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채널없는 방송국의 등장‘이란 글을 썼었다.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인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이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애플TV, 크롬캐스트 등을 이용해서 케이블TV에 의존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TV를 즐기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채널은 없지만 기존 방송국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VEVO 모바일앱 화면.

VEVO 모바일앱 화면.

그런데 이번주 업데이트를 통해 ‘VEVO’가 애플TV에 추가됐다. 이것이 또다른 채널없는 방송국의 예가 아닐까 싶어 간단히 소개해본다.

VEVO는 Hulu의 성공에 자극받아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등이 유튜브(구글)과 손잡고 2009년 시작한 뮤직비디오전문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다. MTV의 온라인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플렛홈을 통해서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세를 키워왔다. 한국서는 동영상플레이가 제한되어 있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을 비롯해 영국, 브라질, 프랑스 등 세계 12개국까지 서비스지역을 확대했고 iOS, 안드로이드, 구글TV, 로쿠, X박스 등 웬만한 플렛홈을 다 지원한다.

다만 이 서비스는 음악비디오를 플레이해서 보는 것 뿐이었는데 올해 3월부터 VEVO TV를 시작했다. 자체 프로그래밍으로 24시간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사실 MTV와 거의 다를바가 없다. 그런데 온라인서비스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이제 시작한지 만 4년을 채우는 이 회사가벌써 작년 매출이 2억불, 즉 2천2백억원쯤 된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한국의 종편 4사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인 2264억과 비슷하다. 출처)

“VEVO가 애플, 삼성과 자체 프로그래밍 딜을 진행하고 있다”는 최근 WSJ 기사를 보면 VEVO가 애플TV플렛홈, 삼성스마트TV플렛홈에 앱을 출시해 온디맨드로 자체프로그래밍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나와있다. 특히 “VEVO는 장차 케이블TV에 채널을 갖기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케이블TV회사들과) 딜을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나와있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에서 성장한 다음, 꺼꾸로 TV채널로 진입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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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집의 애플TV를 확인해보니 정말 VEVO가 막 들어왔다. 자세히 보면 앱형태로 이미 많은 방송들이 들어온 것을 알 수 있다. Qello는 음악공연전문앱, WSJ Live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동영상보도앱 등이다.

Screen Shot 2013-08-30 at 4.20.02 PM

메뉴를 보니 장르별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기도 하고 VEVO TV를 선택해 그냥 방송처럼 즐길 수도 있다. VEVO TV를 선택해서 한 한시간쯤 틀어놨는데 화질도 케이블TV HD로 보는 것과 똑같고 끊김도 없다. MTV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채널없는 방송국들은 이처럼 유튜브와 각종 디바이스를 숙주로 이렇게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중이다. 구글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런 미디어들을 키우고 있다.

위 동영상에 나오는 유튜브 스페이스 LA처럼 콘텐츠제작자들이 무료로 마음껏 고품질 동영상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세계 곳곳에서 지원하고 있다. 괜찮은 회사들은 직접 투자한다. VEVO에도 지난달에 한화 약 500억가량을 투자했다.

이런 트랜드는 물론 미국얘기다. 브로드밴드 속도가 한국에 비하면 바닥을 기는 미국이 이럴진대 IT초강국 한국엔 이미 많이 채널없는 방송국들이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시대에 채널번호라는 사업권 하나 얻자고 수천억을 쏟아붓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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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로운 스타트업산실, D.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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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놀라운 필력을 자랑하던 이나리위원이 신문사를 떠나서 은행쪽협회의 창업지원센터일을 하겠다고 했을때 내심 놀랐다. 공채출신도 아닌 여성기자가 주류신문사에서 그 정도 위치에 오른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성취를 미련없이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것에 감탄했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성공하시길 기원했다.

그후 대략 1년뒤, 얼마전 서울에 들렀을때 이나리센터장의 작품인 D.캠프(드림캠프)에 가서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투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릉역근처의 신축건물 4,5,6층에 마련된 이 새로운 창업지원센터가 이제 한국의 스타트업문화를 상징하는 명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예감할 수 있었다. 다음은 그때 찍어두었던 몇장의 사진 소개다. 창업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멤버로 등록하고 기회가 되면 꼭 가보실 것을 추천한다. (찾아가는 길)

Screen Shot 2013-08-29 at 10.33.45 AM일단 D.캠프는 선정릉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기가 막힌 전망을 가지고 있다. 선릉역에서 강남구청역쪽으로 올라가면서 왼쪽에 있는 새롬빌딩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도 좋고 전망도 일품인 곳이다.

IMG_7500입구에 보니 벌써 많은 한국IT업계의 귀빈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리고 방문한 인사들이 이곳 멤버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자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D.캠프 커뮤니티에 들어오면 이렇게 유명한 분들을 많이 만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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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캠프 멤버십에 등록하고 인증을 받으면 (창업관련 활동이 있어야 함) 위 4층의 Co-working space를 이용할 수 있다.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깔끔한 코워킹스페이스를 연상케 하는데 약 80석의 좌석이 있다. 멤버들은 여기서 자유롭게 일하면서 다른 창업자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그런데 벌써 항상 만원인 듯 싶다. 처음 이 센터를 기획할때는 “여기에 누가 오겠느냐. 노숙자들이나 오는 것 아니냐”는 냉소에 시달렸다고 한다. 여기에도 붙여져 있는 ‘우아한 형제’의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IMG_7457인상적으로 본 것 하나는 SK플래닛에서 제공한 오픈랩이다. D.캠프 멤버들이 다양한 모바일디바이스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이용료까지 다 지원한다고 한다. 안드로이드의 파편화를 고려하면 모바일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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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도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란 플라스틱 박스 같은 것도 준비되어 있다. 벽은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하면서 서로 토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IMG_7466IMG_7467아직 책은 많지 않지만 도서관도 있다. 이제 책을 채워넣는 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거의 돈을 안들이고 값싼 소재를 이용해서 인테리어를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깔끔하고 멋있어 보인다.

IMG_7475IMG_7477IMG_7483IMG_74845층에는 스타트업이 입주해 일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위에 나온 팀은 Smiley Family다. 전망이 죽인다. 그리고 작은 소규모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칸막이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이벤트참석인원에 따라 공간조절이 자유롭게 만들었다. 인테리어에 비용을 아꼈지만 반면 책상, 의자 등 가구는 비싼 것을 썼다고 한다.

IMG_7486IMG_7488IMG_7489또 인상적인 것은 6층의 다목적 홀이다. 가운데 놓인 의자외에도 양옆으로 앉을 자리와 방석이 가득 놓여있어서 2백명은 거뜬히 들어갈 것 같다. D.캠프를 방문한 많은 명사들이 여기서 강연을 갖는다.

IMG_7495위 다목적홀 바깥쪽에는 이런 멋진 테라스가 있어서 이벤트뒤에 뒷풀이를 하기 좋게 되어 있다.

IMG_7503IMG_7507열정 하나로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위해 이런 멋진 장소를 만들어내신 이나리센터장께 경의를 표한다.

사실 실리콘밸리나 샌프란시스코에도 이런 곳은 없다. 무지막지하게 비싼 돈을 내고 써야 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코워킹스페이스(책상하나 빌리는데 한달에 4백불~7백불씩 한다)나 엄격한 심사를 뚫고 들어가야 하는 500 스타트업이나 어느 정도 임대료를 내고 들어가는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 등이 있을 뿐이다. 실리콘밸리 인사들도 D.캠프에 방문해서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느냐”고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럴만 하다.

최근에 미국의 경제케이블채널인 CNBC가 “재벌은 잊어라. 한국은 스타트업붐이다”라는 리포트를 했는데 그 내용의 주요무대가 D.캠프였다.

Screen Shot 2013-08-29 at 10.43.33 PMD.캠프가 한국 스타트업생태계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볍게 지난번에 찍은 사진 위주로 소개해봤다. 꼭 가보시길!


출처: http://estima.wordpress.com/2013/08/29/d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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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임원된 것처럼 기업 죽이는 전략 짜내라면 아이디어 마구 쏟아내…
혁신은 바로 그곳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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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죽이기(Kill the Company)`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나는 트레이닝(경영교육)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이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모두 우리에게 트레이닝 의뢰를 할 때 항상 `우리에게 혁신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라고 말한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대기업이면 대기업일수록 임원들만을 위한 트레이닝을 하기도 하는데, 기업들은 큰돈을 우리에게 주면서 `우선 임원들에게 혁신을 가르쳐 달라`라고 주문한다. 트레이너들은 그들 나름대로 혁신 툴을 만들어서 임원들을 가르치러 간다.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정말 우스운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혁신에서 `ㅎ`자만 발음해도 임원들은 비웃는 입술 모양을 하고는 뒷짐을 진 채 먼 산만 바라본다. 임원들이 원해서 시작한 트레이닝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회사에 불만이 무엇인가`를 묻는 순간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곧 서로 불만을 토로하기에 바쁘다. 이를 `킬 더 컴퍼니`라 칭하자 그 반응은 더욱 타올랐다. 회사를 정말 죽이자는 의도가 아니다. 잘못된 점들은 부숴버리고 불필요한 상황들을 없애자는 의견인 것이다. 윤회 개념처럼 죽어야만 새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회사를 죽이고 나면 오히려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 무(無)에서 새로운 유(有)를 탄생시키는 것은 유에서 더욱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것 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회사 죽이기 트레이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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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에 초청을 받아 트레이닝을 시작할 때 나는 항상 `미래를 그려봅시다`로 시작한다. 우리 회사 이름이 미래생각(Future Think)인 것처럼 말이다. 현재 상태 회사로서 미래를 그려보고, 그 미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묻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들은 회사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할 수 없이 진행하는 트레이닝이기 때문에 억지로 몇 마디 내뱉는 정도에 그친다. 그렇게 어정쩡한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미래를 생각하기에 앞서 다른 것을 해보자고 말한다. 

즉 `당신은 지금부터 현 기업의 강적인 경쟁사 임원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지금 이 기업을 망가뜨리기 위한 전략을 짜봅시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 눈빛은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 기업을 망가뜨리기란 의외로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고 흥분한 아이들처럼 신나서 떠들기 시작한다. 이것이 회사 죽이기 트레이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전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죽여야 할 사항들을 기업에서 받아들이고 죽이느냐는 각 기업에 달려 있다.



-트레이닝을 하면서 재미있는 사례가 있었는가. 

▶작년 여름 맥그로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겠다. 출판업계 최강자 맥그로힐은 전략팀 150여 명을 모아놓고 트레이닝해 주기를 원했다. 트레이닝팀과 나는 회사 죽이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다른 기업들처럼 전략팀 150여 명은 죽이고 싶은 또는 꼭 죽여야 하는 회사 내 나쁜 점들을 쏟아내기에 흥분했다. 여러 사람 의견을 조합하던 중 반복해서 나타나는 한 가지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바로 MOR(Monthly Operating Report)라고 불리는 월간운영보고서다. 150명 중 150명이 MOR를 죽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작성하는 데 드는 시간은 많고 실제로 누가 읽지도 않을뿐더러 항상 한쪽 머리끝에서 스트레스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최고경영자가 트레이닝 마지막에 `죽여야 할 사항들이 너무도 많지만 그중 여러분이 손꼽았던 MOR를 6개월간 정지시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6개월 뒤 다시 필요하다고 느끼면 재시도를 해보겠지만 전혀 필요 없는 부분이라면 과감히 죽이겠어요`라고 발표했고 150명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단순히 한 가지 보고를 없애는 일이었지만 그 파급효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 맥그로힐에는 MOR가 없다. 왜? 죽어 마땅한 절차였기 때문이다. 사람들 시간을 빼앗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작용해 다른 효율성도 떨어뜨린다. 



-당신도 CEO다. 자신은 회사 죽이기를 실천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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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혁신은 우리 회사 모토다. 우리 회사는 연중행사로 회사 죽이기를 실행한다. 매년 퓨처싱크 미래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죽여야 할 것들을 만들어 오진 않았는지 고민해본다. 그리고 죽여 마땅한 것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죽인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회사를 죽이는 재미는 남다르다. 과감히 가감없이 불필요한 부분들을 죽여나갈 때 나는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느낀다. 이것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매년 우리 회사 죽이기를 할 때면 직원들은 나에게 우리 회사 절차 중 어떤 게 멍청한 것인지, 자신들이 경쟁자였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서 우리 회사를 죽일 것인지 이야기하기 바쁘다. 몇몇 직원은 희열을 느낀다고 할 정도니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서는 만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면 회사 죽이기가 얼마나 더 큰 영향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마치 경영학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SWOT 분석을 하고 있다.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소들을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 짜기를 한다. 경영학 원론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아닌데 이런 걸 하고 있노라면 바보같이 느껴진다고 답하는 직원들도 꽤 많다. 우리 회사는 그렇지 않다. 



