 이익을 보호하리라 믿었는데 충격입니다”고 털어놓았다. 헨리 왝스맨 상원의원은 “말하자면 당신의 세계관은 틀렸고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라고 추궁했다. 이에 그린스펀은 “40년 동안 의존했던 믿음이 무너졌다”고 털어놓았다.

- 애덤 그랜트의 책 ‘기브 앤 테이크’도 그렇고 인간의 이타심을 강조하는 책들이 유행이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건 왜 그렇다고 보나. 과잉 경쟁과 승자독식 사회에 사람들이 서서히 질려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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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니다. 과학적 이기심(scientific selfishness)이나 자기이익(self-interest) 같은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50년대였다. 게임이론이나 합리적 기대 가설이 공감을 얻고, 비즈니스나 범죄, 심지어 가족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런 렌즈를 통해 바라본 것이다. 레이건과 대처의 시대였던 1980년대 중반까지 이런 흐름은 지속됐다. 그런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노어 오스트롬 교수가 지적한 ‘공유지의 비극’이나 진화생물학자 데이빗 슬론 윌슨, 그리고 여러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 업적이 부각되면서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체계에 주목하는 거대한 지적 변화)가 태동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1980년대부터 이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나오고 있었다. 다만  학계에서 일어난 변화보다 실제 정치적 변화가 20년 더 늦게 온 셈이다. 어쨌든 각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고 나서 이기심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모델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 세계에서 협력이 이기심을 이기는 경우를 찾기 쉽지 않다.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 사례를 인용한 것은 그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그 분야(자동차, 항공) 기업들은 옛날식 성장 모델을 고수했다. 그런데 두 회사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성장한 이후에는 성공 공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혁신을 중요시하는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학계와 풍토가 흡사하다. 학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를 지니고 있다. 연구를 하면서 불확실성과 씨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숱하게 실패한다. 이런 ‘값싼 실패’는  장기적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실험 비용이 비싸다면 쉽게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기업이 위키피디아(협력과 자발성을 중시하는)처럼 될 수는 없다.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다만 그동안 많은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센티브에만 의존해 왔다면, 이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제에 따라 인센티브나 최적화에 치중할 수도 있고, 실험이나 모험을 중시하는 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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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클러 교수 /반비 제공

- 기업은 아무래도 단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발적 협력보다는 인센티브 제도를 선호할 것 같다.

“아마 기업에서는 관리나 금전적 보상 같은 수단 말고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매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혁신은 어렵다. 과제도 불확실하고 직원을 어떤 식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좋은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일 수록 돈이나 승진 같은 보상을 통해 최적화나 효율화에 전념하기보다는, 직원들이 흥이 나서 일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통제를 느슨하게 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기존에 하던 뻔한 일을 할 때는 위계, 관리, 인센티브 같은 전통적 수단을 써도 잘할 수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면 직원들 스스로 창발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대기업들은 흔히 ‘우리 일은 우리가 잘 알아’라고만 생각한다. 외부와 공동 작업을 할 때도 오랜 기간 굳어진 기존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열린 혁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현대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다. 그것도 드라마틱하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사회나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10년 전 지금의 기술 발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10년도 그런 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 기업이나 조직을 협력 중시 문화로 바꾸려면 아무래도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리더십은 핵심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이미 위계질서가 꽉 짜인 조직에서 성장한 리더에게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리더에게 협력을 강조하는 조직을 맡기긴 어렵다. 설령 리더가 협력을 중시하더라도 부하 직원들이 이 협력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해야 조직 전체가 온전히 변화할 수 있다.

사실 내 주장이 마치 ‘인간은 원래 이타적’이라는 식으로 설파한다고 여기는 건 오해다. 그렇지 않다. 세상은 다양하다. 다양한 성질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기 부여를 하면서 살아간다. 권위적인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돈을 많이 주면 잘 하고,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잘 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리더십은 어떤 상황에서든 신뢰를 이끌어내고 조직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리더십의 핵심 과제는 위계질서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조직이라도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면 각각 다른 직급 직원들 중 누가 협동심을 이끌어내고 조직을 협력 위주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지 개개인 속성을 면밀하게 파악해서 발탁하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중요하다.”

-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직원의 수십 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게 직원 사기를 꺾고 임원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데도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래도 인재를 영입하려면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버드대 맨큐 교수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창출하는 가치가 크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맨큐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맨큐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미친 수준으로 높은 미국 기업 CEO 연봉이 생산성이나 주주 가치 제고와 상관 관계가 전혀 없다는 뛰어난 연구 결과들이 이미 있다.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CEO가 실적은 형편없고 주주 가치를 오히려 깎아 먹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근거해서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맨큐는 틀렸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그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 높은 연봉이 높은 생산성을 낳는다는 데이터는 한국, 일본, 유럽, 미국 어디에도 없다.

