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G유플러스는 ‘유플릭스 무비(이하 유플릭스)’라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 달에 7천7백원을 내면 1만2천여 편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더 빨라진 LTE 네트워크 속도에 따라 붙는 ‘그 통신 속도 어디다가 쓸 건데?’라는 질문에 일단 LG유플러스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꺼내놓은 것이다.
이 서비스는 낯선 서비스가 아니다. 어려울 것도 없다. 기존의 멜론이나 벅스뮤직에서 음악을 스트리밍하거나 내려받아서 보는 것을 그대로 영상 콘텐츠에 입혀놓은 것이다. 그 콘텐츠만 영화와 해외 드라마 등으로 바꿔 놓은 서비스다. 무선랜이나 무제한 요금제를 쓴다면 스트리밍으로 보면 되고, 미리 저장 공간에 받아두었다가 오프라인으로 볼 수도 있다. LG유플러스의 망 전략으로 보자면 빠른 속도보다도 무제한 요금제를 자극할 서비스에 가깝다.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유플릭스도 이름처럼 넷플릭스를 표방하는 서비스다. 월정액, 그리고 무제한 시청이다. 무제한이라는 것을 치면 월 7700원은 싼 편이다. 인터넷에서 영화 두세편 정도 내려받아 보는 것 정도 가격이고, 음악 스트리밍도 월 4~5천원인데 이 정도면 가격은 납득할 수 있다. 다만 역으로 콘텐츠 저작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LG유플러스의 서비스지만 가입은 타 통신사라도 할 수 있다.
주요콘텐츠는 영화, 그리고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 드라마다. 미드(미국 드라마)가 들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막에 대한 저작권이 문제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아직 시장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한데 스마트폰에서 보는 영상 콘텐츠의 대부분은 토렌트나 웹하드 등을 통해 유통된 것들이다. 사용이 허락받지 않은 콘텐츠라는 얘기다. 이를 양성화하려면 먼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수준의 서비스 환경, 그리고 그에 맞는 콘텐츠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화질, 편집, 자막까지 팬들이 만드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으로 비용을 내고 보면서도 품질을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냐가 유플릭스의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일단 가격은 만족스럽다.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경우 IPTV에서는 한 편에 1천원 정도씩 내야 하고 시리즈로 보면 1만원이 넘는다. 그에 비해 화질은 조금 낮더라도 7900원에 무제한 볼 수 있다면 훌륭하다. 영화야 그렇다 쳐도 저작권이 점점 까탈스러워지고 있는 미드나 일드 같은 드라마 콘텐츠들은 제대로 된, 그리고 가격적으로 이점이 있는 콘텐츠 창구만 있다면 이 소비층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가격적인 면에서는 유플릭스는 아주 깔끔하다. 유료 콘텐츠가 추가로 있는 것도 아니고 회수에 제한도 없다. 한 달에 몇 개를 보겠다는 의지보다도 보고싶은대로 마음 편하게 보고, 중간에라도 재미가 없으면 끊고 다른 걸 찾을 수도 있다. 이건 게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점이기도 하다.
‘제대로’ 서비스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화면 비율이다. 모든 영상 콘텐츠의 화면 비율은 원본이 아니라 기기에 따라서 맞춰진다. 예를 들어 화면 비율 16:10의 G패드8.3에서는 영상도 16:10 비율로 나온다. 넥서스5는 다행히 16:9이기 때문에 얼추 맞긴 하지만 이도 가끔 틀어지는 콘텐츠가 있다. 이는 LG유플러스가 쓰고 있는 스트리밍 엔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U+HDTV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있다. 화면 비율을 ‘화면 맞춤’ 대신 정확한 원본 비율로 재생할 수 있도록 손볼 필요가 있다. 화면 비율 때문에 영화에 대한 집중도가 흐트러지는 게 예민한 소비자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16:9 화면에서 재생한 영상. 위는 화면 비율이 맞는 영상, 아래는 안 맞는 영상이다. 이 영상도 다른 비율의 단말기에서 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 플레이어 보완이 시급하다.
화질은 대체로 좋지만 모든 영상 소스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영상에 따라 화면 위 아래에 레터박스가 씌워져 있기도 하고 화질이 썩 좋지 않은 콘텐츠도 섞여 있다. 주로 오래된 영화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이는 유플릭스의 문제라기보다는 IPTV 등 기존 VOD 서비스에서도 똑같이 겪는 문제다. 아날로그로 영화를 찍고 이를 DVD 등으로 디지털 변환하던 시절의 콘텐츠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영화 제작사나 콘텐츠 공급 업체들도 필름 등 원본 소스 보존이 어려워지기 전에 다시금 디지털 마스터링을 해서 공급하면 어떨까. 상업용 콘텐츠로서 뿐 아니라 자료로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볼멘 소리를 좀 했는데 이 화면 비율 문제가 아쉬울 만큼 콘텐츠가 방대하고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더 아쉬워서다. 일단 콘텐츠의 양이 압도적이다. LG유플러스는 1만2천 편의 영상을 공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7월28일 현재 1만2076편의 콘텐츠가 있다. 최근 상영작보다는 시간이 조금 지난 작품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최신 영화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면 볼거리는 시간이 없어서 못 볼 지경이다. ‘봐야지’ 마음 먹고 있따가 잊은 영화들을 뒤져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비스와 직접 관련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플릭스의 TV광고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최신영화보다도 지나간 영화를 보는 쪽이 맞는 서비스인데 OST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주제를 잘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서비스를 쓰지 않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있지만 가입해서 쓰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 재미있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같은 월정액 무제한 서비스가 반가우면서도 음악 스트리밍이 도입되던 것과 같은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유통 업체들도 일단 강경하게 막아 소비자와 날을 세운 뒤 시장에 진입하려는 어설픈 접근으로는 절대 이 시장을 양성화할 수 없다. 불법 복제를 100% 막을 자신이 없다면 납득이 갈만한 품질의 콘텐츠와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야 말할 것도 없지만 유플릭스 역시 그런 플랫폼으로서의 토대는 갖춰져 있다.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것은 참여하는 콘텐트 공급 업체의 의지에 달렸다. 유플릭스는 그런 플랫폼이 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우리 콘텐츠를 해외에 내보내는 허브로도 쓰일 수 있다. 이는 비단 유플릭스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콘텐츠는 권력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유통 없이는 빛을 내기 어렵다.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유플릭스의 방향이 영상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보는 문화를 만들어줄 수 있기에 더 까다롭고 책임 있는 콘텐츠 공급이 필요하다.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200898