-사실상 회사 죽이기 트레이닝을 한다 해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맞는 이야기다. 회사 죽이기 트레이닝을 실시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실천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혁신을 하겠다고 혁신을 주창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말고 회사를 죽이는 데서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명령이나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역삼각형 모델이 아니라 중간에서 위아래로 퍼지는 미들아웃(middle-out)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기업 문화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중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너무 높은 직위도 아니고 말단직위도 아닌 중간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사실 가장 강력한 인재들이다. 모든 기업의 문화와 분위기 조성은 이들 손에 달려 있다. 변화를 이끌어 낼 때도 C-레벨 임원들이 `바꿔!`라고 말했기 때문에 변화하는 것보다는 중간급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부담감도 적고 거부감도 적다. 실제로 와튼스쿨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중간맨들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22% 이상이지만 CEO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채 5%가 안 된다고 한다. 회사 죽이기 트레이닝을 끝으로 어떤 부분들을 죽여나가야 하는지, 모두 죽이고 새롭게 태어날 일만 남은 회사는 어떻게 태어나야 하는지 등 변화 움직임을 중간급 직원들에서 시작해 위로 아래로 옆으로 퍼지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너무 큰 변화만 주도하지 말고 작은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 작은 변화의 물결을 만나다 보면 사람들은 큰 변화의 물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회사 죽이기가 동양 문화권에서는 힘들어 보이는데. 

▶퓨처싱크는 전 세계 20개국이 넘는 곳에서 활동한다. 싱가포르에도 센터를 갖고 있으며 쿠웨이트처럼 이슬람이 강한 문화권에 있는 기업들과도 일하고 있다. 물론 문화는 중요하다. 각국 문화는 분명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같은 문화권 안에서도 기업 문화에 따라 사람들 행동은 180도 다르다. 기업 문화든 국가 문화든 모든 기업은 결국 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미팅을 주선하고 이메일에 답하고 쓸데없는 잡무 처리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정말 무엇인가 효율적이고 결과를 낼 만한 것들에 시간을 집중해서 쏟아부을 것인가` 등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창조 코치 마크 맥기네스(Mark McGuinness)가 한 말이 있는데 바로 `전문적이라는 환상 아래 희생된 진짜 효율성`이다. 미팅 스케줄을 짜고 블랙베리로 이메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겉보기에는 프로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것은 고작 잡무일 뿐이다. 이것은 어느 문화권이건 상관없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는 자세도 간단하게 동일시하면 된다.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을 없애는 데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한국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한국에서는 정말 창조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 인식도 그렇고 기업 문화도 그렇고. 이젠 더 이상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옛날 동양 문화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개개인들 힘이 세져야 하는 시기다. 누구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누구나 변화의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한국인 개인들이 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은 애플이 이제 어떤 새로운 물건을 내놓을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제 애플이 아닌 `내가 무엇을 만들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회사를 죽이고 다시 소생시키고 윤회하라. 거기서 영감을 얻고 항상 새로운 기업으로 남길 바란다. 

■ `회사 죽이기` 시작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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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죽이기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신바람을 낸다. 수십 수백 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불만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그렇다고 조직 내의 모든 절차와 규율을 없앨 수는 없다. 이럴 때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작 전에 강조해야 할 사항은 `내가 하기 귀찮아서, 번거로워서` 없애는 규율이 아니라 `내가 경쟁자라면 이것을 공격하겠다`에 해당하는 규율을 없애야 한다는 것. `내가 경쟁자라면`이라는 전제는 짧지만 강력하다. 리사 바델은 이런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 영향력 측정 순서 

1.`포스트잇`을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2.경쟁자가 회사에 위험요소로 사용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적게 한다. 

3. 화이트보드에 수평선을 하나 그려 넣고 한쪽 끝에 `영향력이 적은 위험요소` 그리고 다른 한 쪽 끝에 `영향력이 큰 위험요소`라고 적어 넣는다. 

4.수평으로 드리워진 선 위에 자신이 판단하는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포스트잇을 갖다 붙인다. 그러면 한눈에 어떤 위험 요소들이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 변화 가능성 측정 

1.포스트잇을 나눠준다. 

2.회사에서 죽어야 할 규율들이나 없어져야 할 불만사항들을 적는다. 

3. 화이트보드에 수평선을 그리고 한 쪽 끝에 `쉽게 변화 가능` 그리고 다른 한 쪽 끝에 `변화하기 어려움`이라고 적어 넣는다. 

4. 사람들이 자신들의 불만사항이 과연 회사 입장에서 또는 조직 문화에서 빠른 변화가 실현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측정해 포스트잇을 붙여 넣는다. 어떤 변화들이 최소한의 시간 안에 가능한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두 가지 수평선을 채워 넣으면 벽면은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가득 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만사항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 남의 의견도 덩달아 보면서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리사 바델은 두 가지 사지선다형 모델을 만든다. 

◆ 내부 관찰용 사지선다형 

X-축에는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적어 넣고 한쪽 끝에 `매우 낮음`, 다른 한쪽에 `매우 높음`을 써넣는다. 

Y-축에는 `일어날 가능성`을 적어 넣고 한쪽 끝에는 `매우 낮음`, 다른 한쪽에 `매우 높음`을 써넣는다. 그리고 여러 불만사항들을 X-축과 Y-축을 두고 4가지 다른 면에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영향력과 변화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눈을 준다. 

◆ 외부 관찰용 사지선다형 

X-축에는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적어 넣고 위와 같이 쓴다. 

Y-축에는 `경쟁사가 시행할 가능성`을 적어 넣고 한쪽 끝에 `시행하기 쉽다`, 다른 한쪽에 `시행하기 어렵다`를 적어 넣는다. 위와 같은 여러 불만사항들을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외부 경쟁사가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지를 예측해 본다. 

중구난방식의 `무작정 죽이기`보다는 그래프와 포스트잇을 통해 한눈에 여러 의견들을 관찰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으로 퓨처싱크의 회사 죽이기는 마무리된다.
 

■ She is… 

퓨처싱크 최고경영자이자 런던 다이렉트마케팅학회 임원, 여성의회 임원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카고 레오 부르넷(Leo Burnett)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미래지향적 아이디어를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노하우가 생긴 리사 바델은 직접 창업을 해 큰 성공을 거뒀다. 폭스뉴스, 비즈니스위크, 뉴욕타임스, 와이어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다양한 국제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그녀는 `킬 더 컴퍼니(Kill The Company)`와 `석세스 심플리파이드(Success Simplified)` 저자다. 

[황미리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33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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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수많은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이 함께 해주셨던 케이큐브 컨퍼런스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눈이 내려 조금은 흐린날씨였지만, 많은 분들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함께해 주셔서 현장의 열기는 후끈거릴 정도였습니다. 컨퍼런스의 첫번째 순서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님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는 '스타트업에서의 성공'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셨던 김범수 의장님의 진심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원이 제한되었던 행사의 특성 상, 직접 참여하시지 못한 분들을 위해 짧막하게 김범수 의장님 강연 내용을 옮겨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강연 내용을 간접적으로 나마 공유하고, 함께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어갈 사람으로써의 열정과 노력을 다시한번 되세우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누구나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동일한 궁금증이 생길텐데요. 한게임부터 지금의 카카오까지, 스타트업의 성공에 대해 누구보다 깊고 치열하게 고민하셨던 김범수 의장님의 조언을 옮겨 보았습니다. 



올바른 문제 정의의 중요성



모든 스타트업의 공통된 시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문제 해결의 과정은 문제를 정의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이 문제 정의 중요성을 함께 생각해보며 강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가우스 이야기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백과사전을 뒤적거리다가 가우스 이야기를 보았다. 가우스가 초등학교때 1+...+!00까지 더한는 문제를 받았다. 5분도 안지나서 문제를 다풀었다. 가우스는 어떻게 이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1과 100 2와 99를 더했더니 모든 두 숫자의 합이 101이더라, 그래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여기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문제 해결방식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 이점이 바로 인생을 좌지 우지 할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이 되었다.


올드보이 최민식과 유지태가 나오는 영화인데, 15년 동안 감금당한 한 남자가 '누가 나를 가뒀을까?'라는 질문으로 15년을 보내게 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남자는 결국 자신을 감금시킨 범인을 찾아가 왜 자신을 가뒀냐고 묻는다. 여기서 그 범인은 "누가 널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널 15년동안 가두고 보내줬을까를 물어봐야지" 범인과 감금당한 남자의 관점의 차이에서 질문의 방향, 문제 정의의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올 문제 정의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인간은 언제나 관성 그대로 움직이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 관성과 습관을 깨고 올바른 관점과 문제를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우스 사례에서 보듯 같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가장 쉬울 수 있고 가장 어려울 수도 있다. 비즈니스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도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수만가지의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진정한 차별화란 무엇인가



하루에도 수 십개의 유사상품, 서비스들이 출시되는 시장에서 '우리회사가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이미 비즈니스의 필수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될 진정한 차별화는 무엇인가?


삼성 SDS 시절 SDS에 입사 했을 때, 다른 사람과는 별반 다를 바없는 내 모습이 사뭇 작아보일 때가 있었다. 이 때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나는 '6개월 후 회사에서의 나의 모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의 나에서 발전되어 회사의 중추가 될 나의 모습을 그리다 보니 자연적으로 '다른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차별화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연결 짓게 되었다. 


차별화를 고민하며 느낀 경쟁력의 근원은 '남보다 언제나 잘해내는 것'. 혹은 '남과 다른 것을 해내는 것'이었다. 나는 자연스레 남과 다른 것을 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러한 마음으로 기존의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식의 C++, 윈도우 프로그램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6 개월 뒤, 정말 운명처럼 회사의 프로젝트가 모두 윈도우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었다. 차별화를 꾀했던 6개월 후의 나의 모습은, 그 전의 나의 상상보다 훨씬 커져있었다.



성공을 통해, 성공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 SDS 재직 시절, 운명처럼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초창기의 인터넷은 그 실체가 매우 막연했다. 하지만, 곧 웹브라우저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본연의 모습이 밝혀지게 되었다. 기존의 PC 통신은 수많은 전화를 연결하는 장비를 구축하는데 실로 어마어마한 자금의 투자가 필요했다. 반면, 인터넷은 망은 연결되어 있고, 서버 한 대만 있어도 모든 것이 해결되는 구조였다. 그런만큼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 가능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올바른 문제정의와 차별화의 산물, 한게임 인터넷시대가 도래했을 때, 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정의해보고자 했다. "이 시점에서 어떠한 서비스가 필요해질 것 인가?" 그 당시 유명했던 웹서비스는 야후의 디렉토리 서비스 정도였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태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게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수 백년간 인간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았던 '바둑','체스'등의 게임의 경쟁력에 집중했다. 이 게임들을 온라인으로 옮겨 올 수 있다면?