1990년대 초 하버드대 젠슨 교수가 ‘주주 가치를 높이려면 CEO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서 CEO 연봉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런데 10여년 뒤 이에 대해 연봉과 성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젠슨도 ‘어 우리가 틀렸네요’라고 인정했다.

과연 CEO들이 얼마나 많이 받아야 적절한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데이터는 없다. 10배? 20배? 50배? 모른다. 기이한 건 차라리 수억달러를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고연봉의 정당성에 대해서 주장하면, 물론 이것도 옳진 않지만 최소한 자신의 이해관계와 일관성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학자가 아무런 데이터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 공유경제(sharing economy)야말로 당신이 주장한 협력 시스템에 부합하는 영역이라고 보는데 최근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같은 회사들에서 볼 수 있듯 공유경제를 현실 속에 적용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에어비앤비는 숙박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하는 서비스이고, 우버는 자기 차를 택시처럼 쓸 수 있게 한 서비스이다.)

“공유경제라는 단어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엄밀하게 말하면 공유경제가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탈중앙화된, 매우 효율적인 숙박체인업소이고 우버는 택시회사다. 사실 카우치서핑(현지인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이나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비영리 커뮤니티) 같은 데가 공유경제 개념을 충실히 반영한다.

공유경제는 호혜성(reciprocity)이란 본질을 지닌 시스템 속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일종의 짝짓기(matchmaking)다. 에어비앤비는 스스로 공유경제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한 시장경제체제다. 실제로는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율적인 시장경제 테두리 안에 있지만 소비자들은 공유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10년전 로빈 체이스가 집카(zipcar·회원제 렌터카 공유 회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는 공유 윤리와 친환경적 이상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냥 수익을 올리는 단기 렌터카 회사로 성격이 바뀌었다.

자원이나 노력을 좀 더 쉽게 나눌 수 있게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격 체계로 돌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 공유경제라고 이름붙이는 건 조심해야 한다. 공유경제라면 적어도 기본적으로 교환의 사회성, 호혜성, 비공식적 규범 등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공유경제를 돈을 벌기 위한 근사한 선전 도구로 남발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예전부터 있던 카풀을 생각해보자. 카풀은 상당수 지역에서 보편화되어 있지만, 이를 공유경제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실 카풀이야말로 진정한 공유경제다. 에어비엔비나 우버는 공유경제가 아니다.”

- 협력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는 건 바람직한가.

“왜 안되는가. 여기서 핵심은 진정성(authenticity)이다. 기업 문화가 진정으로 더 협력적이고 인간적이라면 고객들도 그런 데서 나온 제품을 사면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 않나. 다만 근로자들이 스스로 ‘우리는 정말 서로 돕고 존중하는 기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월마트보다 코스트코가 주창하는 기업문화와 가치 때문에 어떤 소비자는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는 걸 더 즐겁게 느낀다. 이런 소비자들은 정의를 중시하는(taste for justice) 사람들인 셈이다. 수익성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그런 제품이 비싼 경우가 많은데 비싸게 주고 꼭 그런 걸 사야 하느냐?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유기농이나 공정 무역을 통해 생산된, 좀 비싸지만 좋은 목적(good cause)으로 만든 제품을 사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 이런 협력 패러다임을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들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나.

“워싱턴DC에 정당간 협력을 꿈꾸는 정치인이 있다면,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2주에 1번씩 만나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면 소통에도 효과적이고,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옥시토신(친밀감을 증진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호혜성이 상승한다.

사실 뉴트 깅그리치(전 하원의장) 이후 공화당은 당 차원에서 의원들로 하여금 지역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독려했다.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늘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다른 당 의원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기회는 오히려 두드러지게 줄었다. 단지 저녁만 자주 먹어도 복잡한 정치 갈등을 풀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텐데… 이제는 점점 각 당이 부족 중심(tribalism)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티파티 같은 집단은 자기들끼리만 교류하면서 당을 점점 더 폐쇄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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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협력)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유토피아적 발상 같다.

“제대로 가동한다면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회는 충분히 효율적이면서도 도덕적이다. 몽상이 아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의욕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생산성이 향상되는 그런 체제를 만들 수 있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방식으로 성장하는 사회는 오류라는 게 대세가 될 것이다.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이유 만으로 사람들은 관습과 규범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관습과 규범을 협력을 통해 선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개편한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이를 따를 것이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도주하는 구성원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인맥과 평판이 중요한 사회에서 그런 인간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심리학, 경제학 등 수많은 실험 연구 결과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무조건적으로 협력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물론 30%는 언제나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일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칙을 적용하기도 한다.

아마르티아 센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아마르티아 센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저서 ‘합리적 바보’에서 지적했듯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신념이나 가치에 대한 헌신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를 고려한다. 이런 이들을 북돋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지구 상의 모든 영혼은 그렇다.”


