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아이패드에 ‘iOS8′ 올리셨나요? 지난 6월 WWDC에서 주요 기능들이 공개된 이후 기다려 오신 분들도 많을 것이고, 별로 업그레이드에 욕심이 없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관심은 온통 새 기기에 쏠려 있지만 그 기기를 만들어주는 건 역시 새 운영체제입니다. 그 동안 이 운영체제가 7번 나오는 동안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지만 8번째는 의외의 전환점이 생겼습니다. 기능보다 정책적인 변화로 생태계를 한번 움직이는 것이지요.
그리 달라지지 않은 첫인상
아마 iOS8을 처음 보고 느낀 반응은 ‘이게 뭐가 달라졌지?’일 겁니다. iOS7로 너무나 큰 디자인의 변화가 있었기에 iOS8은 상대적으로 바뀐 게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일단 외관에서 달라진 점은 거의 없습니다. 쓰는 방법이 달라진 것도 없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속을 보면 버전 6에서 7로 올라갔을 때보다 더 큰 변화들이 숨어 있습니다. 7의 경우 아무래도 디자인 언어와 UX의 변화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을 새로 해석했다면, 이번 iOS8은 이걸 가다듬어서 완성품으로 가져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iOS7만큼의 변화는 없을 겁니다.
iOS8에서 봐야 하는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연결성과 확장성입니다. iOS 기기 그 자체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이 기기들이 다른 장치들과 연결되는 부분, 그리고 iOS 운영체제 자체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들을 다른 앱에 열어주는 등의 기능이 많이 확장됐습니다.
그렇다면 새 운영체제를 또 배워야 할까요? 그런 건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시고 iOS7을 쓰시던 습관 그대로 쭉 쓰시면 됩니다. OS의 구성을 뒤트는 변화보다는 작은 변화들이 더 많이 모여 있습니다.
올릴까 말까? 그래도 ‘iOS8′로
많은 분들이 새 운영체제가 나오면 이걸 설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시곤 합니다. 대체로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지요. iOS8은 iOS7과 거의 비슷합니다. 해외 리뷰를 보면 iOS8이 iOS7에 비해 미세하게 느리다는 평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성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iOS6을 고집하고 계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미 iOS7을 쓰고 계시다면 성능의 변화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멀티태스킹 전환 화면에서는 프레임이 조금 생략되어서 속도가 빠른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iOS7이 버전을 올릴 때마다 느껴질 정도로 개선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운영체제 그 자체에 대한 최적화는 거의 다 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이라면 지원되는 기기라면 되도록 iOS8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이미 일부 앱들은 iOS8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앱들이 새 운영체제를 필요로 할 겁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합니다. iOS7에서는 업그레이드해서 손해볼 것은 별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대신 속도 때문에 iOS6을 쓰고 있다면 여전히 고민해볼 만은 합니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응용프로그램들을 쓰려면 새 운영체제가 필요한 경우는 더 빠르게 늘어나고, iOS6은 점점 쓰기 어려워질 겁니다.
기능보다 정책 변화 주목
iOS8은 iOS7을 더 편리하게 다듬은 OS라고 보면 됩니다. 당장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알림센터입니다. 문자메시지가 오면 화면 위에서 알림센터로 슬쩍 보여줍니다. 이걸 누르면 메시지 앱으로 연결해 앱을 열지 않고도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쓸어넘기기는 여러 부분에서 쓰이는데 e메일 목록에서도 메일을 열어보지 않아도 목록에서 읽음 처리를 하거나 삭제, 아카이브, 중요 표시 등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그 자체로 음성이나 영상을 찍어서 보내는 기능이 강화되기도 했고, 위치를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은 더 똑똑해져서 타임랩스 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 밝기를 촬영하면서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대비, 하이라이트 등 편집도 전문 도구 수준으로 좋아졌습니다. ‘시리’는 말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을 수 있게 됐고, 아이클라우드는 이제 더 많은 앱들이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활짝 열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iOS8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점은 기능적인 것보다 근본적인 애플의 정책 변화 쪽입니다. 개방성과 생태계의 확장, 그리고 그 결과물인 앱을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그 뿌리가 마련됐습니다. 물론 그 중의 상당수는 겉으로 보기에 안드로이드와 닮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애플의 1인 1아이디, 클라우드의 밑바탕
이번 iOS8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가족아이디’입니다. 애플은 기기마다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연결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특히나 기기 사이에 앱을 이어서 쓰도록 하는 연속성을 강조했는데 결국 이 역시 ‘기기가 내 것’이라는 증명을 아이클라우드 아이디로 합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결국 애플은 기기 하나를 여러 명이 쓰는 멀티 아이디와는 점점 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용자들이 각자 아이디를 혼자만 갖고 쓸까요? 의외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유료 앱이나 유료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해 앱스토어 아이디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각 아이디는 본인을 식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앱 때문에, 콘텐츠 때문에 아이디를 공유하는 것은 위험하고 기기 사용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애플 기기는 점점 더 아이클라우드에 종속되기 시작했고 그 개인을 식별하는 수단이 아이디라는 메시지에 큰 변화가 생긴 겁니다. 그래서 애플이 구입 내역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열어준 게 가족아이디입니다.