이러한 질문으로 한게임을 창업하게 되었고, 이 후 한게임만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한게임 창업의 핵심은 웹 기반이지만 클라이언트가 클릭만 통해 바로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점에 있었다. 이는 인터넷과 윈도우의 장점을 모두 포기할 수 없다라는 문제에서 시작되었고, 결정적인 한게임의 차별화를 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스템은 세계최초 새로운 게임 포탈 시대를 열며, 성공적으로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한게임이 어느정도 규모가 커진 후, 나는 창업가로써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개발자의 역량 이 외에도 경영에 대한 역량이 필요했기에, 결국 훌륭한 경영 시스템과 자원을 갖추고 있는 네이버와의 합병을 결정한다. 그 때의 네이버와 한게임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채우며, 엄청난 시너지를 내며 결과적으로 한국 인터넷에서 정상의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소위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잡히고, 나 스스로도 정상의 위치에 올라왔다고 생각한 순간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재산이 많고, 권력이 있다거나, 원하는 것을 이룬 것. 이렇게 남들이 규정지어놓은 성공이 아니라 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인가? 한없이 쉬울 것만 같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껏 쉼없이 달려올 동안 스스로 성공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지금 이 위치가 나의 성공인지 강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결국 무엇인가 완성되지 않은 느낌은 떠나지 않았고, 성공에 대한 문제인식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느꼈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카카오톡, 성공이란 의문점에 열쇠가 되다


성공을 향한 방황의 시간 성공에 대한 의문은 내가 생각할 시간을 선택할 용기를 주었다. 과감하게 네이버를 퇴사하고, 홀연히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향했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끼치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의 2년은 어찌보면 방황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미있는 방황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작가들의 통찰과 고뇌가 담겨있는 책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로, 책을 미친듯이 읽었다. 또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며 의도치 않게 '스마트 폰'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맛보기도 했다. 이러한 값진 방황 덕택에 나는 새로운 성공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아있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왈도 에머슨 作 '무엇이 성공인가'  중에서 


카카오톡으로 가까워진 성공의 문턱 수없는 고민으로 점철된 방황기를 거치며, 새로운 성공을 실현하고자 회사를 설립하였다. 

'Innovation With Internet Laboratory'라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웹 2.0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Bru.com, wisia.com의 연달은 실패로 회사의 비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나의 성공과 위치에 대한 겸허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한게임을 통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혼자 힘으로는 절대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주목받는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겸허한 질문은 또 다른 시작으로 답이 되고, 우리 회사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디바이스가 가져다 줄 엄청난 가능성을 직면했다. 그 시대의 누구나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전환되는 시대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학습된 가능성을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한 달동안 앱을 개발해보기도 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깊이 느꼈다. 그 때 느꼈던 가능성의 차이가 카카오톡이 나오기까지 내렸던 수많은 결정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디바이스들이 했던 역할을 분석해보았다. TV(방송), PC(검색)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우리의 답은 명쾌했다.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전화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활용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는 또 다른 난관이었다.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오는 여러 현실적 제약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취했던 전략은 '핵심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버릴 건 버리고 진짜로 중욯나 핵심에만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무엇인가를 더할 수 있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무엇인가를 뺄 수 없을 때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핵심에 집중하며 순간의 완벽함을 추구했다. 


카카오톡 커뮤니케이션이란 질문에 우리가 던진 답은 바로 '카카오톡'이었다. 도전으로 시작한 카카오톡은 현재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7800만 유저들이 만들어 내는 2800만 일일 방문자, 48억건 메세지수. 국내 최대, 최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톡은 우리에게 트래픽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또한 스마트폰 시대의 최대의 단점이자 최대의 장점이 될 수 있는 '글로벌 서비스 개발'의 문이 바로 앞에 열려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여러 깨달음을 가지고 우리는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목표를 되새겼다. 단지 우리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조금 더 좋은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임을 카카오톡을 개발하며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을 넘어, 카카오 노믹스로


규모의 경제 VS 생태계의 경제 카카오톡을 통해 우리가 꿈꾸게 된 것은 '생태계의 경제'이다. 기존 주식회사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벌고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레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유통에 많은 힘을 쏟게 되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시작한다. 규모의 경제에서는 유통에서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가지게 되고, 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경제 소속원들이 흔들리게 된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한국사회에 도전장을 던지고 싶었다. 


공정한 룰을 제시하고, 이 룰을 바탕으로 누구나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주는 '생태계의 경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카카오는 이러한 기회를 누구에게나 꿈꾸던 비즈니스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었다. 따라서 카카오의 문제를 조금 더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발전시켰다. '누구를 참여시키고, 누구를 대화로 연결해 줄까?' 이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카카오 노믹스 나의 성공에 대한 의문이 결국 카카오노믹스로 발전되게 되었다. 함께하는 세상에서의 가능성을 엿본 카카오의 근본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카카오만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구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카카오는 카카오 페이지, 카카오 스타일, 카카오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에 진출했다. 아직 증명된 답은 없지만, 3년 내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를 양성하는 것이 카카오의 목표이다. 진정한 다양성으로 무장된 '생태계 경제'의 가능성을 선보이고 싶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부동산의 핵심은 첫 째도 위치, 둘 쨰도 위치, 셋 쨰도 위치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가장 중요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시 같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비즈니스 핵심은 '차별화'이다. '차별화'하나에 집중하는 것, 그 것이 어떻게 보면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시작인 것 같다.


덧붙여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비밀을 말해주고 싶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 : 고객의 관점에서 시작해라


내머릿속에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 고객의 불편함, 힘듦을 이해하는 것이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의 핵심이다. 이 고객은 내 머릿속의 고객('20대 여자'라는 막연한 고객이 아니라 디테일함을 찾아내야 함)이 아니라 현실 속 고객의 어려움,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고객이 힘들어 하는 것을 물어보면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고객의 행동과 말 속에서 어려움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찾자.


추천하는 책

프레임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있어 여러가지 관점을 바꿔보는 힘을 길러줌” 

디맨드 소비자의 욕구, 수요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줌

 

누구와 함께 풀 것인가? : 개인의 역량이 아닌 팀의 역량


문제 해결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팀의 구성이 중요하다. 특히 개인간의 강점이 합해졌을 때 최고의 시너지와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 가지 예시로, 난자에 수백마리의 정자가 동시에 도착했을 때 난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정자를 선택하는가? 난자는 자기와 가장 다른 것을 선택한다. 진화에 비밀에는 다양성의 조합이 있다. 나와는 다른 것이 조화되어야 진화될 가능성이 생긴다. 다양한 것이 있어야 한 순간에 도태되지 않는다. 항상 충돌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팀이 되어야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 누군가의 협조를 받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적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지금은 파트너와 함께여야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추천하는 책

린스타트업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잘 설명한 책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가? : 습관의 힘을 느껴라


인간은 수많은 습관의 합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습관은 쉽게 바꾸거나 없앨 수 없다. 그러니 좋은 파급력이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는 핵심습관을 찾아 길러라. 또한 나쁜 습관이 있다면 다른 좋은 핵심습관을 길러 나쁜습관을 상쇄시켜라. 습관화의 힘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 무엇을 도전하거나 목표할 때 좋은 습관을 몸에 익혀 놓는다면, 성공으로 보다 쉽게 갈 수 있다


추천하는 책 

습관의 힘 "습관이 가지고 있는 힘을 아주 잘 보여주는 책"


출처: http://kcubeventures.tistory.com/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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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업, 뜨거운 리더]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재포스 Zappos
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많은 기업이 ‘고객 행복’을 강조하지만 소비자는 진정성을 의심한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말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직원과 고객 모두 불행해진다. 온라인 쇼핑몰 재포스닷컴은 전 직원이 ‘행복한 행복배달부’가 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 결과 아마존닷컴도 두 손을 들었다. 
 


인터넷으로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는 시대라지만, 낭패를 볼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신발이 그렇다. 표준 규격에 딱 맞춰 제작한 신발이라도 폭이나 높이가 발에 안 맞아 불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싸니까, 가만히 앉아서 주문하면 되니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클릭’했다가는 신발장에 모셔두거나 반품 배송료만 날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어떻게 신어보지도 않고 신발을 주문한단 말인가.

미국의 온라인 신발·의류 쇼핑몰 재포스닷컴(Zappos.com)은 사람들의 이런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려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객은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신고 입어볼 권리가 있고, 더욱이 집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1년 내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고객센터(contact center) 전화 상담에 자본과 인력 등 회사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역발상으로 수많은 고객 감동 사례와 함께 재구매율 75%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창업 10년 만인 2008년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재포스는 이듬해 아마존닷컴(Amazon.com)에 12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아마존이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다. 그러나 아마존의 재포스 인수를 두고 ‘먹고 먹히는’ 관계로 해석한 이는 드물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재포스의 고객 감동 서비스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독특한 기업문화의 가치를 아마존이 인정하고 배우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재포스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셰이(39)는 “인수나 매각이라는 표현보다 ‘재포스와 아마존이 눈이 맞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재포스와 아마존의 결합에 대해서는 셰이가 직접 쓴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에 자세히 나오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아마존은 첨단 기술을 기초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애써왔으나 세계 최고의 고객 중심 기업이 되기 위해선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방법을 모색하던 아마존의 레이더망에 재포스의 고감도 서비스가 포착됐다. 때마침 단기적인 성과를 무시하지 못하는 주주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고객 감동 서비스에 주력하고 싶었던 재포스는 아마존에 호감을 갖는다.

그러나 재포스는 아마존이 내민 손을 덥석 잡지 않았다. 아마존의 현금 인수 방식을 거부하고, 재포스 주주와 투자자들이 재포스 주식을 아마존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재포스의 경영진과 직원들은 그대로 남았으며 브랜드와 문화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재포스는 아마존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로서 아마존의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독립 경영도 보장받은 것이다.

파격적인 조건에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얻은 재포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22억 달러 수익을 기록했고, 2009년부터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신발을 사기 위해 재포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경영대학이나 경제연구소 등에선 재포스의 사례를 심심찮게 다룬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 실적도 좋아진다는 것을 재포스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2007년 한 여성이 재포스에서 어머니의 신발을 구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며칠 후 이 여성에게 재포스로부터 e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 발에 잘 맞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여성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신발을 반품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재포스에선 “택배 직원을 댁으로 보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왔다.


고객과 6시간 통화도 OK


‘무료 반품’이 재포스의 원칙이기는 하지만 택배 신청은 고객이 해야 한다. 그런데 고객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 재포스에서 직접 택배 직원을 보낸 것이다. 다음 날 이 여성에게 아름다운 꽃다발이 배달됐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위로하는 내용의 카드엔 ‘재포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여성은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다”며 블로그 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얼마 전 국내 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 직원의 친절한 통화 사례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동통신사 이름을 못 알아듣고 “목욕탕에 불났다고?”를 반복하는 할머니에게 끝까지 침착하게 응대한 고객센터 직원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낸 이가 많았다. 이 통화에 걸린 시간은 2분45초. 그런데 재포스 고객센터엔 자그마치 6시간 동안 고객과 통화한 직원의 기록이 있다. 그렇게 긴 통화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직원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

성장과 배움을 추구하는 재포스의 사내 도서관(왼쪽)과 직원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재포스 사무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전화 응대가 친절하고 유연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배제하고 기업의 의견을 일관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건 여전하다. 반면 재포스 고객센터엔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하루에 소화해야 할 목표 상담 건수도 없고, 고객 응대 스크립트 같은 것도 없다. 전화를 받는 직원의 개성과 전화를 거는 고객의 문의와 요구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고객 접촉 수단도 전화뿐 아니라 e메일과 실시간 채팅 등 다양한 채널을 열어놓았다.

원칙은 단 하나,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재량껏 할 수 있다. 반품을 원하는 고객에게 꽃과 카드를 보낸 것도 이 같은 원칙과 자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CEO 셰이는 “많은 기업이 콜센터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콜센터가 언젠가 열릴 커다란 기회의 보물창고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화 통화하는 시간만큼은 고객의 관심을 독점함으로써 당장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재포스 웹사이트의 모든 페이지 상단엔 24시간 상담 가능한 고객문의 전화번호가 커다랗게 떠 있다.

그렇다고 재포스 고객센터 직원들이 철저하게 ‘을’의 자세를 취하는 건 아니다. 고객이 판매와 상관없는 질문을 해도 진지하게 답하고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무례하거나 어떻게 해도 만족시킬 수 없는 고객이라고 판단되면 무시해도 좋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신입사원 교육 절반은 고객응대


사람은 받은 만큼 베풀게 마련이다. 직장에서 홀대받는 직원이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기 어렵다. 재포스는 ‘존중받는 직원이 고객을 존중한다’는 생각을 경영 전반에서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재포스 고객센터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고객센터 근무만 계속 열심히 해도 관리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임금체계도 갖추고 있다. 고객서비스가 엄연한 전문직이며 고객센터가 평생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재포스가 2004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본사를 라스베이거스 인근으로 옮긴 것도 순전히 고객센터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많은 샌프란시스코 구직자들에게 고객센터 근무는 잠깐 거치는 아르바이트일 뿐 열정을 쏟아부을 직업으로는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포스는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네바다 주로 본사를 옮겼다. 현재 재포스 고객센터 직원은 400명이 넘는다.