출처: http://blogs.chosun.com/wjlee/2015/01/24/협력이-어떻게-이기심을-이기는가-펭귄과-리바이어/?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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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핵심인재 붙잡고 직원은 보너스받아 좋네

회사·직원 공동기금 적립, 법인세 감면 혜택도 매력…5개월만에 871개사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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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소기업] 5년 근속하면 성과보상하는 ‘내일채움공제’
회사는 핵심인재 붙잡고 직원은 보너스받아 좋네
회사·직원 공동기금 적립, 법인세 감면 혜택도 매력…5개월만에 871개사 가입
기사입력 2015.01.22 04: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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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내의 전문업체인 지비스타일은 지난해 말 회사 전 직원을 핵심인력으로 지정하고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다. 지비스타일처럼 전 직원을 핵심인력으로 지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지비스타일의 임직원은 총 90여 명이며, 이 가운데 가입을 꺼리는 직원을 제외하고 80명이 가입했다. 신규 입사자들도 추가로 가입할 예정이다. 공제금 적립기간에 사측은 세제 혜택을, 회사 직원들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지비스타일 측은 “지비스타일 모든 직원이 핵심인력”이라며 “어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내일채움공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핵심인재는 두둑한 보너스를, 사측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이다. 

내일채움공제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핵심인재 유출을 막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성 공제사업이다. 기업주와 핵심인력이 5년 동안 공동으로 자금을 적립하고, 핵심인력이 5년 만기 재직하면 적립된 공제금을 성과보상금(인센티브)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출범한 내일채움공제는 지난달까지 871개사 2255명의 가입을 받는 등 올해 1만명 가입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정책 시행 초기라 일선 기업들이 알기가 어렵지만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좋다”며 “올해는 추가적인 연계사업을 발굴해 1만명 가입을 목표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범 전후에 실시된 정책수요자 조사에서도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출범 전인 작년 7월 핵심인력의 81%가 현 직장 재직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출범 후인 9월에는 90%로 높아졌다. 또 가입 중소기업의 73.7%가 추가 가입 의향이 있다고 답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내일채움공제는 회사와 근로자(핵심인력)의 매칭펀드 형식이다. 사측은 비용을 세제 혜택으로, 근로자는 장기근속에 대한 보너스로 지급받을 수 있다. 예컨대 핵심인력은 20만원을 내고 회사는 40만원을 매월 적립한다. 5년간 적립하면 약 3600만원(연 720만원×5년)이 적립된다. 여기에 이자를 더하면 최대 4000만원 보너스가 근로자에게 지급된다. 적립금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용한다. 

회사 적립액이 자칫 비용으로 부담될 수 있는 부분은 세제 혜택으로 상쇄된다. 적립 금액을 비용 처리해 법인세(약 20%)를 감면받고 세액 공제로 25%를 돌려받는다. 회사가 돌려받는 세제 혜택은 1080만원 선이다. 5년간 적립금 2400만원 가운데 45%에 해당한다. 근로자는 본인 납입금 대비 3배가 넘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으며, 회사로서는 10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 부담으로 핵심인력을 5년 이상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5년 뒤 적립금은 2000만원이 넘어야 하고 핵심인력과 회사가 부담하는 공제금 비율은 1대2를 넘어야 한다. 적립금 2000만원이 넘으려면 월 공제금은 33만원이 넘어야 한다. 최저 금액은 핵심인력이 11만원, 회사가 23만원은 부담해야 한다. 핵심인력이 5만원, 회사가 29만원을 부담하는 형태로 가입할 수는 있지만 핵심인력이 20만원, 회사가 14만원을 부담하는 형태로는 가입이 안 된다. 

■ <용어 설명> 

▷ 내일채움공제 성과보상기금 : 중소기업이 핵심인력을 정해 공동기금을 적립하고, 만기 시까지 핵심인력이 재직하면 공동적립금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가입기간은 5년으로, 정부는 기업 적립금에 대해 45%가량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기획취재팀 = 민석기 차장(팀장) / 김제관 기자 / 진영태 기자 / 정순우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정범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6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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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10敵 TEN ENEMIES ◆ 

법·규정 무시 오너 전횡, 기업 위기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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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뿐만이 아니다.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 회사 자금 횡령·사기 사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벌 오너가 즐비하다. 

이처럼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오너들의 비뚤어진 행태가 기업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세 번째 적’으로 꼽힌 것은 일면 당연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종합 순위에선 3위에 올랐지만, 특히 대학교수들 사이에선 ‘무소불위 기업 오너’(응답률 15.7%)가 ‘첫 번째 적’으로 선정돼 관심을 끌었다. 

기업체 임원들 설문에서조차 ‘무소불위 기업 오너’는 6.6% 응답률로 6위를 차지했다. 