이 정책은 어떻게 보면 유료 앱 구매를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는데, 개발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가족아이디간의 결제 수단을 공유해 신용카드가 없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앱을 사달라고 조르는 것으로 유료 앱을 사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 앱 판매보다 앱 이용 과정에서 수익을 내는 모델을 더 많이 유도할 수 있습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WWDC에서 만났던 개발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앱스토어의 성장에 변화점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 밖에도 앱스토어에는 에디터의 추천을 받았던 앱, 필수 요소 앱, 핵심 정리 앱 등 뱃지를 달아 잘 만든 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추천해 판매, 다운로드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앱을 묶어 파는 번들 판매도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벌써 앱스토어에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7개를 한데 묶어서 69.99달러에 파는 것도 등장했습니다. 저는 97.93달러를 주고 개별 앱을 다 샀는데 속이 쓰리네요.
가장 큰 변화, ‘확장성’
또 다른 정책 변화는 확장성입니다. 애플의 기기를 쓰면서 털어놓는 불만 중에는 앱간에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거꾸로 애플 기기가 보안에 탄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로 앱끼리 서로 접근할 수 없도록 막는 ‘샌드박스’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앱이 함부로 다른 앱에 접근해 개인 정보를 빼내거나 지우는 게 원천적으로 막힙니다. 보안상 강점은 있지만 안드로이드폰처럼 사진을 편집앱으로 넘겼다가, 효과를 입힌 다음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전송하는 것 같은 동작이 아예 차단됐었습니다. 음악의 경우에는 ‘오디오 버스’ 같은 앱을 이용해 여러개의 앱을 넘나들며 쓰는 게 어느 정도 풀렸는데 이제 이를 아예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샌드박스가 깨지는 건 아닙니다. 특정 컴포넌트에만 접근할 수 있고 주고받아야 하는 접점을 명확히 만들어 API를 통해 제한적으로 콘텐츠가 앱을 넘나들도록 하는 장치가 더해졌습니다. 그게 ‘확장성’입니다. 정말 별 것 아닌 것일 수 있지만 애플의 생태계 환경에서는 이용자도, 개발자도 아주 가렵던 부분입니다.
이것 외에도 애플이 그동안 막았던 제한들이 상당히 많이 풀렸습니다. 터치아이디는 약 1년간 ‘아이폰5S’에 들어가 그 자체로 기능을 충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지문 정보가 복제되거나 전송될 수 없도록 별도 공간에 저장했고, 잠금 해제와 앱스토어 결제에만 썼습니다. 애플은 터치아이디가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접근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올 6월 WWDC에서 예고한 것처럼 API를 풀었습니다.
비슷한 게 또 있습니다. 키보드도 열렸습니다. 키보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앱입니다. 우리는 모든 중요한 정보들을 키보드로 입력합니다. 이게 탈취당하면 대화내용, e메일,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등이 싹 털릴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것도 고집을 부렸는데, 이제 iOS8부터 서드파티 앱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의 API도 완전히 활짝 열려서 앱이 단순히 촬영만 하는 게 아니라 밝기, 파노라마, HDR, 연속촬영 등의 모든 요소를 끌어다 쓸 수 있 습니다. 터치아이디도 예외는 아닙니다. 벌써 암호를 보관하는 ‘원패스워드’는 각 페이지에 정보를 채워 넣을 때 지문으로 확인하는 기능을 넣어 가렵던 부분을 긁었습니다.
iOS8은 이런 여러가지 변화들을 애플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서드파티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안드로이드같은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개방성이 있는 쪽은 안드로이드였고, 없는 쪽은 iOS였기 때문이지요. 늦었지만 구현 방식은 더 안전해졌고, 그 동안 안드로이드를 통해 쌓여온 많은 시나리오들이 이제 iOS에서도 그려낼 수 있게 되면서 업데이트 첫날부터 앱스토어는 미어터지고 있습니다.
기기의 경계 허무는 연속성
연속성에 대해서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는 베타테스트 기간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이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기기를 쓰던지 별로 관계 없이 모든 경험을 하나로 합쳐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업무에 쓰던 문서 파일이나 e메일은 아이클라우드로 묶여 있었는데 나머지, 그러니까 문자 메시지, 전화 등의 통신 기능이 더 묶인 것이 이번 iOS8과 ‘OS X 요세미티’의 변화점입니다.
맥으로 전화를 받고, 맥의 키보드를 이용해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쓸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로도 할 수 있습니다. 각 기기는 아이클라우드로 꽉 짜여 있어서 맥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곧바로 아이폰을 테더링으로 연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OS X 요세미티가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고, 최신 버전인 개발자 프리뷰8과 iOS8의 정식 버전은 SMS 전송 기능을 삭제했습니다. 조금 뒤에 완벽하게 쓸 수 있을 때 공개하겠다는 것이지요. 사실 문자메시지 연동의 경우 전송 자체는 편리했고 기능면에서도 문제가 없었지만 각 기기에 동기화된 문자메시지 내용들이 읽음 처리가 되지 않는 것이 끝까지 걸렸는데 그 부분도 개선되지 않을까요.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206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