고객센터가 재포스의 핵심 부서인 만큼 재포스의 다른 부서 직원들도 모두 입사와 동시에 고객센터에서 고객 상담을 경험한다. 4주간의 신입사원 교육 기간 중 절반을 고객센터에서 보낸다. 지원한 부서와 상관없이 타이핑 속도나 웹서핑 능력도 측정한다. 모든 직원이 고객 서비스 정신을 체화하고 필요한 기술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재포스의 무료반품 원칙이나 24시간 고객 상담에 반해 아마존이 거금을 들인 건 아니다. 이런 시스템은 사실 어느 기업이나 마음먹으면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마존이 굳이 큰 비용을 치르며 재포스를 인수한 것은 재포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 때문이다. 재포스에서는 기업문화를 매우 중요시한다. “문화를 제대로 가꾸면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표방하는 브랜드 구축이나 그 밖의 모든 과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게 CEO 셰이의 생각이다. 기업이 생존하는 데 문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임을 그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유학 온 대만인 학생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셰이는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IT 기업 오라클이었다. 어렵지 않은 일을 하면서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최고라고 여기고 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돈이 아무리 좋아도 지루한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 시절 룸메이트와 웹사이트 제작 대행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문득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낸다. 웹사이트 간 배너 광고 교환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를 바탕으로 1996년 설립한 ‘링크익스체인지(LinkExchange.com)’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년이 채 안 돼 야후 공동 설립자 제리 양으로부터 2000만 달러에 매각하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여 만인 1998년에 2억6500만 달러를 받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겼다.


기업 사활은 문화에 달렸다


201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셰이는 당시 매각을 결정한 건 돈 때문이 아니라 기업문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기업문화가 완전히 기울고 있었다. 처음 회사를 시작했을 때는 직원이 10명 남짓이었어도 여느 닷컴 회사들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낮없이 즐겁게 일했다. 책상 밑에서 쪽잠을 자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직원이 100명으로 늘어나자, 회사에 꼭 필요한 기술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했음에도 일하는 게 즐겁지 않았다. 아침에 알람시계가 여러 개 울려대도 이불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회사에 대한 흥미나 열정이 사라져버렸다. 창업자인 내가 그 정도이니 직원들은 어땠겠나. 그래서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기업문화에 전혀 신경을 안 썼고 기업문화가 중요한지도 모르던 때”라며 “2000년 재포스에 합류한 뒤에는 링크익스체인지에서 했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와 재포스의 인연은 사실 투자자와 벤처기업 관계로 시작됐다. 그는 링크익스체인지를 매각한 뒤 벤처투자회사를 차려 30여 개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재포스도 그중 하나였다. 5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가 닉과 프레드 등 재포스 사람들의 열정에 매료돼 더 많은 재산을 쏟아 붓고 직접 경영에까지 나섰다.

2000년 당시 신발만 판매하던 재포스 매출은 160만 달러였다.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릴 때도 셰이는 모든 고민을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사기를 북돋웠다. 재포스가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 자금난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이었다. 창업 초기 투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모든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포스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멈추고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유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가격을 깎아주지는 못해도 배송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만족도를 높였다.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상품이 이틀 만에 도착하자 고객들은 감동해서 “친구들에게 재포스를 추천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니 고객 스스로 재포스 홍보대사로 나선 것이다. 자금난 속에서도 공항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를 갖춰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배송 기간을 단축하니 광고를 하지 않아도 매출이 급증했다. 2001년 860만 달러에서 2002년 3200만 달러로 급증하고, 2003년에도 그 두 배가 넘는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래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매출이 상승세를 타자 셰이는 직원들에게 재포스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는지 물었다. 대부분 “신발에서 옷이나 액세서리로 품목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말했다. 셰이는 “단순히 옷이나 신발을 파는 회사는 지루하지 않으냐”며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어때요?” 하고 되물었다. 직원들은 단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전을 추구하려는 회사의 방향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재포스는 ‘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해 2010년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고객센터 직원 확보를 위해 본사를 네바다 주로 이전하고, 기업의 핵심가치를 만드는 작업에 가장 큰 무게가 실렸다. 셰이는 1년 동안 전 직원을 상대로 재포스가 무엇에 가치를 둬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수없이 많은 의견교환과 토론 끝에 ‘서비스를 통해 인상적인(wow) 경험을 선사한다’등 10가지 핵심가치를 결정했다.

사실 핵심가치를 만든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중요한 건 재포스가 핵심가치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고, 모든 결정에서 핵심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핵심가치가 추려지자 재포스 인사팀은 핵심가치 하나하나에 부합하는 인터뷰 질문 항목을 개발했다. 핵심가치를 근거로 직원 채용 및 해고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퇴사 권유와 파이프라인


재포스는 직원 채용 때 두 종류의 인터뷰를 한다. 하나는 인력이 필요한 부서의 관리자가 기술적인 능력이나 관련 경험 등 그 팀에 필요한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사팀에서 하는데 순전히 재포스 문화에 적합한 인물인지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각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문항을 활용한다.

재포스에서는 두 번의 인터뷰 중 첫 번째 인터뷰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아도 두 번째 기업문화 관련 인터뷰에서 부적격자로 판단되면 채용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전략이나 이윤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문화를 보호하고 핵심가치를 고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혜택을 가져온다”는 게 재포스의 굳은 신념이다.

재포스의 채용 과정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또 한 가지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퇴사 권유(Offer)’ 제도다. 신입사원 교육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퇴사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 달치 월급에 추가로 3000달러를 지급한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등에서 주목한 이 제도에 대해 셰이는 “그저 돈 때문에 취직하려는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기업문화와 맞지 않는 사람을 잘못 뽑아 향후 브랜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은 사전조치라는 것이다.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뿐 아니라 관리자급을 채용할 때도 들어올 수 있다. 이 경우 자칫 신입사원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재포스는 자체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되도록 관리자급 이상의 경력자를 외부에서 수혈하지 않는다.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5년차 이상 직원들의 리더십 향상을 목적으로 교양과목과 전문과목들로 구성됐다. 5∼7년에 걸쳐 충분한 교육기회와 함께 멘토링을 제공한다.

파이프라인은 재포스 문화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 ‘성장과 배움 추구’라는 핵심가치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재포스 문화의 뼈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재포스가 직원들에게 많은 결정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직원 채용 및 육성 시스템과 함께 핵심가치에 기반을 둔 기업문화를 꽃피우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또 한 가지 요소는 행복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CEO의 자세다. 독서광인 셰이는 수많은 책을 통해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들을 연구한다. 직원들에게 핵심가치 실천을 종용하기보다 직원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변화를 모색하도록 부추긴다.

그중 가장 탁월한 방법은 ‘질문’이다. 셰이는 직원들에게 수시로 e메일을 보내지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내용은 없다. 그가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게 있다면 단 하나, “스스로 질문해보세요”다. 그러고는 가능한 질문 몇 개를 샘플로 제공하는 정도가 전부다.


예를 들어 재포스의 핵심가치 중 ‘재미와 약간의 희한함 추구’는 “지루한 회사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사고로 혁신을 도모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셰이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핵심가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는 이런 식으로 마무리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약간 희한해지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재미있으면서 조금은 희한한 일이 뭐가 있을까? 동료들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자기 내면을 향해 질문한 다음에 어떤 일을 시작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심리학 실험 결과도 있다. 셰이는 핵심가치 실천에 대한 직원들의 자기주도권을 인정할 때 직원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많은 기업가가 기업문화를 제대로 만들고 그것을 잘 키워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셰이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기업문화를 만들고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과 문화를 식물이 자라는 것에 비유하자면 내가 되고 싶은 건 가장 키 큰 식물이 아니다. 직원과 문화가 쑥쑥 자랄 수 있는 온실을 만드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라스베이거스 재건 프로젝트


셰이의 건축가 같은 면모도 흥미롭다. 기업문화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동료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직원들이 서로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출입구 개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작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도록 배치했다.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하려면 동료 얼굴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혀야 하고, 점심도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먹어야 한다. 또한 관리자급 이상에겐 근무 시간의 10∼20%를 회사 밖에서 직원들과 어울리는 데 쓰도록 권장한다. 직원들이 동료애를 넘어선 가족애로 똘똘 뭉칠 때 재포스의 독특한 문화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재포스는 올가을 본사를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있는 옛 시청사로 옮긴다. 셰이가 새롭게 집중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재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의 일환이다. 많은 데이터를 통해 ‘기업이 성장할수록 생산성과 혁신 성과는 감퇴하는 반면, 도시가 번영하면 생산성과 혁신 성과도 함께 향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셰이는 돈과 시간, 열정을 라스베이거스 재건에 쏟아 붓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재건 프로젝트는 총 3억5000만 달러 규모다. 그중 2억 달러는 라스베이거스 부동산에 투자하고, 1억5000만 달러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데 쓸 계획이다. 지역 중소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라스베이거스 이전을 조건으로)에 각각 5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나머지 5000만 달러는 각종 강연과 교육 관련 행사를 진행할 공연장 건립 등 교육부문에 투자할 예정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재포스와 라스베이거스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재포스 본사가 들어설 옛 시청 인근에 요즘 들어 부쩍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회사 이전을 고려하는 사업가는 물론 유명인사 초청 강연과 이색 공연을 보러 온 가족 단위 여행객도 많다. 셰이는 “도시 번영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교육이지만, 학습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대학을 유치하지 않고도 도시가 성장할 수 있다”며 “각기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이가 재포스에 몸을 실었을 때는 이미 평생 일하지 않고도 살 만큼의 돈을 거머쥔 뒤였다. 그가 이름 없는 작은 쇼핑몰 사업에 참여해 직원들을 친구나 가족처럼 대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길 부추기고, 그렇게 해서 생긴 에너지가 고객에게까지 전달되도록 한 건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면 훨씬 쉽고 빠른 방법들을 택했을 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고객 행복의 필요조건은 직원 행복이며, 직원 행복의 지름길은 리더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란 ‘행복경영’의 공식이 확인된다. 다만 행복의 정의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사리사욕보다 세상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한 사람이 완전하게 잘사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잘사는 것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학과 교수 출신의 리더십 연구자 워런 베니스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Firms of Endearment)’ 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베니스는 또 “머지 않은 미래에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조직의 최고 덕목은 고객에 대한 열정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두 가지 사회 변화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인터넷으로 인해 리더나 조직의 도덕적 결함을 감추기 어려워지고, 40대 이상 인구가 성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정신적 성숙을 요구한다는 것.

셰이는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이 행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한다고 했다. “나 하나쯤이야”와 정반대의 생각이다. 그가 재포스와 라스베이거스에 퍼뜨린 해피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더 멀리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13/06/19/201306190500015/201306190500015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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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에릭 리스 저 | 이창수, 송우일 역 | 인사이트 | 2012.11.12

쉽게 말해 누가 나의 고객이 될지, 내가 시도하는 이 방법이 먹힐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공하기 위한 새로운 과학적 접근의 방법론이다.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도요타의 '린(Lean·슬림) 제조방식' 아이디어를 스타트업의 관리에 접목한 것이다.

전통적 경영에서는 엄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해 내놓지만,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조직에서는 자원이 제한적이어서 불가능하다.

린스타트업은 기존 방식과 달리 신속한 피드백을 통한 제품 개발, 빠른 실험, 그 결과에 따른 실천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의미한 지표에 의지하지 않고 실제 성과를 측정해 고객이 원하는 바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Lean Startup Cycle


인용

P41

노력 중 어떤 부분이 가치를 창출하는 부분이고, 어떤 부분이 낭비일까? 이 질문이 린 제조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P43

학습은 스타트업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활동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이것을 '유효한 학습'이라고 부른다.

P44

고객 본인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휘둘려서도 안 된고, 고객이 이런 것을 원해야 한다고 우리가 강요해서도 안 된다.

P50

"이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요 질문이 되어서는 안된다. …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이 제품이 과연 만들 가치가 있는가?", "이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을까?" 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면 사업 계획서를 체계적으로 쪼개 하나씩 실제로 실험해 보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P59

네 가지 질문

1.고객이 여러분이 풀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나?
2.해법이 있다면 고객이 살까?
3.고객이 그것을 우리 회사에서 살까?
4.우리가 그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까?

P72

만들기-측정-학습 피드백 순환은 린 스타트업 모형의 핵심이다.