기업체 임원들마저 기업 오너들의 독선적 언행이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실질적인 경영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소불위 기업 오너’를 택한 이유 중 1위는 ‘경영권 세습 부작용’(30.6%)이다. 한 응답자는 “자손에게 주식 등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경영권까지 무리하게 세습하려는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능력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후손에게 억지로 경영권을 물려주면 회사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너 중심 독단 경영’(28.6%)도 ‘무소불위 기업 오너’를 기업의 적으로 선택한 두 번째 핵심 이유였다. 법과 규정을 무시한 독단 경영이 결국 ‘땅콩 회항’ 사건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한 응답자는 “기업 오너가 내린 결정은 기업 성패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속한 임직원들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책임감도 능력도 전문성도 없는 오너가 견제 없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기업에 엄청난 리스크”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오너 등 경영자에 대한 철저한 평가, 투명한 인사·의사결정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단통법·대형마트 규제 오히려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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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는 악명이 높다.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넘어 지난해에는 150일 가까이 법률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해 ‘불임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민주주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대화 정치는 실종됐다. 이런 와중에 포퓰리즘에 따라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을 다수 양산한다. 국정감사 때마다 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불러 망신 주기도 일쑤다. 

기업인과 경영계 관계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철폐해야 할 ‘원흉’ 가운데 하나로 일하지 않는 국회를 꼽았다. 

여야 간 정쟁과 대립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 반시장주의적 정책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과 과도한 기업 활동 규제도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한 이유로 선정됐다. 

한 응답자는 “단통법·도서정가제·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이른바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걸고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법이 오히려 소비자 이익을 해하고 나아가 그 법이 보호하고자 했던 약자들 이익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입법 목적과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응답자는 “국회가 지나치게 이념적 사고에 기초해 대립하는 경향이 있으며,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고 전문성이 결여돼 소소한 지역이기주의에 매달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국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19.0%로 가장 많았다. 여론에 휘둘리고, 베끼기식 법안 제출이 많다는 비판을 방증한다. 특히 과도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한 응답자는 “정부는 규제를 푼다고 하는데 국회에서는 규제를 양산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법을 양산해 기업 환경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출산, 산유국 석유 고갈만큼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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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적 가운데 7위는 7.1%를 차지한 저출산이 선정됐다.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 요인이며 단기간에 개선할 방법도 없다는 측면에서 비관적인 응답이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19명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대체수준(한 국가 인구 규모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인 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저출산은 향후 10년간 0.4%포인트, 2020년부터 2030년까지는 1%포인트가량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응답자들도 저출산으로 인한 해악에 대해 염려를 쏟아냈다. 모 사립대 교수는 “이런 저출산으로 가다가는 몇 십 년 안에 내수시장이 붕괴되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올 수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경쟁력 90% 이상이 사람인데, 산유국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형국과 같다는 얘기다. 

저출산 대안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들은 출산정책에만 시야를 한정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이민정책을 전향적으로 제고해 이민자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 대기업 임원은 “사교육 금지와 같은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사교육비를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대안도 없이 일방적 주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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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주장으로 기업의 꼬투리를 잡는 시민단체가 8위에 꼽혔다. 일부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흠집내기식 문제 제기로 기업의 신뢰성과 이미지가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를 꼽은 이유로 응답자 중 35.7%는 ‘기업 꼬투리 잡기’를 들었고 또 다른 35.7%는 ‘대안 없는 일방적 주장’을 들어 일부 시민단체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응답자는 “시민단체의 비판은 진공 상태나 마찰이 전혀 없는 이상 상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비판은 가능하지만 무분별한 고소·고발 등으로 너무 큰 사회적 비용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응답자는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바탕으로 한 주장보다 정치적·선정적 이슈 선점을 위한 주장이 많아 기업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다수”라고 답했다. 

