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스 이코노미 시대, 전문가 3人에게 듣는다 한 손엔 전문성·다른 손엔 적응력…두개의 무기로 승부하라
기업과 개인 간에 특정한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맺고 일하는 프리랜서직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34%인 5300만명이 이같이 유연한 고용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4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명 '프리랜스 이코노미(Freelance Economy)' '임시직 경제(Gig Economy)'가 고용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런 고용 형태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확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인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팀은 인사관리 및 조직론 전문가인 필라 로호 IE 비즈니스 스쿨 교수, 매슈 비드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밍 렁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교수를 인터뷰하며 프리랜서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렁 교수와 비드웰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프리랜서 채용은 정직원 채용보다 위험을 덜 감수하는 선택이지만 이는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비쳤다. 로호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이유를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과 때로는 내부에 특정한 업무에 필요한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들과의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우선 '프리랜스 이코노미'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로호 교수〓일자리보다 전문가가 더 많아서 프리랜서직이 생겼다고 본다. 프리랜스 이코노미 모델은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용시장이 유연한 미국보다 덜하다. 미국 기업 중 프리랜서 비중이 많은 곳은 전체 직원 중 최대 50%가 프리랜서다.
▷비드웰 교수〓개인이 '회사'가 되는 경제구조가 바로 '프리랜스 이코노미'다. 장기적으로 고용돼 일하기보다 본인의 서비스(역량)를 매일매일 다른 고객(기업)들에게 판매하는 경제활동 개념이다.
▷렁 교수〓단기적 고용관계가 오가는 고용시장을 의미한다. 구직자의 고용 여부 판단을 고용주들이 원하는 대로 하면서 직원들(프리랜서들)은 본인이 일하고 싶은 곳에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로호 교수〓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명 '뷰카 (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변동적이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을 말하는 단어)'로 불리는 경제 상황이다. 둘째, 기업과 직원들 모두 유연적 근무를 원한다. 셋째, 협력형 기술(Collaborative Technology) 사용이 늘어났다. 이는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렁 교수〓세계 경제위기로 수많은 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이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고 대다수는 임시직을 택해야 했다. 프리랜서직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한 회사에서 종신고용을 한다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국에선 그렇다.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신세대 직원들이 '일관성'에 두는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기성세대보다 변화와 도전을 더 반긴다. 프리랜서 일자리를 통해 젊은이들은 변화와 도전을 더 잘 맞이할 수 있다.
▷비드웰 교수〓우버, 태스크래빗(프리랜서 구인구직 사이트)과 같은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이 탄생하면서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기에 더 쉬운 환경이 됐다. 과거에는 오히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사업 홍보와 '고객(회사) 모으기'를 개인이 알아서 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만 하면 구인구직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후 많은 기업이 정직원 고용을 감축해야만 했다. 정직원 고용 감축은 결국 정규직 직원 고용법에 따르는 다양한 규정들을 피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특히 EU는 직원 해고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있는 시장이다. 이런 환경에서 프리랜서 고용은 (기업 입장에서) 더 유연하게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만든다.
▷로호 교수〓다른 나라보다 미국에서 프리랜서 고용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토목설계회사 헌세이커 앤드 어소시에이츠를 예로 들겠다. 직원 400명 중 약 45%가 프리랜서다.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마이클 웡은 "프리랜서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우리는 정직원들에게서 찾기 힘든 전문성을 얻을 수 있다"며 "또한 프리랜서 전문가들과 일하면서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방식은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아가 파나소닉과 유니레버 같은 대기업도 프리랜서들을 반긴다.
―기업의 정직원과 프리랜서 채용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로호 교수〓프리랜서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 이력서만 봐선 안 된다. 지원자들이 얼마 동안 일할 수 있는지, 온라인에서 그들이 어떠한 평가를 받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더불어 인사과는 프리랜서를 대하는 새로운 협상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렁 교수〓간단하게 말하자면 정직원 채용보다 프리랜서 채용이 위험 감수를 덜하는 방식이다. 대체적으로 프리랜서들은 특정한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되지만 정직원은 그들의 가능성을 보고 채용하기 때문이다.
▷비드웰 교수〓프리랜서 채용은 위험도가 훨씬 떨어지는 일이다. 만약 기업과 프리랜서 사이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관계를 정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렇지만 정직원과는 반대로 기업이 프리랜서에게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 능력을 기반으로 프리랜서를 뽑기 때문이다.
―기업이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를 더 많이 고용하는 현상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나.