P107

추구하는 배움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기능, 과정, 노력은 제거하라.

P144

A로 시작하는 3개 지표, 행동하기 얼마나 좋은가 actionable, 접근할 수 있는가 accessible, 현실을 반영하는가 auditable의 중요함에 대해 말해준다.

P145

사람들은 보통 명확하고 객관적인 측정 지표가 있을 때 훨씬 더 잘 배운다.

P150

여러 의사 결정 중 가장 어렵고,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스타트업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는 바로 그 한 가지 의사 결정이 있다. 그것은 언제 방향을 바꾸고, 언제까지 지금 하는 방향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P175

방향 전환은 제품, 사업 모델, 성장 엔진에 대해 근본적인 새 가설을 테스트하려고 디자인된 특별한 변화다.

P186

린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질문은 어떤 행위가 가치를 창조해 내고, 어떤 행위가 낭비를 만들어 내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P187

 지속 가능한 성장은 세 가지 성장 엔진 중 하나에 의해 일어난다. 유료 고객에 의한 성장 paid, 전파에 의한 성장 viral, 재방문에 의한 성장 sticky

P193

도요타는 작은 일괄 작업 크기로 공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반대로 린 스타트업의 목적은 제품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린 스타트업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드는 방법을 최대한 빨리 배우는 것이다.

P198

여기서 본질적인 교훈은 모든 사람이 일괄 작업 크기를 줄여 하루에 50번씩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들이 하는 것보다 더 빨리 만들기-측정-학습 주기의 피드백 순환을 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더 빨리 학습하는 능력은 스타트업이 반드시 지녀야 하는 핵심적인 역량이다.

P214

지속 가능한 성장은 단순한 규칙 한 가지로 특징 짓는다.

새 고객은 옛 고객의 행동에서 나온다.
1. 입소문
2. 제품 사용의 부수 효과 : .. 누군가가 최신 의상을 입고 있거나 어떤 차를 모든 것을 본다면 그 제품을 사는 데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
3. 비용이 들어가는 광고 : 
4. 반복 구입이나 비용 : 자발적인 재구입(식료품이나 백열전구)으로 반복해 구입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P229

스타트업 성장 엔진은 작동시키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 모든 성장 엔진은 결국 연료가 떨어진다.

P237

문제에 직면할 때 멈춰서 다섯 번 '왜'라고 물어보았는가? 쉽게 들릴지 몰라도 하려면 어렵다. 예들 들어 기계의 기능이 중지됐다.

1.왜 기계가 멈췄나? - 과부하가 걸려 퓨즈가 나갔다.
2.왜 과부하가 걸렸나? - 베어링에 윤활유가 충분히 발라지지 않았다.
3.왜 윤활유가 충분히 발라지지 않았나? - 윤활 펌프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4.왜 펌프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나? - 펌프 축이 닳아서 덜거덕 걸렸다.
5.왜 축이 닳았나? - 여과기가 부착되어 있지 않아서 금속 부스러기가 들어갔다.

P243

1.첫 실수에는 전부 관대하라.
2.같은 실수를 두 번 하게 하지 말라

출처: http://lark.tistory.com/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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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를 뒤흔든 IT 창업 가이드
애시 모리아 지음, 위선주 옮김

Running Lean
iterate from plan A to a plan that works
Maurya, Ash


지난 번에 소개한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이 개론서 혹은 입문서라면 이 책은 직접 실행해보기 위한 자습서 같다. 실제로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도구들이 제시되고, 저자 자신의 사업을 대입하여 예제들을 채워주고 있다. 

이 책은 에릭 리스가 편집자를 맡아 발간하는 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서, 저자인 애시 모리아는 통신 회사의 개발자였다가, 회사를 창업하여 매각하고, 린 방법론을 알게되어 스스로 이러한 린 방식으로 블로그를 통해 책 내용을 구성하고 e-Book 형태로 10,000카피 이상 판매한 후에, 출판사와 함께 종이책을 판매하였다. 이 책은 책을 만드는 과정과 저자의 두 번째 스타트업 형성 과정을 배경으로 더욱 이해하기 쉬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책에서 제시하는 메타 원칙은,

1. 최초의 사업 계획, 즉 플랜 A를 문서화하라
2. 사업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을 식별하라
3. 사업 계획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라

이다. (p33) 이러한 메타 원칙을 바탕으로 책 전반에서 각 부분을 세세하게 설명하게 된다.


1. 린 캔버스(Lean Canvas)
린 캔버스는 문제+고객, 고유의 가치 및 수익/비용 등을 한 장의 종이에 그려 늘 가지고 다니면서 고민하도록 만든 표이다. 첫 번째 메타 원칙인 플랜 A의 문서화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린 캔버스 그림 (p60)



2. 위험 식별
사실 린 캔버스는  여러 장이 그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p2p를 이용한 사진 공유를 대상 고객별로 4개의 사업모델을 만들어 표시했는데, 실제로 스타트업을 생각하고 만들어본 결과 늘 이렇게 가능한 고객 후보가 여러 가지 나오는 것 같았다. 

다양한 목표 고객(을 중심으로 한 사업 모델) 가운데, 가장 먼저 시험해 볼 모델을 고르는 (우선 순위를 정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데, 사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팀도 그랬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조언은, 조력자들과 이야기해 보라는 정도에 그쳐서 실망스러웠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사실 퍼소나를 만든 다음에도, 언제나 사람들이 묻는 첫 번째 질문은 어떻게 Primary를 선택하느냐?라는 것인데, 실제 퍼소나는 프로젝트 내에서 진행해보면 꽤 자연스럽게 Primary가 정해지는 반면, 이 부분은 여전히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잘 몰라서 그런건지도...)


3. 체계적 테스트
계획의 테스트 부분에서는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 개발자 출신의 저자라고 하지만, UX나 User-Centered Design방법론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는 듯 했다. 예를 들면 설문조사나 포커스 그룹을 하지말라든지, 인터뷰 하는 방법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거의 일치한다. 몇몇 다른 부분들도 흥미로왔다. 아울러 인터뷰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혹은 (간혹) 설문 조사를 해야할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거의 일반적인 UCD의 내용과 일치한다.

문제점을 찾는 인터뷰에서 핵심적으로 알아 내야 할 것은 세 가지이다.
- 제품 위험: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문제는? (문제) 
- 시장 위험: 경쟁 제품은 무엇인가? 고객은 현재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대안)
- 고객 위험: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사업성 있는 고객인가? (고객)

책에서는 이후에, 솔루션 인터뷰, MVP 구성, 고객 생애 주기 관리 등을 설명하고 있으나, 온통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 뒷 부부은 약간 건성으로 읽히게 되는 듯 하다.

책을 보기 전에 먼저 저자의 슬라이드를 보는 것도 괜찮다. 


린 스타트업을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책. 아니, 꼭 따라해 보아야 하는 워크북.

[참고]
[독서광] Running Lean: 린 스타트업


출처: http://story.pxd.co.kr/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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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11 | 스케치 & 아카이브


벤처스퀘어는 2013 실전창업리그의 운영기관으로서 ‘스타트업 챌린지’ 창업캠프에서 진행하였던 ‘서바이벌 캔버스’ 교육프로그램을 스타트업 모두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No! 스타트업을 위한 ‘서바이벌 캔버스’

SONY DSC

나우프로필 이동형 대표

오늘 내가 할 이야기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이다. 창업을 하면 보통 회사가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상승 그래프를 그릴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개 하락했다가 상승하는 선을 그린다. 하락해 있는 위치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걸 우리는 ‘서바이벌’이라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회사가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채우기란 쉽지 않다. 채울 수 없는데 억지로 채우려고 하니까 상상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캔버스를 완성한다고 해서 사업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어느 칸부터 채우느냐’, 나는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것이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싸이월드를 창업할 때 7년동안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에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친구들과 같이 창업을 했다. 그때는 무엇이든지 상상만 하면 만들 수 있노라며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리고선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의 ‘자원’ 칸을 먼저 채웠다. 25억을 투자받고 나니 성공모델, 인재, 투자금 이 3가지 핵심역량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이 3가지가 우리가 갖고 있는 핵심역량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클럽, 채팅, 사람찾기 기능 등을 한 데 모아 서비스하려고 했다. 그리고 다 만들었다. 과연 잘 되었을 것 같나?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등 셀 수도 없는 서비스가 이미 우리보다 앞서 서비스하고 있었다. 그렇게 3년을 업계 12등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었다. 화가 났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스타트업이 기본적으로 맞닥뜨리는 상황이다.

‘서비스는 완벽한데..고객 반응은 없고..서비스를 홍보할 돈이 필요한데 투자자는 실적을 보여달라 하고..경쟁 차별화는 쉽지 않네’

그러면 ‘뭔가 차별화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지친다. 통장 잔고가 0원이 된다. 그러자 이제 ‘회사가 망하면 내가 끝장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7번의 서비스 개편 끝에 싸이월드가 ‘미니홈피’라는 서비스를 내놓게 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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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가까운 고객 문제 찾기 – 사업 초반에 당면하는 문제점에 대해

“고객”

사업은 핵심역량에서 출발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7번째 서비스 개편 프로젝트 팀은 그래서 옆 건물의 가정집 3층으로 이사했다.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실제로 ‘사이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싸이월드의 비전이 ‘사이좋은 세상’이다). 팀을 나누어 일주일동안 홍대, 명동, 강남역, 신촌, 대학로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고 메모하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관찰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는 교수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에 한 번 해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찍은 사진을 다 모아놓고 보니 깜짝 놀랐다. 사진의 대부분이 여자였던 것이다. 우리 회사의 팀원이 전부 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분명히 직원 성비율이 반반 정도였다. 사진을 보고서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일해야 할지가 딱 정해졌다. 20대 여성. 이들을 잡으면 ‘사이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지니까 냉정해지더라. 직원 27명이 몇 백만 명의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서비스 할 수는 없다. 타겟을 줄이고 줄이다보니 ‘교회’가 나왔다. 왜냐하면 직원 대부분이 분당에 살았고 교회를 다녔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고 고객을 만나는 비용이 적어서 ‘교회를 다니고 분당에 사는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다. 타겟이 정해진 후 그 타겟층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교회 홈페이지도 만들어주는 등의 노력을 하였다.

그러자 어느 날 고객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요청을 받게 된다. 그 당시에 개발자들은 “네띠앙 같이 무료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곳이 있는데도 자기 홈페이지를 못 만드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남자’가 이야기한 것이기에.

‘미니홈피’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기존의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한 후 미니홈피는 그 문제들을 참고하여 첫째, 가입만 하면 홈페이지가 자동으로 생성되게 하였으며 둘째, 이메일로 친구를 초대할 수 있게 하였다. 셋째, 친구 홈페이지 주소를 외워서 들어올 필요없이 일촌으로 묶었다. 마지막으로 무제한으로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게 하였다.

 

고객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을 구해야 할 대상이다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한 뒤에는 사업이 쉬웠다. 회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니홈피를 만들 때까지 3년 반이 걸렸다. 20여 억 원이 전부 ‘학습비용’이었던 셈이었다.

물 밑에 있을 때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고객이 있어야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물 밖으로 나오면 투자자들이 몰린다.

그래서 명심해야 한다. 고객에 대해 깨닫고 사업을 시작한 후에 서비스가 달라졌다. 노하우가 생겼다. 경험이 자산이 되면서 새로운 파트너도 생겼다. 다시 말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다 채울 필요가 없다. 어느 칸에서 시작하는 지가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숨길 생각부터 한다. 황금을 찾은 듯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마침내 서비스를 만든 후 고객을 찾아간다. 그런데 고객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그러면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내 서비스가 기존의 서비스보다 낫다는 걸 설득하려고 한다. 그 다음에 투자자를 찾아간다.”