시민단체를 선택한 응답자 중 58.3%는 ‘시민단체 검증시스템과 책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시민단체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 중소기업 임원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면 ‘대안’도 함께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대안 없는 비판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근거 없는 비판이나 과도한 비판이 있을 때는 역으로 기업이 고발할 수 있거나 집단으로 대응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기현 기자 / 장원주 기자 / 김태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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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일부 대기업 총수들의 범법 행위로 전체 기업인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설문에 응한 기업체 임원 중 34.8%는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응답자는 “경제를 일으킨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 기업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창업 여건 조성이 선결돼야 추가적인 창업과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반기업정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의견도 21.7%로 만만치 않았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비자금 조성과 ‘황제노역’ 등 사태가 반기업정서를 초래했다는 반성이다. 한 응답자는 “기업의 탈법·편법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잘못된 기업경영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非전문가 낙하산 빈발…정치에 휘둘리는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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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은 29위에 그쳤다. 2012년 25위에서 2013년 28위 등 계속해서 순위가 떨어지는 추세다. 대한민국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정치금융’을 꼽았다. 이명박정부 시절 고려대 인맥이 금융계를 장악한 데 이어 현 정부에선 서강대 인맥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으로 입성하는 등 정치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정치금융’을 기업의 적으로 선택한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7%는 정치금융의 가장 큰 문제로 낙하산 인사와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정·관계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금융권 수장에 오르면서 발전 가능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관계 유착 구조와 금융의 자율성 부족이 큰 문제라는 지적도 35.9%에 달했다. 정치권에서 날아온 낙하산 인사들이 은행을 전문성 있게 이끌지 못하고, 정치적 입김과 논리에 휘둘리는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응답자들은 ‘금융권 인사의 낙하산 발탁을 막아야 한다’(42.5%)고 입을 모았다. 한 응답자는 “관치금융을 없애나 싶더니 이번엔 정치금융이 등장했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다른 응답자는 “정치권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기관을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이 있는 인사들을 철저히 검증해 금융 및 기업 경영진에 임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머성 보도 남발…기업 이미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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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정서 확산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 이면엔 기준이나 원칙 없이 선정성만을 강조하는 미디어의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 미디어를 기업 10적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응답자 중 한 기업 임원은 “특정 기업에 대해 루머 내지는 확실하지 않은 근거를 기반으로 보도가 이뤄져 부정적인 이슈가 만들어지면, 기업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며 “이로 인해 효율성 저하는 물론 기업의 신뢰도 또한 저하되는 만큼 기업에 큰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너무 많은 매체가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사들은 기업을 협박하기 위한 허위 소문을 기사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기업지원…정상기업까지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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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기업 역할을 상실한 ‘좀비기업’도 건강한 기업활동을 해치는 장애물이다. 좀비기업이란 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 또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을 이르는 말이다. 

영어에서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좀비(zombie)’에서 따왔다. 정상적인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돼야 하지만 세금 등을 축내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을 존속시키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기업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서동철 기자 / 김태준 기자 / 장원주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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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발전 가로막는 10敵 TEN ENEMIES

매경·LG경제硏·한국리서치 236명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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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적으로 꼽혔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와 독선적 전횡이 일상화된 일부 ‘무소불위’ 기업 오너들도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기업의 적’들로 지목됐다. 매일경제는 최근 LG경제연구원·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기업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10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등 기업체 임원 110명, 대학교수 105명, 국책연구원과 기업 산하 민간 경제연구소 전문가 21명 등 총 236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결과 강성노조가 13.2% 응답률을 기록해 ‘기업 1적’이 됐다. 주요 국가와 비교해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한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와 ‘불법 파업’ 관행이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도한 기업 규제와 ‘무소불위’ 기업 오너는 각각 12.5%·11.0% 응답률로 나란히 2~3위에 올랐다. 

‘과도한 기업 규제’를 택한 상당수 응답자들은 “국내 기업 관련 규제가 지나치게 불합리한 경우가 많고 이런 불합리한 규제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결국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소불위’ 기업 오너는 최근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 오너’를 ‘기업의 적’으로 선택한 응답자들은 “경영권 세습의 부작용과 오너 특유의 독단적인 경영 스타일, 투명성 부족 등이 기업의 성장·발전에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시장법을 양산하는 국회’가 9.5% 응답률로 그 뒤를 이었다. 한 응답자는 “국회의원들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당과 특정 이익집단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며 “복지와 분배 포퓰리즘에 각종 경제법안이 발목이 잡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반기업정서’는 8.7% 응답률을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땅콩 회항’ 등 재벌 2·3세의 비뚤어진 행동들이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지만 대기업과 부자들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사회풍토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금융’도 꽤 높은 응답률(7.7%)을 기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신뢰와 창의성, 기업 육성·지원 능력이 핵심인 금융시장에서 정치력에 의해 좌우되는 의사결정이 빈번히 일어나게 되면 금융은 물론 일반 기업들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며 “시장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저출산’과 ‘뒷다리 잡는 시민단체’가 나란히 7~8위권을 형성했고, ‘아니면 말고’식 미디어와 한계에 내몰린 ‘좀비기업’도 기업 10적에 선정됐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우리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기현 기자 / 김태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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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포터 vs. 마이클 샌델: 경영 전략과 정치 철학의 대표적 석학이 벌이는 디스전
출처. IBR 일러스트레이터