▷렁 교수〓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것은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업에는 프리랜서 채용이 이득이 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더 폭넓은 인재들을 만날 수 있다. 둘째, 유연성에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더 많은 프로젝트 참여자가 필요하다. 이때 프리랜서를 채용해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기업이 생각하는 프로젝트팀 규모를 언제나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비용 절감이다. 복리후생을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채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것이 반드시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전문성 때문에 오히려 높은 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로호 교수〓정규직이 기업에 더 많이 기여할 수도 있지만 많은 회사들은 프리랜서의 통찰력과 민첩성을 보고 고용을 더 늘리고 있다. 새로운 상황에서 프리랜서들이 상대적으로 민첩하게 적응을 잘한다는 말이다. 또한 조직 내부에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사례가 간혹 있다. 이럴 때는 특정한 업무를 도맡을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가 된다. 이런 변화는 인사관리(HR) 부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과정은 정규직을 채용하는 과정과는 다르며 HR 부서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비드웰 교수〓프리랜서를 채용함으로써 이익을 더 창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전통적인 고용 환경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느끼며 오히려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이것이 맞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정규직보다 훨씬 낮은 급여를 받는 프리랜서들에게 이런 유연한 고용 형태는 이득이 되지 않는다.
▷렁 교수〓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프리랜서 채용이 기업의 단기적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이다. 만약 조직 내부에 필요한 기술력을 갖춘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기업에 선택권이 없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에 대한 '속사정'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직원이 회사 발전에 훨씬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비드웰 교수〓프리랜서의 전문성 때문에 그들을 채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매우 한정된 시간 동안에만 프리랜서의 전문지식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그들의 전문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회사가 전문지식 사용을 '유지'하고 싶다면 내부 직원을 훈련시키거나 정규사원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나은 판단이다.
―프리랜서들은 일정한 계약관계를 맺기 때문에 그저 본인이 맡은 일만 잘하면 되며, 기업에 진정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프리랜서들과 일하는 회사 관리자들은 어떻게 프리랜서들이 소속감을 갖고 회사 직원들과 협력하도록 이끌 수 있을까.
▷렁 교수〓프리랜서가 소속감이 덜 들기 때문에 본인 일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모든 프리랜서는 고용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반응하는지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가장 성공한 프리랜서들은 관계 맺기와 관계 지속에 매우 뛰어나다. 한 회사 일에 참여하면서 신뢰를 얻고 가치 있는 팀원으로 인정받는다. 프리랜서들은 대개 한 번 일했던 곳과 또다시 일을 하게 된다. 고용주 특성을 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한 번 일해봤던 프리랜서를 재고용하는 것이 낫다.
▷비드웰 교수〓관리자들이 프리랜서와 회사 정직원 사이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명확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만약 협업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프리랜서 채용이 좋은 아이디어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다만 관리자가 프리랜서를 정직원과 똑같이 대우하고 모두와 같이 회의에 참석하게 만든다면 프리랜서가 회사 직원들과 더 잘 어울리고 협력하며 일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랜서 비중이 높은 기업에서 HR 부서는 프리랜서들이 성장하도록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로호 교수〓인사과 부장들은 프리랜서를 매우 가치 높은 전문가로 봐야 한다. 도전적인 과제, 자유, 근무 유연성, 지속적인 성과 평가 등을 기반으로 한 프리랜서 관리 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직원관리 체계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
▷비드웰 교수〓기업 목표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을 성장·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직원 성장에 대한 투자는 해당 인재들이 장기적으로 자사에 근무한다고 생각될 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랜서가 장기 근무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일부 사람은 법적으로 근로복지제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프리랜서가 되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로호 교수〓어떤 사람들은 고용 보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보면 이들은 프리랜서로서 자질은 없는 것이다. 현재 복잡한 고용 형태 변화 속에서 일부 전통적인 직업은 수십 년 동안 유지될 것이다. 그렇지만 프리랜서 고용 트렌드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렁 교수〓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율성에 있다. 본인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근로복지제도를 보장받지 못해서 프리랜서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프리랜서만이 받는 '혜택'이 따로 있고, 나아가 상대적으로 사내 직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기업들이 프리랜서를 채용함으로써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비드웰 교수〓프리랜서 일자리는 젊은이들 커리어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본인 '평판'을 쌓고 가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젊은이들은 프리랜서에서 정직원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프리랜서직은 청년실업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겠다. 물론 프리랜서로 시작해 정직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프리랜스 이코노미 전문가 3인은…
▶ Pilar Rojo : 필라 로호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IE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조직행동론과 매니지먼트를 가르쳐왔다. 2003년 IE HR벤치마킹센터를 설립해 인사 부문 연구와 발전에 힘쓰고 있다.
▶ Ming Leung : 조직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밍렁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주로 전략, 조직론, 경제사회학에 대해 연구한다. 과거 액센추어, PwC, 부즈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203859&ye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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