허나 이러한 사업 프로세스는 물 밖에 있는 회사들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물 밖에 나온 회사는 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고객한테 물어보지 않는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물 밑에 있는 스타트업이 이런 프로세스를 밟는다면 다 망한다. 고객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누가 도움을 받고 누가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스타트업보다 고객이 더 잘 안다고 가정하라. 고객과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 고객은 고객이기 이전에 나와 같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만족한다면 내 서비스의 스토리도 만들어주고 다른 고객들도 데리고 올 것이다. 우리가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니다. 문제를 갖고 있는 고객이 우리 회사의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하면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사업가는 고객의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주는 사람이다. 내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고객이 써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내가 예전에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적에 상사로부터 따끔한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너도 모르는 기술을 갖고 서비스하려고 하지 마라”. 서비스한다는 것은 내가 진짜 잘하는 것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고객의 문제를 찾아내기가 힘들어진 시대

우리는 고객의 문제를 찾아내기가 힘들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화 시대 때에 삼성, 현대, LG는 문제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미국에 있는 해결책을 빨리 국내에 도입하기만 하면 되었다. 인터넷이 도입되기 시작했던 때까지만 해도 고객의 문제가 눈에 뻔히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안 보인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고객의 문제를 찾는 게 훨씬 어려운 시장이다. 이전의 회사들이 고객의 문제를 많이 해결해서 문제점이 줄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못 보고 있는 문제를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주변 사람이 느끼는 작은 문제에서 시작해야 한다. 고객에게 가까이 가야 한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돈을 세이브(save)하는 것이다. 비용은 서비스를 만들 때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전달해줄 때 발생한다. 이 때 고객이 가까이 있다면 그 비용이 줄어든다. 그래서 가까운 고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대개 자기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다가 사업이 점점 커진 사례이다.

그래서 마침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이 알고서 문제가 생긴 타겟 고객이 나를 찾아오는 그 순간, 그 때가 바로 ‘서바이벌’ 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이야기할 것이 ‘서바이벌 캔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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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낯선 해결책 찾기 – 위 문제점들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때 ‘이게 최선이다, 이게 베스트이다’라고 생각한다 해도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업을 진행한다면 내 해결책이 최상의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기존의 해결책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기존 해결책을 이해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로드맵을 그릴 줄 아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게 아니라 로드맵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SONY의 ‘마이마이’ 제품은 이동 중에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뮤직플레이어의 시초였다. 이동성을 보장하는 것. 이것이 오디오를 작게 만들게 된 핵심 이유였다. 그 후로 카세트테입 플레이어의 음질과 저장공간 문제를 해결한 CD플레이어가 나왔고, 그 다음에 MP3 플레이어가 나왔다.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MP3 플레이어의 단점을 아이팟이 해결하였다. 직접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해결책을 찾을 때 필요한 것은 리스트업(list up)이 아니다. 기존의 해결책을 뜯어보아야 한다. 그러면 히스토리(history)를 알 수 있다. 그래야 문제점이 보인다. 기존 서비스 전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특정 부분만 문제이고, 바로 그 특정 부분을 해결하는 게 진화이다. 그래서 뜯어보아야 한다.

애플이 아이팟에 ‘휠 버튼’을 만들었다. 휠 버튼을 처음 보았나?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나 우리는 이미 휠 버튼을 컴퓨터 마우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왜 아이팟에 장착되게 되었나? 내가 상상했을 때, 스티브잡스는 아이팟을 하나의 컴퓨터로 본 것이다. 자신이 오랫동안 있었던 분야에서 사업의 포인트를 찾아낸 것이다. 아이팟이 일종의 하드디스크인 셈이다. 난 MP3 플레이어가 아이팟으로 진화한 것과 전화기가 아이폰으로 진화한 것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본다. 아이팟이 실패했다면 지금의 아이폰도 못했을 것이다.

 

해결책 찾기는 ‘퍼즐 맞추기’와 같다

내가 3년동안 ‘물 밑에서 헤매고 있던’ 싸이월드 사업 이야기로 돌아가서, 네띠앙이 잘 나갈 때 네띠앙을 대체하고자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뻔한(똑같은) 서비스인데 단지 ‘내가 만든 서비스’라고 해서 뛰어나다고 생각했었다.

스타트업이 왜 힘든 일인가? 내가 언제 물 밖으로 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언제 ‘그 날’이 올지를 모르니까 힘든 것이다. 마치 군대에 있는데 제대할 날짜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상황과도 같다.

그래서 난 지금 여러분들에게 힘들지 않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퍼즐 맞추기’이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로드맵을 서로 공유하면서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를 보면서 퍼즐을 맞추어야 한다. 나는 해결책을 퍼즐 맞추듯이 찾는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서 못 견딘다.

다시 말해 해결책을 찾을 때 아이디어에 집중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라. 네띠앙을 다 뜯어서 해체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뜯어보니까 이 4가지가 문제였다. 홈페이지 만들기, 홈페이지 주소 찾기, 친구 초대, 한정된 사진 업로드 용량. 그래서 싸이월드는 이러한 네띠앙 일부의 문제점을 해결한 서비스이다. 마치 아이팟이 아이리버와 똑같은 뮤직플레이어인데 하드디스크와 휠 버튼만 바뀐 것처럼.

미니홈피가 탄생한 후에도 타겟고객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알게 된 점을 바탕으로 일촌평 쓰기 기능과 선물가게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선물가게가 만들어지자 화폐의 필요성을 느꼈고 ‘도토리’가 탄생을 한다.

물 밑에 오래 있는 게 결코 헛된 일이 아니다. 열심히 하면 설령 헛된 일이라 하더라도 퍼즐 조각을 획득하게 된다. 젊었을 때 중요한 건 이 퍼즐 조각을 가능한 한 많이 모으는 것이다. 남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나도 모르게 조각을 갖게 되고, 그러면 언젠가 나한테 맞는 그림이 생겼을 때 내가 갖고 있는 조각을 다 붙여넣을 수 있게 된다.

추가적으로 하나 더 당부하자면, 해결책을 찾을 때 내가 다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남과 협력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컨셉을 만들되 그 안에 들어가는 스킨은 보다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해결하였다. 회사 직원들이 배워서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였다. 배경음악도 음악 서버를 갖고 있는 다른 회사와 협력하였다. 내가 갖고 있는 퍼즐을 다 붙여넣고도 모자라는 건 다른 곳에서 제일 좋은 퍼즐 조각을 구해서 붙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다 만들기에는 스타트업으로서 리소스가 부족하다.

 

진화의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난 인터넷의 발전사가 인류의 발전사와 비슷하다는 점을 느꼈다.

  1. 아주 먼 옛날 점성술사는 하늘의 뜻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말을 잘 들으라고 한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접속하는 방법을 아는 개발자만이 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내가 보여주면 보이는 것이었고, 내가 안 보여주면 끝.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2.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시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야후가 나타났다. ‘점성술사’가 꼴 보기 싫어서 ‘포털’이라는 성을 만든 다음에 그 안에 정보들을 정리하여 디렉터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야후 = 인터넷’이 되었다.)
  3. 왕이 있던 시대 다음에는 법치주의가 등장한다. 왕의 독재를 싫어한 사람들이 법대로 하자고 반발하였다.(야후에게 돈을 낸 사람들을 검색 상위에 노출하고, 돈을 내지 않은 사람은 아이예 검색에 안 나타났다. 그러자 구글이 SEO 법칙에 의거하여 좋은 콘텐츠가 이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들었다. 야후가 사라졌다.)
  4. 법의 시대가 가고 투표의 시대가 왔다. 사람들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글도 법을 악용하기 시작하면서 악해졌다. 주는 정보를 보고만 있던 사람들이 나도 내 이야기를 하겠노라며 SNS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구글의 경쟁자는 이제 페이스북이다. ‘구글링’을 하기 전에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업로드한 정보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업에 진입하는 데에는 학습 비용이 들고, 그 학습이 끝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학습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결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맥락과 흐름이 있다. 학습 과정 없이 이미 진화한 시대를 되풀이하고 따라하면 망한다. 이전의 서비스들은 다 대체될 위험에 처해있다. ‘시간의 문제’인 것이다. 타겟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히스토리가 있다는 걸 공부하고 진입하라.

 

해결책은 뻔하지도, 과하지도 않아야 한다

내 서비스는 통합적이고 종합적이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페이스북의 핵심은 뉴스피드이다. 트위터의 핵심은 팔로우이다. 싸이월드의 핵심은 일촌이다. 그 이외에는 다 비슷하거나 똑같다.

낯선 게 이긴다. 돌연변이는 오래 못 살지만, 낯선 게 오래 살 수 있다면 ‘성공한 돌연변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해결책이 나올 때마다 나는 그것이 뻔한 것인지를 묻는다. 뻔한 이야기는 고객이 다 알아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는 항상 뻔한 결정에 저절로 몸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답을 내놓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창업가가 뻔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다음으로 실수하는 것은 과한 것이다. 어느 부분이 부족하다 싶으면 채우고, 부족하면 채우고.. 빼곡히 채워넣는다. 그러나 그건 과한 것이다. 내가 정작 무엇을 결정할지 모른다는 것이다.스타트업은 뻔하지 않아야 하지만 과하지도 않아야 한다.

인터넷 서비스를 하면서 제일 낯설고 과하지도 않은 기업의 예를 들라고 한다면 난 구글을 꼽고 싶다. 포털 서비스가 득세할 때 구글 검색이 나왔는데, 빈 공간 없이 빼곡한 정보의 포털 첫 화면과 달리 텅 빈 공간에 검색창만 나와있던 구글은 내게 낯설고도 과하지 않은 기업이었다.

summary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


출처: http://www.venturesquare.net/519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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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스타트업 지속적 혁신을 실현하는 창업의 과학
에릭 리스 지음 / 이창수,송우일 옮김

The Lean Startup
: How Today's Entrepreneurs Use Continuous Innovation to Create Radically Successful Businesses
By Eric Ries



오랫동안 국내 대기업과 같이 혁신 프로젝트를 해 오면서 얻게되는 직관적인 느낌은, "아 적어도 국내 대기업에서 혁신이란 불가능하구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국내"의 문제인지, "대"의 문제인지, "기업"의 문제인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해외의 대기업들, 즉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들을 봐도, 딱히 대기업이 혁신적인 것을 잘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해외의 대기업들은 작은 혁신 기업을 잘 사고 잘 활용하는 면에서 국내 대기업과 다른 것 같기는 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어 보였는데,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을 때의 애플, 하지만 그는 외계에서 온 사람이니까. 이것은 완전한 오해였다. 혁신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국내라서도 아니고, 대기업이라서도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혁신은 확률이 낮은 게임이다. 설득하기도 쉽지 않지만, 어찌어찌 설득해서 실행한다고 해도 성공할 확률이 너무 낮다. 마치 진화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도 낮지만, 나타나도 진화에 도움이 될 확률은 더 낮은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작게, 더 자주 시도+실패해야 성공적인 것을 찾을 수 있는데, 대기업 프로젝트의 속성상, 아주 큰 덩어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큰 덩어리가 만들어지더라도, 초반부에 작은 잽들로 탐색했더라면 실패는 덜 할텐데, 대개의 경우 큰 목표가 이미 정해져 버리기 때문에 실패한다. 예를 들어 "무엇 무엇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담당자나 담당 임원의 머릿속에 완성되어 피엑스디에 주어지는 프로젝트는 실패하기가 쉽다. 성공적인 경우는 대개 "사람들이 이런 걸 쓸까요?"라고 피엑스디에 물어보는 프로젝트였다. 

다시 말하면, 엄밀히 말해서 Waterfall 이냐, Lean 이냐 하는 방법의 차이라기 보다는 태도의 차이가 더 중요하게 판가름 짓는다. 하지만, 인간은 방법에 몰입되면 태도가 바뀐다. 그래서 방법이 중요하다.