마이클 포터 vs. 마이클 샌델: 경영 전략과 정치 철학의 대표적 석학이 벌이는 디스전

"Ideas Worth Spreading"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식인, 예술가, 기업인, 과학자 등 참신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아이디어를 가진 연사들이 18분 내외의 강연으로 아이디어의 향연을 펼치는 TED. 일년에 한 회씩 열리는 TED GLOBAL 의 올해 컨퍼런스 영상이 얼마 전 온라인으로 공개되었다. 이 중 경영 전략과 정치 철학 분야에서 구루로 평가 받는 두 교수가 벌인 토론이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은 바로 마이클 포터와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의 종신 교수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마이클로 똑같은 이 둘은 심지어 이 날 비슷한 의상으로 무대에 섰다.) <경쟁 전략>, <경쟁 우위> 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을 남긴 마이클 포터는 경영학에서 전략이라는 과목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으며 26세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 35세에는 최연소 나이로 정년을 보장받은 후 현재에는 사회 문제와 비즈니스 사이의 관계를 주요 연구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한국에 '정의' 논쟁을 불러온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 역시 27세에 최연소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고 현재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TED GLOBAL 2013 에서 두 하버드 마이클은 각각 시민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왜 우리는 시장을 신뢰해서는 안되는가 (Michael Sandel: Why we shouldn't trust markets with our civic life), 그리고 어떻게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가(Michael Porter: Why business can be good at solving social problems) 를 주제로 각자 강연을 한 후 TED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진행으로 짤막한 토론을 가졌다. 

마이클 샌델: "시장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마이클 샌델은 "우리 사회에서 시장과 돈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입을 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사회에서는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시장 사회(market society)에서 살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레스토랑 앞에서 긴 줄을 서 본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텐데, 이 때 드는 비용은 바로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이 시간은 돈을 주고서라도 아끼고 싶은 자원일 수 있기에 아르바이트생이나 실직자들을 고용해서 대신 줄을 서게 하고 돈을 지불하게 하는 업체가 등장하였다. 이 업체를 이용한다면 지루한 기다림 없이 자기 순서가 돌아왔을 때 연락을 받고 레스토랑을 찾아와 바로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시장 원리는 단순히 줄서기 뿐만 아니라 아니라 전쟁과 같은 더 큰 영역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민간군사기업의 수가 미국 군대의 수를 앞질렀다고 한다. 샌델은 이를 '시장 경제'와 '시장 사회'라는 개념을 대비시켜 설명하고 있는데 시장 경제(market economy)는 인간의 생산 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반면에 시장 사회(market society)는 거의 모든 것이 판매 대상이 된 일종의 생활 방식이다. 시장 사회에서는 인간 관계, 가족 생활, 건강, 교육, 정치, 법, 시민적 의무 모두가 돈으로 거래 가능한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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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TED 강연중인 마이클 샌델 

 

그렇다면 시장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이 왜 문제가 되는걸까?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고, 돈이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고, 돈으로 최상의 교육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위험한 이유를 샌델은 두 가지 근거로 설명한다. 첫번째는 불평등의 문제이다.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넓여질수록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조건이 된다. 단순히 더 부유하다는 것이 요트, 외제차 같은 사치품을 살 수 있는 특권에 국한된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건강, 교육, 정치적인 영향력 등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돈이 결정한다면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두 번째로, 시장의 논리가 개입할 때 우리의 사회적 관행이 가지는 의미 자체가 변화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예로, 초등학생들의 독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책을 읽은 권수에 따라 $2의 현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미국의 주요도시에서 이 실험이 진행되었다.) '돈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게 하는 행위는 '옳은가'?  독서량을 늘리는 기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까? 돈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어, 이후에는 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인가?' 샌델은 청중에게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진행된 실험 결과, 학생들은 인센티브를 적용했을 때 그 이전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은 더 얇은 책을 읽었다!) 샌델이 이 예시를 통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현금 인센티브, 시장 원리를 적용해서 학업 동기를 높이고자 하는 선택이 학업, 독서가 본래 가지고 있는 목적, 즉 세상을 탐구하고 배움 그 자체가 제공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행위의 성격을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거리'로 퇴색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배움, 시민의 의무, 정치 같은 비물질적인 활동 영역에서 작동하기 시작할 때 시장 원리는 그 활동의 사회적 가치, 그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적인 규율을 소거시키는 현상을 낳는 것이다. 

결국 시장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바꾸어 말하면 시장이 넘어오지 못하게 테두리를 어디에 쳐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며 결론적으로 사회의 구성원들이 '단순히 돈의 거래 대상'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합의를 이룬 후에야 그것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배움의 가치가 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대체되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힘을 실어 권리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이슈가 이해당사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돈에 비례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시장 사회가 되는 일을 염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샌델이 제안하는 토론의 장은 가치관과 관점의 차이를 수반하는 갈등을 낳을테지만, 이러한 갈등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건강한 갈등'이다. 이러한 충돌을 피한다면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샌델은 경고한다. 시장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보유하고 있는 돈의 크기에 따라 철저하게 '분리된 삶(separate lives)'을 살아가게 되는데 이 때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나 충돌하기도 하고 소통하기도 하며 공동의 선(the common good)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다양성 안에 공존하는 공통성을 지키는 정치체제 민주주의의 자리를 시장에 내어놓게 된다. 결국 샌델이 서두에서 던진 시장에 관한 문제 제기는 경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어떻게 우리는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은 상품화하면 변질되거나 저평가된다. 시장에 속한 영역이 무엇인지, 시장과 거리를 두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해당 재화, 즉 건강 교육 가정생활 자연 예술 시민의 의무와 같은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도덕적이면서 정치적인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례별로 이러한 재화의 도덕적 의미와 재화 가치의 적절한 평가방법에 관해 토론을 벌여야 한다.