창업가 정신은 관리
이 책은 Lean Startup에 관해 맨 처음 '창업가 정신'에 대한 고정 관념부터 깨라고 한다.
창업가 정신은 일종의 관리다. 독자들이 잘못 읽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창업가 정신'과 '관리'라는 이 두 낱말이 때때로 아주 깊게 관련되어 있는 순간을 경험했다. 최근에 사람들은 창업가 정신은 멋지고 창의적이며 흥미진진한 것인데 반해, 관리는 지루하고 쓸데없이 진지해서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이다. from 린스타트업 p XII
이 글을 읽고 무릎을 친 것이, 그동안 막연히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눈에 보이는 느낌이었다. 대기업에서 혁신이 잘 안되는 건 큰 덩어리로 던져지기만하지, 작은 디테일의 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리'란 쪼잔하게 사람들을 옭아메는 것이 관리가 아니고,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가꾸는 정원 손질(gardening)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린 제조(Lean Manufacturing)는 원래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서 개발한 프로세스로 제조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사고 방식이라고 저자는 주장하며, 저자 자신이 이 린 제조에 몇 가지를 조합/변형해 프레임워크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린스타트업이다. 혁신을 만들고 관리하는 프로세스에 린 사고(Lean Thinking)를 접목한 것이다. (p XV 참고)

스타트업 (혹은 대기업의 신규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1. 철저한 시장 조사, 정교한 전략과 기획에 현혹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신규 사업)은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운영되기 마련이다. 2.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일단 해 보자 방식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린 스타트업은 정교한 계획은 하지 않으면서 정밀한 측정 목표를 설정하고 빠르고 작게 만들고, 배우고, 만들고 배우고를 반복하면서 꾸준한 관리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pXVIII 참고)

그런데 대개 기존 경영 기법이 창업 과정에 잘 맞지 않을 때 선택하는 2번 방법은, 프로세스와 원칙을 외면하고 일단 해보자 방식으로 하는 것인데, 성공하기보다 조직을 더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자기가 세운 첫 번째 회사가 딱 이 형태로 망했다고 한다. (p 3 참고)


스타트업이란?
중요한 점은, 이 책에서 말하는 스타트업이 꼭 창업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타트업 정의: 스타트업이란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려고 나온 조직이다. ..... 회사 규모, 사업 분야, 산업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정부조직이든, 대기업 신규 사업이든, 비영리 조직이든, 벤처 기업이든 모두 스타트업이다. p 17

어떤 새로운 신규 사업에 뛰어 들게 되었다면, 바로 만들기 전에 네 가지 질문에 먼저 대답하라고 강조한다. 
1. 고객이 여러분이 풀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나? 
2. 해법이 있다면 고객이 살까?
3. 고객이 그것을 우리 회사에서 살까? 
4. 우리가 그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까? 
제품 개발의 일반적인 경향은 고객에게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전에 네 번째 질문으로 바로 건너뛰어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다. (p59 참고)


Lean Startup이란?
Lean Startup / Lean UX는 Michael Shilman님이 2011년에 피엑스디 토크에 와서 알려주었고, 그 이후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실리콘 밸리의 주류 방법론이 되었다고 한다. Lean UX도 그 바람을 타고 있는 듯 하다.

린스타트업의 기본 개념은, 거창한 계획에 따라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가지고 최소한으로 만들어 빨리 소비자의 반응을 측정하고, 거기에서 배워 재빨리 다음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위키페디아에서 찾아보기)

이를 위한 기본 준비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애자일한 개발 환경 + 지속적인 배포 + 작은 배치 순환 주기
-제품 개발보다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 먼저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기본 순환은 다음과 같다.
(아이디어)->만들기->(제품)->측정->(데이터)->학습->(아이디어) 순환을 통해 전체 시간을 최소화한다.
출처: 린 스타트업 p.71

MVP (Minimum Viable Product)
첫 단계는 최소 요건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되도록 빨리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MVP가 제품의 핵심을 갖고 있어야한다고 오해하는데, MVP는 최소 노력과 개발 기간으로 만들기-측정-학습 순환을 완전히 돌 수 있게 하는 제품 버전이다. MVP에는 기능이 대부분 빠져 있다. 나중에 필수라고 평가받을 기능까지 말이다. 중요한 건 1. 영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2. 그 평가는 고객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real customer feedback 이 없으면 무효! 그러나 진화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직관은 그 최초 단계 조차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minimum "Viable"에 주목하자. (p73 참고)

전혀 날 수 없는 아기 새들이 비탈을 오르는 것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해보면, 1/10 날개, 1/4 날개, 1/2, 3/4 날개등 완전한 형태를 갖추기 전의, 즉 진화 과정에서 중간 단계의 날 수 없는 날개도 모두 강한 이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타트업이나 신규 사업도 그렇다. 완성된 모습에서만 생존 능력이 있고, 초기 단계에서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모델이라면 즉시 포기하는 것이 옳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제2부 깃털 이야기)

가치 가설과 성장 가설이 중요하다. 가치 가설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가치 창조적인지(아이튠즈) 가치 파괴적인지(냅스터)가 중요하다. 성장 가설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가치 파괴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p81


Lean UX
사실 새로운 부류의 디자이너들은 린 사용자 경험(Lean UX)이라는 개념아래 완전히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고객 원형(customer archetype)이 가설이지, 사실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 (p86 참고) 따라서 리서치를 통해 만든 고객 모형(persona라고 생각해보자)을 반드시 MVP를 가지고 검증해 보아야 한다. 만약 당장 검증해 볼 MVP 조차 없다면? 그래도 가능하다.

초기에는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푸는 것을 거절하고, 오즈의 마법사 테스트로 문제를 푸는 척 했다. 오즈의 마법사 테스트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실제 제품과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 뒤에서는 사람이 이 일을 한다. 이를 이 책에서는 컨시어지 MVP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엄청나게 비능률적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거액의 시스템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알 수 있게 한다. (p103 참고)

즉 여기서 향후 사용자 경험 설계(UX)의 핵심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제품 개발보다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을 먼저하라"는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품질이 낮은' MVP에서 문제는 나름 한 개발 한다는 개발자, 한 디자인 한다는 디자이너, 한 경영 한다는 경영자가 모여 창피한 제품을 내놔야 하는데, 명성은 커녕 사용자도 없는 스타트업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이미 브랜드가 있는 대기업에서는 더욱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개발에 돈과 시간을 들일 수 없어서 대충 눈속임으로 만든 기능을 고객들이 더 열광하며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생태계가 그렇듯이 언제나 진화는 예측하지 못 하는 '변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변이'는 이상하게 생겼다. 몇 번의 '선택'을 거쳐야 제대로 된 모습이 된다. (p104-105 참고)

실제로 피엑스디에서 직접 이러한 방식으로 내 놓은 몇몇 제품들(프로세스 북, 애뉴얼 리포트, 날씨 앱 등 꾸준히 개선할 생각으로 내 놓은 첫번째 버전들)은 엉성한 부분을 갖고 있고 피엑스디에 대해 실망한 분들도 있었다. 괴롭다. ㅠㅠ 


성장(Scale-up)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에서는 일반적인 상승 곡선이 보여주는 잘못된 정보 대신에 사용자들이 얼마나 더 서비스에 몰입해 오는가를 일련의 사용자 행동(flow)이라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p122 그래프.


사업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할 때 할 수 있는 고객 전환은 줌인 전환(부분적인 특정 기능에 집중), 줌아웃 전환(좀 더 기능 추가하여 폭넓은 상품으로), 고객군 전환, 고객 필요 전환(골동품 가게 주인이 손님을 더 끌고자 샌드위치를 팔다가 샌드위치 가게로 전환), 플랫폼 전환, 사업구조 전환(고가시장->저품질저가), 가치 획득 전환(수익모델 전환), 성장 엔진 전환, (판매/유통) 채널 전환, 기술 전환 등이 있다. p175-178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떤 행위가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이고, 팀 전체가 이것을 공유하는 것이 다음이다. 조직이 커져도 속도와 유연함을 잃지않고 성장하는 방법이 있다. 성장의 엔진은 유료고객(paid) 전파(viral) 재방문(sticky) 세 가지다. P187

사람들은 가능하면 한 번에 하는 일의 양을 늘려 주욱 같은 일을 하고 다음 일을 해야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조사 다~ 한 다음에 전략 세우고, 화면 설계 다~ 한 다음에 디자인하고, 디자인 다~한 다음에 개발하고. 물론 중간에 겹치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Waterfall(폭포수) 방식의 기본이다. 이렇게 하면 잘못된 것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너무 걸린다. (p189 참고)


세 가지 성장 엔진
성장은 기존 고객의 행동 (입소문, 다른 사람 앞에서 제품 사용, 광고, 반복 구입이나 사용)에서 나온다. p214

재방문에 의한 성장 엔진(p216) :
재방문에 의한 성장 엔진을 쓰는 회사는 자연 감소율 attrition rate이나 가입 해지율churn rate을 주의 깊게 추적해야한다. (가입 해지율은 일정 기간 회사 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즉, 신규 고객 유치율이 가입 해지율을 넘어서면 제품은 성장할 것이다.

바이럴 성장 엔진 :
한 사람이 사용하면 그걸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다고 할 때, 그 비율이 1보다 크면 성장하게 된다.

유료 성장 엔진 :
고객 당 1달러를 쓰든, 10만 달러를 쓰든 비율은 똑같다. 고객 당 수익을 높이거나 신규 고객 유치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그 후 그는 도요타에 의해 시작된 5 Whys 로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방법을 소개하고 (5 whys는 UX 연구에서도 많이 쓰는 방법이다) 기존 기업 내에서 혁신 조직을 운영할 때 생기는 문제를 블랙박스 vs 샌드박스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론
결론에 이르러 그는 20세기 초, 테일러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그가 인간을 너무 부품화한 부분은 극복하는데 오래 걸린 낡은 생각이지만, 인간 활동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측정하고 개선하여 시스템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과학적인 사고 방법을 제시한 데 대해서 100% 공감하면서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참고]
린스타트업 참고 사이트 모음 (Dobiho 블로그)
린스타트업의 에릭 리스 인터뷰 후기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참고 - LeanUX]
  • Lean UX Lab. 보다 빨리, 자주, 적은 비용으로 실패하기 by 無異
  • 초협력자 by 이 재용
  • 2011 pxd talks 01-08 by 유리.Hawer


  • 이 재용
    이 재용은 타고난 인간에 대한 무관심을 노력으로 극복하여 '따뜻한 사람'으로 위장하고 사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전기공학, 디자인,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극작가가 꿈이었습니다.




    출처: http://story.pxd.co.kr/749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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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Cover Story] 日 부자 서열 47위 '디엔에이' 창업자, 난바 도모코

  • 도쿄=최원석 기자

  • 2013.06.29 03:05

    日서 당대에 가장 돈 많이 번 여성
    "컨설팅? MBA? 직접 창업해보니 다~ 쓸모없더라"
    컨설턴트로 잔뼈 굵은 하버드 MBA 출신
    모바일 게임 장터 서비스… 벤처 신화의 주역으로
    "옆에서 조언하는 것과 실제 사업은 전혀 달라
    나중에 경영 잘 하겠다고 MBA 스쿨 간다는 사람 말리고 싶네요"
    "우즈 되기 위해 레슨 프로부터 해보는 건 시간 낭비"
    경영자와 컨설턴트는 가는 길이 다르다
    경영자, 제한된 정보로 결정할 때 있지만 컨설턴트는 자료 갖춰질 때까지 안움직여
    무엇이든지 3가지로 압축하려 하고 자명한 걸 굳이 차트로
    그리고 돈 감각 없지만 듣기 좋은 얘기 잘해
    MBA 다닐 때 딱 한번 "와우" 해봤다
    학교서 가르치는 건 대부분 상식… 수준 좋은 인맥 만들기 위해 간다고요?
    얼마나 바쁜데 누가 와서 도와주겠나

    "컨설팅 회사는 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영을 잘하려고 MBA 스쿨에 간다고요? 말리고 싶네요."

    세계 최고 경영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두 곳의 무용론을 설파하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일본 최대 인터넷 서비스업체 '디엔에이(DeNA)'의 창업자 난바 도모코(南場智子·51)씨, 일본 여성 중 당대에 가장 많은 돈을 번 인물이다. 5억4500만달러(약 6300억원)의 자산을 가진 그는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일본 최고 부자 베스트 50' 랭킹에서 47위에 올랐다. 그를 포함해 여성 4명이 순위에 포함됐는데, 다른 3명은 유산을 물려받은 경우이다.

    "컨설팅 회사와 MBA가 필요 없다"는 그의 주장이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24세 때 일본 매킨지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하버드 MBA를 거쳐 34세 때인 1996년에 파트너 지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창업을 해보니 MBA 스쿨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배운 경험들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를 제안하는 입장이 아니라 정하는 입장이 된다는 게 힘들었다"며 "'해야 합니다'와 '하겠습니다'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컨설턴트가 'A안으로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판단이긴 하지만,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경영자가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더군요."

    '디엔에이' 창업자 난바 도모코 그래픽
     그래픽=정인성 기자
    그는 세계 최고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 자리를 걷어차고 1999년 인터넷 서비스 업체 '디엔에이(DeNA)'를 창업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가 생각해낸 사업이나 서비스가 세상에 나와 히트할 때까지 주체적으로 관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컨설팅과 실제 기업 경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여러 문제에 부딪혔고, 사업을 접을 뻔한 위기도 여러 번 넘겨야 했다.

    그의 사업은 2006년 휴대폰용 게임 플랫폼인 '모바게(Mobage)'를 내놓은 이후에야 궤도에 올랐다. 온갖 모바일 게임을 백화점처럼 모아 이용자가 골라 쓰게 하는 일종의 장터다. 2008년 44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작년에는 2조400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직원 2000명이 낸 영업이익이 9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에는 적자에 허덕이던 프로야구 구단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6월 암에 걸린 남편의 병간호에 전념하겠다며 사장직을 내려놓았다. 남편의 병세가 호전되자 지난 4월 현업에 복귀, 모리야스 이사오 사장을 도우면서 대외 홍보, 채용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를 도쿄 시부야의 초고층 빌딩에 있는 디엔에이 본사에서 만났다. 21층에 있는 회의실이었는데, 서울 청담동과 비슷한 오모테산도와 아오야마 명품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근사한 회사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엘리트 여성이 직접 회사를 차린 뒤에 겪은 말도 못 할 고생담, 그리고 자신이 최고라고 믿으며 쌓아왔던 컨설턴트로서의 경력이 얼마나 쓸모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모아 이달에 '볼품없는 경영(不格好經營·국내 미출간)'이라는 자서전을 일본에서 출간했다.

    ―하버드 MBA를 나오고 매킨지에서 파트너까지 한 사람이 MBA와 컨설팅은 필요 없다고 얘기하시는 건가요?

    "도움이 된 게 없어요. 전~혀. 매킨지에서 컨설팅 스킬은 굉장히 기르게 됐지만, 실제 사업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였습니다. 사업을 하고 나서는 컨설턴트를 고용하지 않습니다(웃음). 내가 나중에 사업을 할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컨설팅 회사가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 일을 배웠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예요."

    ―하지만 우선 컨설턴트로서 경험을 쌓은 뒤에 기업가가 되겠다는 사람도 많은데요.

    "컨설턴트는 말하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고, 기업가는 실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입장도, 요구되는 자질도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컨설턴트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컨설턴트를 한다면 그 분야에서 일류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나아요. '경영자가 되고 싶으니 우선 컨설턴트부터 해보겠다'는 것은 '타이거 우즈가 되고 싶으니 우선 레슨 프로부터 해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컨설턴트와 경영자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담력이 아닐까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한 결정을 올바른 것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리더의 담력은 팀의 경쟁력으로 바로 연결돼요.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이 됐는지, 깊은 인상을 줬는지에 목숨을 거는 컨설턴트 출신으로서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죠. 컨설팅 회사는 담력을 기를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그는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을 둔 신속한 결정이 충실한 정보에 기반을 둔 느린 결정보다 몇 단계 위라는 것도 몸으로 익혔다고 했다. "컨설턴트는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지요.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정보의 순도를 계속 높여나가는 것은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완전히 무의미해요. 그런 일로 타이밍을 놓친다면 회사에 엄청난 죄를 짓는 겁니다."

    도쿄 시부야의 디엔에이 본사 로비에 선 난바 도모코 디엔에이 창업자.
     도쿄 시부야의 디엔에이 본사 로비에 선 난바 도모코 디엔에이 창업자. 모바일 게임회사라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포즈를 취해 달라고 했더니, 본인이 알아서 온갖 포즈를 다 잡아 줬다. / 도쿄=최원석 기자
    난바 도모코 디엔에이 창업자는 컨설턴트와 경영자의 또 다른 결정적인 차이로 현금 감각을 꼽았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회사가 대형 컨설팅 회사의 클라이언트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인지 컨설턴트들은 현금 감각이 둔한 편입니다. 경비를 풍족하게 쓰는 데다 봉급도 많이 받아서인지 낭비벽도 있어요.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다가 창업하는 건 큰 핸디캡입니다. 저도 이익보다 전략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버릇을 고치려고 지금까지 애를 쓰고 있어요."

    ―컨설턴트에게 안 좋은 버릇 같은 게 또 있을까요.

    "컨설턴트 중에는 최대한 유능하게 보이고 아는 척하려는 자세가 몸에 익은 사람이 아주 많아요. 사업에는 일원어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회사 경영은 아수라장에서 매일같이 구르는 일이에요.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밝히고서라도 도움을 구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또 컨설턴트들은 고객사에서 누가 핵심 인물인지 재빨리 파악하고, 그 사람이 듣기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제안이 잘 받아들여지도록 수완을 발휘합니다. 결정권자가 이런 것에 속으면 안 되는 거죠."

    그는 "컨설팅 회사에서 우수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논리적 사고인데, 디엔에이를 세우고 나서는 회사란 논리적인 사람만으로는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칭 매킨지의 에이스 3명이 1년 안에 수익을 내겠다고 선언하고 회사를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4년간 줄곧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어요. 회사란 논리적인 사람 이외에 다양한 부분에서 뛰어난 사람이 필요해요."

    ―컨설턴트 출신은 정말 한 명도 뽑지 않나요?

    "아뇨. 뽑긴 해요. 컨설팅 경험을 평가해서가 아니라 컨설팅 업계 자체가 인재 유동성이 높은 인재 공급원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뽑을 경우에는 가능한 한 컨설팅 업계에 물들지 않은 인재를 뽑으려 합니다. 그리고 컨설턴트와 실제 사업의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고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얘기해 줍니다.

    첫째, 무엇이든 세 가지로 요약하려고 기를 쓰지 않는다. 어떤 것이 반드시 세 가지로 정리돼야 할 필요는 없다. 둘째, 중요 정보는 서류가 아니라 머릿속에 새겨둔다. 셋째, 자명한 것을 굳이 차트로 그리지 않는다. 넷째, 사람을 평가해 가며 술 마시지 않는다. 다섯째, 미팅에 지각하지 않는다."

    그는 컨설턴트 시절엔 고객 기업의 약점만 잘 보였지만, 지금은 보통 회사라 해도 사실은 보통이 아닌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돌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매킨지 시절 고객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부끄럽습니다.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라도 하고 싶어요."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까지? 그는 창업 초기 겪은 실패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계 게임 업체 비교
    인생 최대의 패닉

    그는 1999년 3월 도쿄 시부야에 회사를 설립했다. 첫 사업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였고, 연내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도쿄 긴자에 있는 제휴사에 가서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12시간 동안 서비스의 골격에 대해 토론하고, 서둘러 시부야 회사로 돌아온 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 내에 전날 밤 결정된 것을 사양서로 정리해 다시 긴자로 가 토론하는 식이었다. 하루에 1시간밖에 자지 않는 생활이 이어졌다.

    개발로 눈코 뜰 새 없을 때 출자를 약속한 소니 본사 법무부에서 편지가 배달됐다. 자본금을 보내 주기 전에 디엔에이의 사업이 어떤 특허도 침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난바 도모코 개인이 전액 변상한다는 계약서에 사인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편지를 들고 바로 특허사무소로 갔다. "선생님, 이 작업 좀 처리해 주세요. 전 시간이 너무 없어요"라고 했다. 특허사무소의 변리사가 입을 열었다. "혹시, 당신 바보입니까?" 변리사는 "난바씨 자신도 자기 사업에 어떤 것들이 사용되고 있고, 어떤 특허를 침해하는지 모르는데, 저보고 판단해서 처리하라는 얘기인가요?"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죠. 내가 모르는데 어떻게 상대방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었겠어요?"

    어떻게 처리를 하긴 했지만, 시간이 모자라 황급히 소니 측에 전화해서 서비스 개시일을 늦춰달라고 부탁했다. 허락은 받았지만 늦어지는 만큼 출자금 납입도 늦추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난감했다. 자본금이 안 들어오면 자금이 바닥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수난은 계속된다. 개발이 완료되고 테스트가 예정된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만다. 개발 성과물 제로(0), 다시 말해 시스템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개발업체의 N씨에게 "사양서대로 시스템이 잘 개발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겁니까?"라고 물었더니 N씨는 죄송하다며 허둥거릴 뿐이었다. N씨는 규슈(九州)의 자사 개발팀이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한 말만 믿은 채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이었다. 실제로는 회사에 분쟁이 있어서 개발팀이 아예 꾸려지지도 않았고, N씨에게는 마치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고만 되고 있었던 것이다.

    난바씨는 "제 인생에서 두 번째 패닉이었죠"라고 말했다. 첫 번째 패닉은 매킨지 1년 차 때 아침 9시에 고객사 사장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9시 반에 집으로 걸려온 회사 비서 전화에 잠에서 깼던 것.

    두 번째 패닉은 첫 번째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심각했다. 손이 떨려서 컴퓨터 시작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할 정도였다. 새벽 4시 반쯤, 집으로 돌아와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매킨지 시절 상사였던 남편은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 체념할 필요 없다. 그 정도 예산이라면 천재 엔지니어 3명만 있으면 1개월 내 끝낼 수 있다. 둘째, 출자자들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빨리 전하라. 절대 줄여서 얘기하지 마라. 셋째, 사기당했다는 말은 아예 입에 올리지도 마라. 사장이 최대 책임자고 가해자다.

    결국 개발팀을 다시 꾸려서 한 달 만에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고, 1999년 11월 말에 인터넷 경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때 새로 영입한 개발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렇게 완벽한 사양서는 본 적이 없다"였다. 사양서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시스템 개발을 감독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 것. 난바씨가 컨설턴트 시절의 버릇을 없애야겠다고 뼈저리게 반성한 계기가 됐다.

    MBA가 도움이 안 되는 이유

    ―MBA는 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나요?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는 것 대부분이 상식 수준이라는 게 제 느낌이었어요. 이런 것들은 몸으로 체득하는 것과 달리 금방 잊어버리게 되죠. 제가 다녔던 곳은 실제 기업의 케이스를 중시했는데도, 실제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 예를 들어 물건을 판다든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상대방의 협력을 얻기 위해 설득해야 한다든지 하는 상황에선 도움이 안 되는 것이 많았어요."

    ―정말 도움된 게 하나도 없었나요.

    "2년 동안 딱 한 번 '와우'를 외친 순간이 있었어요. 어떤 케이스에 대해 토론할 때였는데, 저는 '케이스에 나와 있는 얄팍한 정보만으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때 '그렇지만 지금 바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지요'라고 클래스메이트에게 일격을 당했죠. 지금 있는 정보만으로 결정해야 하는 회사 관리직 출신의 클래스메이트와, 자료가 갖춰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컨설턴트의 차이를 절감했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좋은 인맥을 쌓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동의할 수 없어요. 도망칠 곳 없이 일에서 부딪쳐 가며 만드는 인맥 이외에는 실제로 사업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했으니까요. 자신도 너무 바쁜데 자기 일에서 떨어져나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인맥 오타쿠'처럼 여기저기 파티에 참석해 명함을 모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는 도움이 되는 인맥을 만들 수 없어요. 인맥을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 스쿨에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신이 하는 일과 일에 대한 당신의 자세가 좋은 인맥을 만들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인재 채용에 전력을 쏟는다

    좋은 인재를 뽑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직원 채용은 직접 챙기고 있는데, 최고 인재를 뽑는 비결은?

    "테크닉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책략을 배제하고 혼과 마음을 다해 구애(求愛)하듯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좋은 인재를 뽑은 뒤 경영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데 재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직원들이 저를 위해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건 정말 관심 없어요. 저를 위해 일한다고 제가 무덤까지 편의를 봐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서로 힘든 일이죠(웃음).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 것보다 스스로 스테이지를 빛내는 사람이 훨씬 중요해요. 그러려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 부분은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비욘드 구글(Beyond Google·구글을 넘어)'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소셜 게임 플랫폼으로 세계 1위가 되고 싶어요. 스마트폰상의 소셜 게임으로는 디엔에이가 글로벌 넘버원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거죠. 그다음 목표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도 구글을 넘어서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겁니다. 지난 2년간은 남편과 함께하느라 회사 일을 좀 쉬었지만, 지금부터는 CEO, COO와 함께 셋이서 준비해 나가려고 합니다. 소셜 게임과 완전히 다른 큰 사업 모델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네요. 항상 하는 것이지만(웃음)."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8/2013062801861.html?rsMobile=fa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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