-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中

마이클 포터: "시장과 사회를 구분하는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

포터는 영양 부족, 용수 공급, 기후변화, 의료보건 정책, 환경 오염과 같은 사회 문제가 산재해 있음을 지적하며 강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 문제를 사회가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오려고 했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경영 전략 교수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며, 비즈니스는 돈을 버는 곳이라고 서슴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업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환경 오염, 열악한 노동 조건 등 기업이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이러한 제한된 시각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자선, 비영리, 정부 영역에서만 일어나도록 만들었다고 밝힌다. 하지만 포터는 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NGO, 정부에서 내놓은 솔루션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가요?" 

이 질문에 포터는 NO 라고 대답하며, 정부나 NGO 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복잡하고 커다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스케일(scale)의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조세 수입으로, 비영리나 비정부기구에서는 정부보조금, 자선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과연 보조금, 조세 수입, 기부금으로 우리 앞에 쌓여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기업이 가진 자원을 정부, NGO 섹터와 대비시킨다. "자원은 어디에 있는가(Where are the resources?)"라는 차트에서 그는 기업, NPO, 정부의 총 수입을 파이차트로 보여주는데 기업은  20.1조 달러, 정부는 3.1조 달러, NPO 는 1.2조 달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기업만이 부를 만들어내는 조직이며, 정부와 비영리 섹터는 기업에서 생산한 부를 가져가서 재분배하는 곳이라고 그는 말한다. 기업이 이렇게 독보적으로 자원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이윤, 즉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에서 생산에 소요된 비용을 제한 가치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한 가치 창출 활동을 확장(scale-up)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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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TED 강연중인 마이클 포터

 

그렇다면 사회 문제와 기업의 이윤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기업 자선(Corporate Philanthropy) 등의 명목으로 기업이 생산한 부를 사후적으로 사회에 환원하였다. 이는 기업의 이윤과 사회적 효익이 하나를 취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에 있다고 보는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고전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편법을 써서 환경 영향을 무시하고서 이윤을 남기려 하였으며, 직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비용으로만 인식했기 때문에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였다.

하지만 포터는 고민을 해 볼수록 현실은 그 반대였다는 본인의 깨달음을 뒤이어 설명한다. 즉 비즈니스는 사회 문제를 방치할 때가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바로 기업이 그토록 바라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업 이윤을 생각해 본다면,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면 사고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생산성도 높아져서 결국 기업의 이윤 증진에 기여하게 된다. 즉 기업이 선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다 보니 사회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성장 기회를 찾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비즈니스로 하여금 사회 문제에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포터의 주장이다. 포터는 이러한 기업의 가치 창출을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CSV 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임팩트스퀘어 블로그 포스트 CSV 의 아버지로부터 직접 듣는 CSV: FSG 대표 Mark Kramer 인터뷰 참조)  

그의 논리에 따르면 결국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효율은 트레이드 오프관계에 놓여 있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줄 수 있는 보완적 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힘을 활용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포터는 첫번째로 기업 자신이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관점의 변화, 그리고 두번째로 정부나 시민섹터, 자선 섹터가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ISCO 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IT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지역에 본사의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IT 교육을 제공하는 '시스코 네트워킹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사회, 학교 등에 무료로 IT 교육을 제공하여 그 어떤 NGO 가 시도했던 것 보다 큰 규모로 IT 격차라는 문제를 해소한다. 이는 CISCO 가 자선적인 목적을 가지고 행한 활동이라기 보다, 열악한 IT 인프라로 인해 점점 더 크게 벌어나고 있는 정보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비즈니스와 사회적 문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CISCO 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결국 CISCO 는 네트워킹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수강생들의 IT 역량을 개발하고, 이들의 취업률 향상에 기여하였으며 아카데미 졸업생들이 CISCO 의 직원으로 채용이 되거나 이후에 CISCO 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기업의 이윤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다. 이처럼 기업 스스로가 '이윤을 어디에서 창출할 것인가'의 숙원적인 명제를 고민할 때 사회적 영역이라고 선을 긋고 외면하려고 했던 곳에서 차별화와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공유가치창출의 요지이다. 

반면, 이제 정부나 자선 영역에서도 기업을 '사회 문제만 일으키고 이윤을 착취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정부가 펼치려는 정책적 노력, NGO 의 현장 경험과 날카로운 문제 인식, 대상자들과의 네트워크가 기업의 자원과 만날 때 이들의 파트너십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정부, 시장, 시민 영역으로 각자 선을 긋고 역할을 구분지었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서 이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것이 결국 본연적인 '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하나의 줄기를 공유하고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vs. 마이클 맞짱토론 

 

샌델과 포터, 한 무대에서 만나다

 

시장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자는 샌델과 시장의 가능성을 좁히지 말자는 포터, 사뭇 상반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 같은 두 마이클은 짤막한 토론을 가졌다. 포터가 먼저 입을 열었는데, 샌델의 통찰을 먼저 칭찬하면서 바로 샌델이 여전히  “공공의 영역(public life)”을 시장과 분리하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시장과 공공의 영역이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포터는 이야기한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샌델은 자신이 시장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임을 명심하고 그 시장이 있어야 할 곳을 분명히 하자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그 ‘어떠한 목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토론해 보자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TED 관중들은 이러한 샌델의 반박에 박수로 화답하여, 토론장의 분위기가 샌델에 훨씬 우호적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어서 진행자는 CEO 들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과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입장 사이에서 고민할 때 어떻게 조언을 하는지 포터에게 묻는다. 포터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주주의 권리를 가장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길이라고 대답하였다. 제약회사는 지금껏 부유한 국가의 6억 인구만 타겟팅했기 때문에 실패했지만, 이제 60억 인구가 살고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려 기술 혁신으로 그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으로 약을 개발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음을 예로 든다. (사실 진행자의 질문은 공유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구분하지 않고 던진 질문이기에 포터는 공유가치에 대한 개념적인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샌델은 제약 회사가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투자하는데 비아그라를 광고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면 자신도 포터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고 재치있게 받아친다. 이번에도 관중들은 샌델의 답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포터는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설득시키려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재적 가치'로 연결고리를 찾다 

토론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샌델에게 우호적이었지만 사실 포터와 샌델의 논의가 같은 층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샌델은 시장과 시민사회의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에 두고 있는데, 그 자신도 인정하고 있듯이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에서 공동으로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같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하며, 그러한 담론 형성 자체가 의의를 가진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분명 이러한 공론의 장은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함께 살아가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사회의 규칙과 가치를 함께 확립해나가는 과정이 건강하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담론을 형성한 후에도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포터가 대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바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NGO, 그리고 시장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터에게, 기업이 사회 영역에 손을 뻗친다는 것이 마이클 샌델이 우려하는 '가치의 수치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쉬운 예로, 기업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여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해서, 샌델이 예로 들었듯이 현금 인센티브를 통해 학생들에게 성적별로 돈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아니기에 포터의 경계 허물기와 샌델의 '시장사회화'는 그 수준을 달리 하고 있다. 포터는 그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 차이를 눈여겨 보고 있다. 비영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사회적으로 선한 가치', 그리고 비즈니스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적 이윤만을 지향하는 가치'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로 기업이 가진 자원과 확장 능력(scalability)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러한 기업의 가치 창출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서 다른 대안이 무엇이 있냐는 것이 포터의 반론이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은 사회의 명령이 아닌 자발적인 적응력(adaptability)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투입하도록 만드는 기제는 무엇일까? 

포터와 샌델을 화해시킬 수 있는 연결 고리는 바로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에서 찾을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샌델의 주장에서 다른 어떤 것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을 지닌 재화의 가치가 '내재적 가치'이다. 학생들에게 돈을 주며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에서 '독서를 통한 배움,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이 바로 독서 활동의 내재적 가치이며, 이러한 가치가 화폐 가치로 환산되는 도구적 가치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샌델의 우려였다. 그리고 포터 역시, 공유 가치를 이야기 하면서 비즈니스의 내재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과감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거장은 공통 분모를 찾게 된다. 즉, 포터는 비즈니스가 생명을 거래해서 돈을 남기는 활동이라든지 근로자들의 건강이나 환경을 파괴하면서 창출하는 '이윤'은 비즈니스의 내재적 가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이키가 운동화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건강함'을 제공하는 회사로, 네슬레가 우유, 물, 초콜렛 등 식품을 파는 회사에서 '영양'을 제공하는 회사로 스스로 재정의하기 시작하는 움직임들이 바로 비즈니스가 획득할 수 있는 이윤이 '가치 창출'이라는 본연적인 목적에 충실할 때에 가능하다는 깨달음에서 나오고 있는 것 아닐까. 

결국 마이클 샌델이 주장하는 '가치를 결정하는 공론의 장'과 마이클 포터의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는 어쩌면 서로 대치하는 개념이 아닐 수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편견 때문에 포터의 주장을 신뢰하기 꺼리는 이들이 많으며, 공유가치전략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CEO 들이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만 몇 안되는 선구자적인 사례들이 시장은 사회에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우려를 잠식시키는 균열을 조용히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출처: http://blog.naver.com/impactsquare/19726927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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